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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Nov 29. 2023

소소하고 편안하게, 서로의 세계를 나누는 것


우리 모두는 각자의 세계에서만
세상을 보니까요.





내년에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들의 방에서 이런저런 다양한 화제를 주고받으면서, 부아c님이 던진 인상 깊었던 한 마디가 있었다.


각자 서로 당연하다고 생각한 (그래서 별것이 아니라고 여겼던) 삶의 소소한 꼭지들을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우리는 저마다의 행성 바깥으로 멀리 나가지 않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를 키우는 견주와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시각, 웹 소설과 웹툰, 현대미술, 해외 대학 입시교육 등 각각 전혀 다른 세계에서 통용되는 생존법과 상식, P 인간이 최소한의 정리라는 것을 해보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기록이 궁금했던 또 다른 P의 시각(그의 눈에는 천상 J로 보였던 나...!), 그리고 그 안에서 얽히고설킨 화학반응이 이끌어낸 또 다른 생각거리들.


각자의 세계가 마주치는 그 진동이란 때로 생경하지만, 그 마주침 없이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새로운 원소'가, 서로의 땅에 뿌려진다. 그것은 곧 새로운 화학작용과 이제까지는 보지 못했던 생명체의 탄생으로, 각자의 세계에서 이전까지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역사의 시발점이 된다.


소소하고 편안하게 서로의 세계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작은 세계에는 매일, 저마다의 진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한때 나의 전부이자 심지어 소명이라 여겼던 그 비좁은 세계에, 어제는 잠시 안녕을 고했다. 나의 '쓰임'의 무대가 서서히 옮겨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F 인간의 샌드박스'에 다시 돌아와, 겨우내 모래성을 쌓기로 했다.



마침내 내가 조금 더
머물고 싶은 세계를 만났다면,
나의 쓰임을 찾아 최선을 다해
그 쓰임대로 존재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머묾의 시간이
이윽고 끝났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전혀 없다.


안부와 응원을 건네준 몇 안 되는 분들께 좋은 책을 안겨드리기 위해서라도, 가장 멋진 모래성들을 모아 서둘러 청자토로 빚어 구워내야겠다.


각자의 세계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멋진 도자기를 서로 건네며 함께 웃게 될, 그 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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