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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라의 일기장 Oct 02. 2023

시험관 시술은 선물이다.

마지막 시험관 시술

‘아이고 배야.’

과배란 주사 맞은 지 삼일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따듯한 팩을 배에 대고 문지른다. 점점 통증이 심해지면서 일상생활 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참을 수 없어 진통제를 먹고 말았다. 다음 날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고 나서야 통증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어머, 난포가 포도송이처럼 달렸네요. 하나 둘 셋...아..셀 수 없네요.”

선생님은 활짝 웃으며 덧붙였다.

“이 나이에 이렇게 난포가 자라는 건 기적입니다.”

“정말이에요? 제가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그동안 시술하면서 이렇게 많은 난포가 생긴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40대 중반에 다다른 나이에 이런 일이 있다니 감격했다. 간호사 선생님도 축하를 건넸다.      

“**님 나이에 이렇게 많이 달린 것 처음 봐요. 이번에는 잘되려나 봐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이건 기적이다. 물론 난포의 숫자보다는 건강한 난자가 더 중요하지만 나는 좋은 징조로 느껴졌다.      


‘이건 선물이야.’     

이번 시험관 시술은 내 인생 마지막 시술이다. 다행스럽게도 처음부터 조짐이 좋다. 그뿐 아니라 체력은 어느 때보다 좋았고 그동안 힘들었던 시부모님과 관계도 조율되어 마음도 평온한 상태였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 나도 시험관 시술 경력이 4년, 어느새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그동안 운동과 건강한 식사는 3년 넘게 계속했고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고 돌보는 법도 알게 됐다. 시술 기간에 증상과 대처법은 빠삭하게 터득했고 내가 시술 중 어느 시점에 힘들어하는지도 안다. 시중에 나온 과배란 약물은 모두 섭렵해서 어떤 약물이 내게 어떤 증상을 부르는지도 알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과배란 주사도 모두 눈감고도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숙달되어 있었다.      

‘난포도 많이 생겼겠고 이제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펼칠 때다.’      


병원 문을 나서며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파울로 코엘로의 [연금술사]에서 ‘소망을 품으면 온 우주가 돕는다’란 구절이 떠올랐다. 지금 내 상황이 그런 것만 같았다. 온 우주가 나의 마지막 시술을 돕고 있다고!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마지막으로 잘해보라고, 그동안 애썼다고 받은 보너스 같은 기회다. 그러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병원도 선생님들도 남편에게도 모두 감사했다. 그리고 내 몸과 마음도 고마웠다.      

‘배 아픈 것 아무것도 아니지.’

난포가 많이 생긴 쪽 난소가 부어서 배가 한쪽으로 부풀어 오르며 일상생활 하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진통제를 계속 먹으며 배를 문질렀다. 애써주는 난소가 고마워서, 시술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서 자꾸 문질렀다.      

채취하는 날이 됐다.

“**님 난자 8개나 채취했어요.”

마취 기운이 남아 있어 몽롱한 가운데 또렷하게 8개란 말이 들렸다. 그날 수정된 배아는 8개 중 6개였다. 내 인생에 이렇게 많은 배아는 처음이다. ‘난소 기능 저하’인 내 난소가 이렇게 해 낸 것은 기적이었다.      


‘난 최선을 다했어.’

내 난소는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사실 이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난 엄마가 되고 싶은 꿈을 꿨고 그걸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온 우주가 내 소원을 들어주려 도와준 것처럼 시술 과정은 즐겁기까지 했다. 시술할 때면 악몽을 꾸곤 했었는데 이번엔 자면서도 웃었으니까. 이렇게 생생하게 몰입하고 행복했던 경험이 또 있었을까 싶다.      


내 마지막 시험관 시술은 내겐 선물이었다.

그동안 애써준 내게 주는 마지막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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