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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03. 2015

#007. 앤트맨

가장 큰 아쉬움이 남고만 비운의 마블 캐릭터.

Title : Ant-Man
Director : Peyton Reed
Main Cast : Paul Rudd, Michael Douglas
Running Time : 117 min
Release Date : 2015.09.03. (국내)




01.

제작사 혹은 배급사의 영향력을 모두 떠나 지난 2000년 <엑스맨>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마블의 히어로들이 스크린으로 하나씩 옮겨오기 시작한 지도 벌써 햇수로 16년이 지났다. 물론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09년 "디즈니"가 마블 스튜디오를 약 40억 달러의 금액으로 인수함과 동시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라는 이름으로 <아이언 맨>을 처음 내놓으면서였다. 당시의 소문에 의하면 "디즈니"는 900여 개가 넘는 "마블" 소유 캐릭터들을 모두 사 들였으며, 두 번 다시는 "스파이더 맨"과 같은 전례를 이 시리즈물에서 남기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스파이더 맨"의 경우 그 이전부터 "소니 픽쳐스"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로 인한 판권 때문에  그동안 <어벤저스> 시리즈에 합류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자세한 사항들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두 회사는 판권 협약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02.

솔직히 말하면 "마블"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마블" 관련 히어로물들이 지속적으로 개봉하면서  그때마다 공부한 내용들을 알고 있는 게 전부라고 해야 할까? 영화라는 매체로 넘어오기 전까지는 "마블"이라는 존재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지금 역시 원작 만화들을 모두 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블"과 관련된 작품들이 쏟아질 때면 조금은 긴장하게 된다. 물론 원작이 존재하는 모든 작품들을 언급할 때는 영화로서의 작품이 재해석된 부분이 원작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마블" 작품들의 경우 그 내용이 너무나 방대하고 또 얽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영화 작품으로서의 "마블"만을 언급하자면 조금 자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이 작품 <앤트맨> 역시 딱 그 정도 선에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03.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동안 "마블"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세상에 나온 작품들이 보여준 퀄리티가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이 "마블"이라는 로고만 보더라도 관객들이 어느 정도 기대하는 부분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지난 히어로들, "아이언 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등의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앤트맨"이지만 이 작품이 개봉할 때까지 기다린 관객들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게 이 작품은  그동안 소개되었던 "마블"의 그 어떤 작품들보다 가장 실망스럽고 아쉬움이 큰 영화가 될 것만 같다. "앤트맨"이라는 존재가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에 얼마나 유명했는지에 대한 문제는 오히려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에는  그동안 "마블"의 히어로물들에서 조금씩 보이고 있었던 영화라는 매체로서 표현되는 히어로물의 한계점들이 오롯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


04.

그 전에, 이 영화의 전체적인 캐스팅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다. 솔직히 "페이튼 리드" 감독과 "폴 러드"의 만남은 쉽게 납득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동안 "케빈 파이기"가 "마블" 작품들을 프로듀싱 해 오면서 <아이언 맨>의 "셰인 블랙" 감독, <인크레더블 헐크>의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 등 새로운 인물들을 선택해 온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단 한 번도 감독과 주연 배우 모두를 이렇게 모험적으로 선택한 경우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페이튼 리드" 감독은 그의 필모그래피만 잠깐 살펴보더라도 이번에 <앤트맨>의 메가폰을 잡은 것이 얼마나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는 지 알 수 있다. 주연을 맡은 "폴 러드" 역시 오랫동안 연기를 해 오기는 했지만 <어벤저스> 멤버들의 다른 배우들을 떠올려 본다면 무게감이라는 측면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05.

영화라는 매체에서 "마블"의 히어로물들이 가지는 가장 큰 한계는 역시 "제한된 러닝타임"에서부터 비롯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미국)와 같이 4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을 가진 작품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평균 러닝타임은 2시간 남짓이다. 그렇다면 이 2시간의 시간이 왜 문제가 되는가? 다른 장르들과 달리 히어로물은 영화 초반부에서 필연적으로 영웅의 각성 혹은 성장에 대한 내러티브를 확고히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든 작품들이 그랬다. <스파이더 맨>의 "피터 파커"가 그랬고, <캡틴 아메리카>의 "스티브 로져스"가 그랬고, 심지어 애초에 신적인 존재였던 <토르>의 "토르"까지도 모든 캐릭터들이 말이다. 그런 와중에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넘어갈 때 쯤에는 히어로들만이 할 수 있는 초월적인 힘을 통해 관객들이 원하는 액션을 통해 스릴과 흥분을 선사해야만 하는 것이다. 과연 적당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이 많은 이야기들을 2시간 안에 치밀하게 구성해 낼 수 있을까? 실제로 <캡틴 아메리카>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현실적으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 <캡틴 아베리카 : 윈터 솔져> 두 편에 이어 설명해 내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내용으로 <어벤저스>를 이끌어 가야 하는 캡틴의 성장을 이해하는 것에는 분명히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작품 <앤트맨> 역시 같은 한계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으며,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그 한계가 더욱 두드러지는 듯 보인다.


06.

개인적으로는 그 한계가 두드러지는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앤트맨"의 실제가 되는 주인공 "스콧 랭"이라는 인물은 다른 히어로 캐릭터들에 비해 너무나도 약한 존재다. 후천적인 요인으로 인해 히어로가 된다는 설정만 두고 보면 <스파이더 맨>의 "피터 파커"와 가장 닮아있는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스콧 랭"에게는 "피터 파커"에게는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그의 딸인 "캐시"라는 존재. 언제나 그랬듯 히어로들의 가장 큰 약점은 주변에 지켜야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실제로 이 영화 "앤트맨"에서도 "캐시"는 "스콧 랭"으로 하여금 일련의 사건들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후반부에서도 이용되기는 하나 솔직히 딸이라는 존재를 이렇게밖에 이용하지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피터 파커"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제약이 있을 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스콧 랭"은 "앤트맨"이 되기 위해서 슈트를 입고 헬멧을 써야 하지 않나. 이렇게 미약한 존재를 히어로의 대열에 발맞추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개연성과 짜여진 사건들이 필요한 법이다. "스콧 랭"이 처음부터 왜 범죄자로 설정이 되었으며, "캐시"의 엄마는 하필 현직 형사의 집에서 머물고 있는 지 등에 대한 전반부 내러티브를 다시  생각해 볼  법하다.


07.

두 번째로, 이번 작품은 "앤트맨"이라는 영웅 하나를 각성시키고 조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콧 랭"은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이며, 심지어는 "앤트맨"이 되고 난 뒤에서 형체의 크기를 조절하는 능력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기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주변에 있는 조력자들에 대한 설명과 "앤트맨"과 그들 간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룰 시퀀스들을 별도로 관객들에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빡빡한 러닝 타임 속에서 어림잡아 7명은 되어 보이는 인물들을 모두 보여주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는 "행크 핌" 박사와 그 딸의 이야기, "호프"와 "스콧 랭"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심지어는 "스콧 랭"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모두 보여주고자 하니 실제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부분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 버리고 만다.(솔직히 "행크 핌" 박사가 딸에게 사과하는 장면에서 그렇게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평생을 원망하며 살아왔을 사람을 그렇게 쉽게 용서할 수 있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일정 부분은 들어내는 과감함을 보일 필요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08.

마지막으로,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이 작품 <앤트맨>은 자신을 모르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에게 스스로를 어필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만다. 내가 어떤 히어로인지. 어떤 방법으로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혹은 어떤 방법으로 적을 물리칠 수 있을지 말이다. 모든 히어로물들이 이런 과정이 필요하기는 하나, 다른 캐릭터들이 많은 설명 없이 보여주는 것만으로 직관적인 이해가 되었던 것과 달리 "앤트맨"은 그렇지 못한 부분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앤트맨"이 분명히 <어벤저스>의 일원이며 앞으로 그들과 함께 활약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팔콘"과 만나 대적하는 시퀀스는 이것이 아니고서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해석할 수가 없는 장면이다. 솔직히 이런 노골적인 모습들 때문에 이 영화가 쿠키 영상을 통해 후속 편에 대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앤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어벤저스> 시리즈, 가깝게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 등장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09.

물론 히어로물이라는 장르가 갖는 한계성을 떠나 이 작품 자체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은 너무나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마블" 시리즈 물 내에서의 자기 복제성과 함께 허구성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면 근본자체가 픽션(Fiction)인 SF 히어로물에서 무슨 허구성을 논하려고 하는 지 의문스러울 수 있지만, 어떤 사건이 "픽션의 영역"에 있는 것과 "사실과 다른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헬리콥터 신에서 작아진 "앤트맨"이 도약하기 위해 아이폰을 터치하는 순간 Siri가 작동되며 음성에 따라 음악이 재생되는 장면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다 알고 있다. 홈버튼을 1-2초 이상 눌렀을 때 Siri가 작동된다는 것을. 이것은 그 뒤에 나오는 슬로우 장면을 모방하기 위한 일종의 거짓된 장치일 뿐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 "앤트맨"이 대항하는 빌런(악당)의 유형 역시 우리가 그 이전에 <스파이더맨>의 "베놈"을 통해 이미 봐 왔던 모습이다. 글쎄 이미 다 알고 있는 플롯들을 히어로의 모습만 바꾸었다고 해서 다른 감흥이 생길까? 잘 모르겠다.


10.

물론 이 영화에서도 단 한 가지 신선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개미라는 존재만이 볼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표현을 작게나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 부분도 양적인 측면에 있어 아쉬움이 크다. 솔직히 "앤트맨"에게는 별다른 능력이 없다.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그나마 매력을 찾고자 한다면 그의 형태가 작아졌을 때 그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인데, 이 영화는 그 부분을 너무나 간과하고 있다. 차라리 그 옛날 코미디 <애들이 줄었어요>(1990)에서 그런 호기심을 더욱 충족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니 말이다. 그럼에도 마지막 전투 신에서는 이 부분을 활용해서 작아진 빌런인 "대런"이 타고 있던 토마스 기차가 정말 기차처럼 부서졌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냥 장난감 기차가 던져진  것뿐이었다는 시선의 전환과 같은 부분들은 좋은 캐칭이 아니었나 싶다.


11.

이렇게 글을 적다 보니 방금 번뜩하고 지나가는 게, "폴 러드"를 이 작품에 캐스팅 한 것이 어쩌면 <아이언 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코믹스러움을 벤치 마킹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 "폴 러드"는 많은 장면들에서 시종 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원작에서는 "스콧 랭"이라는 인물이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이 있으니 "폴 러드"에게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갖고 있는 시크함이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 자체가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12.

물론 어떤 작품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관객을 만족시킨다는 일은 단언컨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 기자들이 그렇게 목을 매는 1,000만을 넘은 작품들이 그랬고, 앞으로 2,000만이 넘는 작품들이 나와도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 작품 역시 나는 이렇게나 많은 아쉬움을 남겨 놓았지만 어떤 관객들에게는 소소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영화였을 지도 모른다. 다만, 이 작품을 재미있게 본 관객들에게도 이 작품을 이런 시선으로 본다면 또 이런 해석과 아쉬움이 존재할 수도 있겠구나.. 정도의 의미로 이 글이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내 기억에 당분간은 히어로물이 잠시 휴식기를 가질 것 같다. 대신 내년에는 우리가 정신도 못 차릴 만큼 많은 작품들이 쏟아질 테니 그 시간 동안 그동안 못 본 다른 작품들을 보며 심신을 가다듬어 보는 건 어떨까?


**영화가 끝난  쿠키 영상  편이 수록되어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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