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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10. 2015

#018. 머드

아저씨, 사랑이라는 건 어떤 건가요?

Title : Mud
Director : Jeff Nichols
Main Cast : Mattew McConaughey, Tye Sheridan, Reese Witherspoon
Running Time : 130 min
Release Date : 2013.11.23. (국내)




01.

이 작품이 등장하기 전까지 "제프 니콜스" 감독은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새롭게 나타난 유망한 젊은 감독이었다. <샷건 스토리즈>(2007)와 <테이크 쉘터>(2011)를 통해 그는 인간의 심리를 스크린으로 옮겨놓으며 섬세한 묘사를 보여주었던 바, "자비에 돌란" 감독에 한 발 앞서 칸 영화제의 총아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모든 작품들의 각본을 직접 쓰는 것으로도 알려져 뛰어난 연출력과 함께 주목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런 "제프 니콜스" 감독이 이 작품 <머드>를 준비하면서 "샘 페킨파" 감독이 "마크 트웨인"의 단편을 영화로 옮겨놓는 것과 같은 작품을 계획하고 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으니 평단의 기대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 "샘 페킨파" 감독은 <와일드 번치>로 유명한 60년 대 미 서부극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다.


02.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이 공개된 뒤 평단은 "제프 니콜스" 감독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과 이 작품 <머드>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쉬움들을 쏟아내기 바빠 보였다.  사실 이 작품이 아쉬움이 남지 않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나쁜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제프 니콜스" 감독의 공언과 함께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대단히 컸으리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북미 오프닝 성적 역시 고작 220만 불에 그쳤다.)


03.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내러티브들 간의 연결고리가 너무나 약하다는 점이었다. 그가 공언했듯이 이 작품이 "샘 페킨파" 감독과 "마크 트웨인" 작가의 만남과 같은 시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었을까? 물론 감독은 두 가지 요소를 영화 속에 담아내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 중남부를 가로지르는, 서부 개척 시대의 관문이었던 '미시시피 강'을 배경으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 대자연을 배경으로 그 곳에서 자라난 소년 "앨리스"의 성장통과 그를 둘러싼 사랑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하는 것들이 바로 그런 시도들이다.


04.

특히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시선은 주인공 "앨리스"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 개의 불안한 사랑에 대한 내러티브들이다. 강 어귀의 삶에 무료함을 느껴 아버지와 자신을 떠나 도시로 향하고자 하는 어머니와 그런 자신의 처지에 대해 푸념만 늘어놓는 아버지 사이의 사랑 하나. 사랑하는 여인 "주니퍼"를 대신해 살인을 저지르고 유족의 추적을 피해 미시시피 강 한 가운데의 섬 안에 숨어 살고 있는 "머드"의 사랑 둘. 그리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펄"과의 사이에서 느끼게 되는 첫사랑의 감정, 사랑 셋. 하지만 세 이야기에 대한 연관성이 부족하다 보니 각각의 내러티브만 빛나고 마는, 그가 처음에 공언했던 엄장한 감정적 동요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05.

물론 "제프 니콜스" 감독이 그런 것들을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고, 그 역시 세 이야기를 서로 연관시키기 위한 장치들을 미약하게나마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영화 속에서 "앨리스"의 부모가 불안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앨리스"와 "머드" 사이의 유대관계를 만들어 준 첫 번째 동기가 된다. 속마음을 털어 놓기에는 때론 낯선 이가 더 편하게 느껴지듯이 "앨리스" 역시 부모가 아닌 다른 의지할 곳이 필요했을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부모가 보여주지 못한 "머드"의 "주니퍼"에 대한 깊은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에 깊이 개입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고. 그리고 이 부분들이 바로 감독이 의도한 4번 이야기에서의 사랑 하나와 사랑 둘의 연결 고리가 아니었을까.


06.

"앨리스"가 마트 앞에서 "주니퍼"를 만나기 직전, 평소 자신이 흠모하던 "펄"에게 추근덕대는 남자를 주먹으로 치는 장면 역시 4번 이야기의 사랑 둘과 사랑 셋을 연결하는 또 다른 장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앨리스"가 "머드"의 "주니퍼"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에 감정을 빼앗긴 것이 결코 우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앨리스"의 환경적 상황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본성적으로 두 사람은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영상 속에서 묘하게 오버랩되는 두 사람의 행동이 그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07.

"앨리스"가 모터를 훔친 사건을 두고 그의 아버지가 보이는 반응을 보자. 아직 자식을 낳아 길러 본 경험은 없지만 확실히 알고 있는 것 하나는 부모와 자식 간의 사이 역시 타인과의 사이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 중 하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자식 간의 특수성 혹은 가족의 울타리 등을 들먹이며 평소에 그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야 부모 행세를 하려고 든다. 그리고 그런 사건은 꼭 자식의 실수로 인한 부정적인 사건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자식의 부정적인 행동은 부모에게도 부정적인 이미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글쎄, 나는 그것이 부모의 "관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불똥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끼칠까 걱정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영화 속 "앨리스" 아버지의 행동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닐까?


08.

영화를 보고 난 뒤 한참을 생각하게 한 부분이 있었다. "주니퍼"는 왜 그를 따라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두 사람의 관계는 "머드"가 믿고 있었던 관계가 맞았을까? 혹시 "머드"가 아니라 "톰"의 말대로였던 건 아닐까. 영화 내내 "머드"의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앨리스"가 그녀를 데리러 다시 오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순간적으로 "주니퍼"가 지어 보였던 표정 때문이었다.


09.

"앨리스"는 "머드"라는 남자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에 있어 전에 없던 여러 가지 많은 질척거림을 경험했다. "펄"에게 자신의 첫 연정을 무시당했던 일도, 부모의 이혼 문제와 관련된 일도, 모터를 훔치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한 총격전에 휘말리기까지. 어쩌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또 다른 메시지는 인생의 질척거림 그 자체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질척거리는 것이 인생이기는 하지만 헤쳐나가다 보면 결국엔 목표하는 바에 도달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머드"는 해안으로 향할 수 있었고, "앨리스"는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10.

"앨리스" 역의 "타이 쉐리던"은 아직 20살이 채 되지 못한 아역이다. 이미 베네치아 시상식에서 신인 배우들을 격려하기 위해 주는 상인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상"을 수상한 바 있는(우리 나라에서는 <오아시스>의 문소리가 수상했던 적이 있고, "제니퍼 로렌스", "밀라 쿠니스" 등이 수상했다.) 유망한 배우다. 아직 큰 작품에서 타이틀 롤을 맡을 정도의 배우는 아니지만 앞으로 계획된 영화만 7편이 넘으니 필모그래피를 잘 다듬어 매력 있는 성인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1.

"머드"가 머무르고 있는 작은 섬은 외부로부터 두 사람의 밀회를 감추어주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자, "앨리스"가 자신의 불안한 시기로부터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던 공간이다. 또한 "머드"에게는 누군가로부터의 도피처이자 새로운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던 공간이기도 하다. 이 이름 모를 섬이 위치하고 있는 곳은 바로 '미시시피 강'이다. 그리고 이 강이 흘러온 유구한 세월을 영화 속 인물들의 세월 위에 얹어놓을 수만 있다면 결국 이 영화 속 작은 섬이 의미하는 바는 각자의 인생 속에서 방황하며 멈추어 서 있었던 곳 어딘가가 아니었을까? 해안을 향해 떠난 "머드"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 속에서 한 번씩 뒤돌아 볼 그런 순간의 지점 말이다.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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