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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04. 2020

엄마의 춤

엄마 오늘 공연한다’ 때때마다 엄마는 말을 던졌다.  년에 한 번뿐이었는데  성실히 찾아오는 시즌이었다. 더글더글 사 남매나 되는 아들딸들은 때마다 ‘꽃을 사느냐, 마느냐’, ‘나는 약속이 있다’, ‘너는   있느냐, 없느냐 엄마 몰래 그르렁댔다. 귀찮은 귀찮음이 오고 갔다. 왠지 덜그럭거리는 엄마의 몸짓,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헤어와 화장, 엄마의  눈과 입으로 쏟아져 나오는 식지 않는 에너지.  보러 가야 한다니.

​30년도   세월 , 시골로 시집  엄마는 음악을 전공한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로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일곱여덟 살쯤이었나. 엄마와 함께 교회에  앉으면 성악 발성의  목소리로 찬송을 부르는 엄마 옆에서  혼자 어쩔  몰라했다. 되돌아보니 지나온 모든 시간  엄마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부끄러워만 했다.  그랬을까.

중년의 엄마는 한국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바쁜 중에도 일주일에  번씩 연습에 빠지지 않으셨다. 그렇게 엄마의 몸엔 시간과 노력이 그대로 맺혔다. 딱딱했던 엄마의 춤은 세월을 입은 고귀한 몸짓으로 변해갔다. 뻣뻣했던 둘째 딸도 편안하게 엄마의 무대를 즐길  있게 됐다. 누군가는 춤추는 엄마의 모습이 새겨진 핸드폰 케이스를 선물했다. 엄마는 춤을 가르쳐주신 교수님과 엄마를 포함한 제자들과 함께 문화 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때때마다 계속된 무대 경험과 인상적인 해외투어까지. 엄마의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춤추는 엄마는 행복했다. 엄마는 자신감을 뿜으며 노년의 나이에 진입했다.

환갑. 엄마의 체형이 달라지고 있다. 은근슬쩍 외할머니와 비슷해져 가는 엄마의 모습을  때마다 나는 고개를 스윽 돌린다. 아직 준비가 안됐다. 엄마가 계속 엄마였으면 좋겠다. 할머니 말고 우리 엄마.

이제 엄마가 조금씩 아프다. 엄마는 어깨가 아파 어깨에 주사를 맞는다. 눈이 아파 눈에도 주사를 맞는다. 주사를 맞는다고 상상도 해본  없는 부위에 엄마가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쉬면 십오만 원은 절약되니까.
요즘 너무 쪼들려서

엄마 그냥 , 그냥 계속해.
그래야 엄마가 살잖아

큰일이다.     먹어갈수록 희미했던 엄마의 인생, 여자의 인생이 선명해져 오니 큰일이다. 엄마가 걸어온 여정들.  많던 소녀, 결혼, 갈등, 자녀양육, 직장생활. 어릴  어리니까 몰라서 몰랐던 일들이  가만히 찾아와서  앞에 엄마의 삶을 펼쳐 놓고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엄마만큼 엄마일  있으려나. 엄마만큼 인생을 일굴  있으려나. 고통 중에도 아름다운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을  있으려나. 내가 만난  예술가, 사랑하는 우리 엄마. 내가 받은 모든 아름다움은 원래 그녀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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