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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Aug 29. 2015

#002. Forrest Gump

Life was like a box of chocolates.

Title : Forrest Gump
Director : Robert Zemeckis
Main Cast : Tom Hanks, Robin Wright
Running time : 142 min
Release Date : 1994.10.15. (국내)




01.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1986년 출판된 동명 소설을 베이스로 제작된 영화다. 하지만 각본가 "에릭 로스"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 영화는 원작 소설과 사실상 다른 전개를 보여준다. 감독에 따르면 그들이 원작 소설에서 가져오고자 했던 것은 첫 번째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두 번째가 환상적인 모험과 관련된 스토리였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는 소설에 없었던 몇 가지 이야기들, 어린 시절 다리의 철심 이야기, 국토 일주 등과 같은 이야기를 추가했고, 소설에 있었던 "서번트 신드롬"과 같은 요소들은 제외했다.


02.

이 영화는 감독인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에게 최고의 시절을 선물했던 영화라   있을 정도로  반향 일으켰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이미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로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5,500만 불의 제작비로 월드 와이드 7억불(당시 박스 오피스 수입만 6억 7,700만 불) 가까이의 수입을 벌어들였으니 영화가 공개된 1994년도의 헐리우드는 그의 발 아래에 놓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3.

사실 이 영화가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에는 영화의 작품성만큼이나 당시 미국이 보였던 사회적 분위기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1990년대 초반의 미국은 걸프전과 이라크전, 두 번의 큰 전쟁 참여로 뒤숭숭해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 폭발에 힘입어 경제 성장에는 끝을 모르는 가속이 붙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 상황에서 "포레스트"라는 한 인물의 인생을 통해 20세기 미국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음과 동시에 따뜻함을 전달할 수 있었던 이 영화의 힘은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에 충분.


04.

서사적 구조로 따져보면 <포레스트 검프>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대척점에 놓여 있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 작품의 경우에는 어느 시점의 <포레스트 검프>과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경우에는 인물의 일생을 직접 뒤따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차이가 있기는 하다.


05.

이 영화가 아주 영리하다고 느껴지는 포인트는 바로 "포레스트"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부분에 있다. 일반적이라면 허황스럽게 느껴질 법한 역사적 사실과 결합되는 에피소드들을 '저능아의 회고'라는 방식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 일 수 있는 여지를  놓는다. 첫 장면에서 버스 정류소에서 "포레스트"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아주머니가 처음엔 매우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점점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과정과 같은 모습이다.


06.

그리고 "포레스트"라는 인물을 "저능아"로 설정한 것은 영화가 그의 순진하고 단순한 사고에 기대어 각 에피소드 속에서 드러나는 사회의 부조리함들을 반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 표면적으로는 저능아의 단순한 푸념처럼 들리는 "포레스트"의 독백이지만 그 속에는 그 시기를 바라보는 대중의 날카로운 비판이 함께 묻어 있다.


07.

사실 영화는 개봉 시기의 평균적인 러닝타임에 비하면 다소 긴 호흡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데 감독은 이 부분을 장면의 반복적인 표현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영상의 반복적인 장면은 관객들로 지루함을 더 크게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반대로 이 익숙함을 통해 "포레스트"라는 인물의 정형적 성격을 더욱 진하게 표현함과 동시에 관객들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첫 등교 시점과 입대 시점에서 오버랩 되는 버스 신과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을 피해 달리는 장면과 같은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08.

<포레스트 검프>는 전체적으로 운명론적인 관점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영화 속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가 되어 버린 "Life wa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역시 같은 선 상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운명론적인 관점을 통해서도 이 영화의 많은 부분들이 설명이 가능하다.


09.

먼저 운명론을 견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는 운명만으로 가능한 것은 없다고 이야기 한다. "포레스트"의 엄마가 임종을 맡기 전 자신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원초적인 운명이라 할 수 있는 가족의 관계를 위해서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뿐만 아니라, 저능아로 표현되고 있는 "포레스트" 역시 조금 모자라기는 하지만 자신 앞에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지각된 행동이었든, 지각되지 않았던 행동이었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10.

두 번째로, 이 영화의 운명론적인 시각은 "포레스트"의 삶을 지탱해 주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현실 속에서 살아있게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아무런 계획도 생각도 없지만 승승장구해 나가는 "포레스트"와 달리, 어려운 삶 속에서 언제나 큰 꿈을 갖고 노력을 하지만 "제니"와 "버바"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제니"라는 인물 역시 유명 스타가 되고자 했고 나름대로 여러가지 노력들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운명은 자신이 원했던 길로 이끌어 주지 않는다. 베트남 전쟁에서 만난 "댄" 소대장의 운명 역시 그리 녹록치 않았다. 영화는 이 대비되는 캐릭터들의 운명을 통해 현실 속 모든 이가 "포레스트"와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이 영화가 "포레스트"를 통해 삶의 희망과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또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다.


11.

마지막으로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정해져 있고, 개인의 노력이 운명을 개척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인생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살 만하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새우잡이 배의 만선을 꿈꾸던 "버바"는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 했지만 "포레스트"를 통해 그의 꿈을 이루었고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었고, "제니" 역시 그녀의 삶은 너무나 힘겨웠지만 "포레스트"라는 인물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리틀 포레스트"를 세상에 남겨놓고 떠날 수 있었다. 사라진 두 다리로 인생을 버리려고 했던 "댄" 소대장이 "버바검프 회사"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12.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질감과 어떤 아쉬움이 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각 에피소드마다 한 가지만을 향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포레스트"의 모습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옛 말이 되어 가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아직도 어떤 목표 하나만을 향해 묵직히 나아가는 사람의 미래가 보장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시절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13.

처음 이야기 했던 것처럼 영화는 "포레스트"라는 인물의 전기를 통해 20세기 미국 역사의 많은 부분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앨비스 프레슬리"나 "존 레논"과 같은 인물들은 물론, "베트남 전쟁", "흑인 인종 차별"의 역사적 사건들, 미국과 중국의 "핑퐁 게임"이나 "워터게이트 사건"을 묘사적으로 표현한 부분들까지.  뿐만 아니라 영화는 사랑에서 전쟁, 종교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법한 사상들을 여럿 건드리고 있지만 결코 깊게 파고드는 법은 없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이 영화가 어떤 한 부분에 편협되지 않고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커다란 힘이 된다.


14.

영화의 장면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두 가지 정도가 될 것 같다. 먼저 "제니"가 불행한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뛰어내리려던 순간의 장면. 그녀는 결국 뛰어내리지 못하는데 어쩌면 그 순간 그녀는 어릴 적 자신이 "포레스트"에게 외치던 말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un. Forrest. Run !!".


15.

그리고 "포레스트"의 엄마.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결코 한 번도 내색한 적 없었던 인물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포레스트"가 사회 속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포레스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까지 언제나 같은 곳에서 사회에서 돌아 온 "포레스트"가 쉴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 듯이, 그녀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지듯이 그 기다림이 영원하지는 못했다는 것에 가슴이 아린다.


16.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 것이 있다. "포레스트" 자신은 스스로의 모자람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것 말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포레스트"가 자신의 아들을 처음 만나자마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표현된다. "리틀 포레스트"를 처음 만나자마자 그가 떠올린 부분이 그 아이가 자신처럼 저능아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던 것. 이 짧은 순간 보여지는 "톰 행크스"의 표정은 그의 일생을 모두 보여주는 듯 하다. 그가 일생을 열심히 살았던 것은, 그의 모든 삶이 그랬던 것처럼, 그냥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뿐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는 그 일생이 얼마나 고되고 상처가 많은 날들이었는 지 마음 깊숙히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17.

이 글을 처음 시작하면서 이 영화가 미국 사회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점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흥행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포레스트"라는 인물의 삶을 통해 인류 보편적으로 다양한 모습들을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은 현실 속 청년들이 더 이상 "포레스트"와 같은 삶을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포레스트"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하나의 꿈으로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 재회 장면에서 나오는 미 국회의사당과 Reflecting Pool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와 <엑시덴탈 러브>에서도 등장한다. 찾아보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글을 바탕으로 재구성 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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