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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Aug 16. 2022

Ra.D와 Joy Jo의 Summer Time

뮤지션 Ra.D와의 NFT 콜라보레이션 작업기


지난가을, 동생 GlassHoy작가의 유리공예 작품과  드로잉 작품을 직접 구입하려 청라 작업실로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바로 실리콘밸리 기반 음반 제작사인 12ENT(원투엔터) 파운더, David Kim님이다. 데이비드 님은 한국 NFT  최초로 시각예술 작가들 중심으로 결성되었던 '클하NFT'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한국 NFT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한 콜렉터이기도 하다. 2021   동안은 나도 작품 발표에 못지않게 콜렉팅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종종 데이비드 님과 대화를 나누곤 했었다. 청라 작업실에서는 더욱 그간 나누지 못했던 사담들을 나누었었는데, 아마 그때가 Ra.D님에 대한 언급을 했던 시발점이었던 듯하다.


데이비드 님이 미국에 돌아가신 이후에도 여러 온라인 행사들에서 마주칠 때마다 국민 고백송 'I'm in love'의 주인공, 뮤지션 Ra.D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 몇 번, 팬이라는 고백 아닌 고백을 했었다. 한참 지나서도 그것을 기억해 주신 데이비드 님 덕분에 2022년 5월, 이번 NFT 콜라보레이션의 첫 삽을 떴다. (Ra.D님이 12ENT의 총괄 프로듀서가 되셨다는 건 나중에서야 알았다.) 10여 년 전 영국 유학시절 'I'm in love'를 모닝콜로 삼아 매일 아침 일어나고, 고 유재하 님의 '가리워진 길'도 Ra.D 버전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나였다.


Ra.D님, 그리고 Ra.D님과 함께 작업한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의 이미지


비대면 회의를 통해 12ENT에서 수익성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 개인 대 개인으로 추진하는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정리하였고, 작품수는 총 3개, 에디션은 5개를 발행하여 1개씩은 Ra.D님과 내가 나눠가지는 방식으로 정했다. 6월 말부터 작업을 시작하기로 하였는데 Ra.D님과 나 모두 7월까지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느라 본격적인 작업은 7월 말부터 진행할 수 있었다. 먼저 Ra.D 님이 사운드 스케치를 보내주시고, 나는 그에 맞춰서 알맞은 이미지를 새로 그리거나 기존 페인팅의 일부에서 어울리는 텍스쳐를 찾아내었다.



[1단계 -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시각화하는 작업]


1. Ra.D 001


여러 스케치 중에서, 경쾌한 리듬의 스케치가 귀에 들어왔다. 여름의 정취와 맞닿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임의로 이름을 붙인 첫 드래프트, 'Ra.D 001' 작업을 진행하면서 원래 단일 이미지로 판매하려 했었던 아래 Abstract Light 시리즈 작품을 영상화하기로 했다. 파다, 파도, 생명력, 바다 생물들의 경쾌한 움직임을 효과를 입혀 표현했다.




2. Ra.D 002


두 번째 드래프트, 'Ra.D 002'는 '75 onmis'라는 이름이 붙어있던 음악 스케치 파일을 가지고 떠오르는 것들을 먼저 두 점의 추상화로 표현하였다. 잔잔한 듯 묵직한 비트가 심장 박동 소리처럼 느껴졌다. 고독한 도시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이 음악으로 하여금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고뇌하는 행위들이 일어날 것 같았다. 이 두 점을 가지고 음악의 흐름에 따라 교차시키며 도시와 연결된 고독한 인간의 심장 고동 소리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3. Ra.D 003


세 번째 드래프트, 'Ra.D 003'은 'Home'이라 이름 붙은 음악 스케치 파일과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나의 페인팅 텍스쳐를 찾아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Home'이 가진 진취적인 느낌과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듯한 뉘앙스가, 나 자신과 내가 영위하는 공간을 나타내기 위해 내가 자주 페인팅 화면에 등장시키는 구체의 행성과 그 결이 맞다고 생각했다. 아래 두 텍스쳐 이미지를 가지고 애프터이펙트에서 구체를 만들고 행성에서 물이 쏟아지는 듯한 효과를 주었다.





[2단계 - 시청각 작업에서 키워드를 뽑아내는 작업]


사실 세 점의 영상이 완성되었을 때, 가사와 보컬이 들어간 작업으로 귀결되리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다.


혹시 살짝 목소리가 들어가면 이상할까요?


조심스럽게 물어오신 Ra.D님의 질문에 속으로 쾌재를 외치며(!) 들어가면 더더더(!!!) 좋다는 말씀을 1초 만에 전해드렸다. 그러자 각각 작품의 키워드를 전해주면, 그에 맞춰 영어 가사로 표현해보시겠다고 했다.


1. 바다, 움직임, 흐름, 경쾌함, 여름
2. 도시, 고독, 심장, 태동, 몰입, 고뇌, 밤
3. 본향, 나, 공간, 우주, 미래, 영감, 생명


세 작품에 대해 위와 같은 키워드를 제시해 드리고,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맥주 한 잔을 들이켜고 있을 때, Ra.D님이 2번 작품에 대한 첫 가사 버전을 녹음해서 보내주신 후 전화를 주셨다. 한번 들어봐 달라고. 아버지와 반주를 하던 와중이었지만 듣자마자 다시 전화를 드렸다. 세 작품 중 가장 딥하게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는 2번 작품이었기에,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지는 음악을 받은 것에 순간 눈물이 찔끔 맺혀 감사 인사를 드렸다.




[3단계 - 키워드를 반영한 가사와 보컬을 음악에 녹이는 작업]


며칠 뒤 Ra.D님이 완성한 나머지 두 곡을 함께 취합하여 최종적으로 Audiovisual NFT로 발행할 영상을 완성했다. 가사가 들어가니 조금 더 전달하는 바가 명확해졌고, 결과적으로 가사를 직관적으로 뒷받침하게 된 추상 작품들의 시너지가 증폭되었다.


협업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우리 둘 다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는 집사였고, 또 이번 작품을 통해 평소 각자 몸 담고 있는 레이블이나 갤러리를 통해서는 실질적으로 발표하기 어려운 실험적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서로 동기부여가 되었다.



1. Summer Time


Summer time Summer time


Summer time

Walking on the beach

Driving through the coast

Everybody dance to the rhythm


Summer time

Running to the Sun

Jump into the sea


Joy Jo + Ra.D 콜라보레이션 NFT, Summer Time



2. City


I’m in this city alone at night

I feel like a fetus in my mother's womb


Thinking about life

lookin’ at dark night


Where am I

Who am I

What am I


I’m in this city alone at night

I feel like a fetus in my mother's womb


Thinking about life

lookin’ at dark night


Where am I

Who am I

What am I


Joy Jo + Ra.D 콜라보레이션 NFT, City



3. Home


I gotta go anywhere if I needed to be

I gotta go anywhere if I needed to be


Beyond the neighborhood

Beyond the world

Beyond the earth to the universe


I gotta go anywhere if I needed to be


Joy Jo + Ra.D 콜라보레이션 NFT, Home



[4단계 - NFT 발행 & Drop Party]


세 작품은 각 5개의 에디션, 판매 가능한 개수는 3개씩으로 한정하여 오픈씨 컬렉션으로 발행하였다. 12ENT의 나름의 전통에 따라 8월 '12일'에 발표를 진행하였다.


조이조 X 라디 콜라보레이션 NFT 오픈씨 컬렉션
https://opensea.io/collection/joyjo-rad

 


NFT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낼 때, 드롭 파티를 통해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거나 라이브로 음악을 들려주는 세션을 가지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12ENT 데이비드 님이 DJ 역할을 해주셨다. 최근에는 거의 트위터 스페이스로 사용자들이 이동하였지만, 음질 등을 감안하여 아주 오랜만에 클럽하우스에서 드롭 파티를 진행했다.


NFT 씬에 계시는 많은 작가님들과 뮤지션 분들이 찾아주셨고, 드롭 파티 당일에 총 9점의 판매 가능 수량 중 6점이 판매되었다.


클럽하우스 드롭 파티 참석자 분들
드랍 파티 진행 중 날아 온 실시간 판매 메일들


작업 시간이 빠듯하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이번 콜라보레이션에서, 비교적 장이 좋지 못함에도 각 1점씩만 남기고 다 판매가 된 점이 고무적이었다. 오랜만에 인사를 나눈 작가님들이 또 하나씩 구입해주셔서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절반을 Ra.D님께 정산드리면서, 이 모든 생소한 과정을 쭉 따라와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또 한 번 드렸다. 바쁜 작업들이 남아 계셔서 못다 한 뒤풀이와 집사 대화는 이달 말로 미뤄두었다.


소위 말하는 '성덕'이 된 기분에, NFT를 잘 모르는 현실 친구들에게도 이 기쁨을 전했다. 대학 때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 중 일부는 Ra.D님의 곡을 연습하기도 했었던, 그 시절 알 사람은 다 아는 동시대 최고의 아티스트였으니 말이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 Ra.D님과의 콜라보 작업을 이렇게 작업기로 나마 기록해 둔다.


마지막 1피스씩 남은 콜라보레이션 작품들



이 글을 쓰면서 또 다른 오랜 인연들이 맞닿아 오는 이메일에 답변을 적었다. 올 가을, 10년 만에 내 20대 후반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어느 거대한 전시장에 다시 작품을 걸게 될지도 모르겠다.


2022년은 나에게, 열린 결말로 가득했던 두 번의 10년 속 덩그러니 남겨진 끈들을 찾아 마침내 하나하나 매듭짓는 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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