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 Jo Feb 21. 2016

어 돌러 머쉬룸!

첫 출항 - 호주의 워홀러

 


 내가 외국인 노동자 겸 자취생으로 살면서 생활비를 크게 아낄 수 있었던 건 전통 시장을 애용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었던 퀸 빅토리아 마켓은 나 같은 참새로서는 지나치기 힘든 방앗간이었다. 이곳엔 야채와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 이외에도 싱싱한 꽃과 각종 관광 기념품, 오팔 장신구, 옷, 정품 어그부츠까지 없는 것이 없는데 그 값은 대형마트나 상점보다 훨씬 저렴하다. 운이 좋으면 파격적인 흥정도 가능하며, 휴일인 월요일과 수요일의 전날, 그러니까 일요일, 화요일 마감시간을 공략하면 푼돈으로 질 좋은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비할 수 있다. 실외에 위치한 농산품 코너는 그 구조상 변변한 식품 보관시설이 없어 상인들 모두 경쟁적으로 판매에 임한다. 목청 좋은 아저씨들이 앞다투어 외치는 소리는 미국 발음에 더 익숙한 한국인에겐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어 돌러 머쉬룸!” 

“어 돌러 넥타린!”

“어 돌러! 돌러, 핑크 레이데에!”


 1달러 버섯, 1달러 천도복숭아, 1달러 핑크 레이디 사과라는 뜻이다. 1달러에 딱 하나 주는 것이 아니라, 인심 후하게 한 봉지 넉넉히 넣어 준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은 강렬한 호주식 억양을 구사하는데, 이는 좋은 성대모사 거리였다. 상대적으로 억양이 약한 젊은 친구들 앞에서 이를 선보이면 백이면 백, 듣는 족족 빵빵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것도 아닌 듯 여겨지는 그런 것이더라도, 내가 그네들의 삶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음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일은 이방 땅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도를 그리는 데에 톡톡한 감초 역할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심 속 공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