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기나 하라옹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
사실 고양이는 참으로 부지런하다.
자는듯해서 돌아보면 쉴 새 없이 앞발, 등, 배, 엉덩이, 꼬리의 털 매무새를 만지며 혀로 그루밍을 하고 있다.
또 어느샌가 싹싹, 파파밧! 소리가 나서 보면, 자기가 본 용변에 열심히 모래를 덮고 냄새가 안 나나 꼼꼼히 킁킁대며 만족스러울 때까지 화장실을 정돈하고 나온다.
고양이가 무슨 아침마다 미라클 모닝을 하며 ‘오늘은 부지런해지겠어!’ 다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쩜 그리 매일 깔끔을 떨며 냄새 안 나게 사는지 참 신기한 노릇이다.
너, 좀 대단하다?
칭찬은 됐고, 배나 만져달라고 뒹굴거린다. 또 한껏 게으른 척을 하며.
“아냐, 너 잘나서 좋겠다고!”
허허, 웃으며 배를 쓰다듬는다.
목표를 덕지덕지 붙여놓고 호들갑을 떠는 인간 집사와는 다르게, 무념무상으로 매일 할 일을 ‘그냥 하는’ 고양이는 집사보다 한 수 위구나.
누구에게도, 특히 나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그저 스스로 부지런한 내가 되기. 깔끔 떠는 티 낼 것 없이 그냥 마음에 들 때까지 무념무상으로 하기.
오늘은 고양이처럼 한번 살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