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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Feb 24. 2016

졸업 전시

서울 #2. 상사병과 기적



그런 거다.

지칠 대로 지친 팽팽한 줄다리기 끝자락에, 펄떡거리는 대어가 튀어 오른다.

전시 5일 전 떨어진 지도 교수님의 지시는 청천벽력 같았다.


“나온 그림들 가지고 책 하나 해.”


 나는 4일간 1인칭 화자를 주인공으로 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써 내려갔다. 시놉시스는 대략 이렇다.  

숨 막히는 도심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화자는 태양의 권유로 길을 떠나고, 여정 끝에 닿은 호수에서 바람결에 춤추는 꽃들을 만난다. 꽃들의 춤을, 그리고 그들의 삶을 접하면서 화자는 깨닫는다.

내가 선 곳이 바로 작은 천국임을.


 촉박한 시간 탓에 두 권밖에 제작하지 못했지만 졸업전시 당일, 나는 수십 점의 원화를 하나로 엮은 나의 이야기‘작은 천국의 무희’를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내가 속한 미술대학 밴드의 정기공연이 졸업전시 마지막 날과 겹쳐 동일한 제목의 자작곡을 공연하기도 했다.


호주에서 모아온 강렬한 색들로 차고 넘치던, 그때.












2008년 11월 , 졸업전시 마지막 날. 트라이던트 정기공연에서.



.

.

.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작은 천국을 감싸 온다

태양에서 세 번째 떨어진

아름다운 꽃들이 춤을 추는 곳

아름다운 사람들이 노래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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