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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Oct 26. 2021

고요한 밤

고요한 밤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낸 지난 며칠의 글 쓰는 밤이다. 지난 4주 동안, 네 번의 기회를 [나의 일-퇴사]를 주제로 쓰기로 한 것도 나에겐 도전이었다. 마음속에 있는 일을 꺼내어 내 앞에 적어 놓는 일, 내 앞에 내 생각과 마음을 펼쳐 놓는 일. 그리고 누군가-너그러운 독자 한 명에게 내 은밀한 마음을 오픈하는 일. 공동체 안에서 솔직한 마음을 나누는 심정으로 마음을 고백하고 또 마음의 갈피를 확정하는데 필요한 작업이었다. 따뜻했던 글 쓰는 밤 4주를 돌아보니, 파도치던 어두웠던 밤을 지나 어느새 성탄을 앞둔 눈 내린 고요한 밤에 다다른 것 같다.


함께 쓰는 분위기가 참 좋아서. 단 몇 번의 소중한 저녁을 기다렸다. 마지막 밤은 컨디션 관리에 실패해 글 밤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도 꼭 마지막 원고를 쓰고 싶어서 쓰기 시작하는 중이다. 질풍노도의 초고를 거쳐 고요한 글에 다다를 수 있으려나.


글 쓰는 밤을 마치며 마치 때가 된 것처럼 상사에게 퇴사를 이야기했다. 나는 천 퍼센트 수용받았다. 아니, 마지막 남은 십 퍼센트. ‘혹시, 오늘 우리의 대화를 초고라고 생각하고 퇴고의 시간을 가져줄 수 있느냐’고. ‘퇴사를 퇴고해 줄 수 있냐고’. 상사는 말했다.


보통 쓸 때. 써볼 때. 쓰기 시작할 때. 비록 조잡하지만 메시지는 초고에서 정리된다. 나에게 퇴고는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또 아름답게. 덜어낼 것들을 덜어내는 작업이다. 간단하고 쉽게 사안을 정리하기로 했다. 간단하고 아름답게. 명료하게.


함께라서 써볼  있었던  쓰는 . 우리 함께니까 해낼  있었던 수많은 일들. 우리는 그렇게 여러 밤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동료가, 이웃이, 친구가 되어주었다. 나의 일의 모든 곳에는 공유와 소통, 협력이 필요했다. 조직 안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나는 공동체 안에서 갈고 닦였고 윤을 내고 빛을 냈다. 팀원이기도, 리더이기도,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자부심을 갖고 가슴을 펴기도. 마음껏 사랑하기도, 격려하기도,  앞에 놓인 무수한 성장의 공간을 그려보기도. 울기도. 불기도. 수용하기도. 거절하기도. 이해받기도, 거절당하기도. 소통하기도. 욕하기도. 그리고 마침내 고요한 밤으로 걸어 들어간다.


나는 잠시 쉬기도. 머물기도. 코코아를 마시기도. 모닥불을 쬐기도. 낮잠을 자기도. 깊은 밤을 자기도. 눈 내린 바깥을 바라보기도. 찬 공기에 뺨을 맡겨 보기도. 마당에 나가 발자국을 찍어보기도. 그러다 산 넘어 마을을 궁금해하기도. 그렇게 여러 밤들을 보낼 거다. 여러 밤들을 보내며 지난밤들을 다시 꺼내어 사랑하기도, 더듬어 보기도, 후회하기도, 아쉬워하기도. 그렇게 무수한 밤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밤들과 건강하게 인사하려고 한다! 안녀엉. 일하는 밤, 글 쓰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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