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례식장에서 신발을 잃어버렸다. 비싸거나 좋은 신발은 아니었다. 그다지 서운하지도 않았다. 그냥 여태 신고 다니던 나의 신발이 사라져 버린 상황이 신기했다. 이상했다. 내 평범했던 검은색 신발과 여기서 이렇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새로 얻은 슬리퍼를 끌고 돌아왔다.
밥을 두 번이나 먹더니만,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다섯 개나 집어 먹더니만 급체를 했다. 집에 와선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를 경험하며 내 동생은 내 온몸을 조물조물. 그리곤 잠들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나았다. 그리곤 다시 살아나서 신발 묵상 중이다.
모든 사람을 대할 때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대한다는 언니가 계셨다. 언니가 선대해 주셨던 것을 깊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곤 예고 없었던, 마지막인 줄 몰랐던 마지막들을 경험하면서 언니의 말들을 자주 기억한다.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고작 나의 작은 신발이지만, 신발 잃어버리신 것을 못내 마음 쓰셨던 상주분의 마음에 비할까 싶다. 내 신발은 어디서 잘 걸어 다니고 있겠지. 신발 말고 당신은 그 어느 나라에서 다시 만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