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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Jan 25. 2022

일단 쓰는 글 6.

미안한 마음.

이 매거진 <일단 쓰는 글>은 사전의 구조 작성이나 탈고 같은 글쓰기의 앞뒤 과정 없이 책상에 앉아마자 바로 떠오른 마음이나 생각을 단숨에 써 내려가는 글입니다. 가장 처음의 글에서 밝힌 대로,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면 쓰려고 하다가도 포기하게 되는 마음이 생기곤 하더라고요. 이렇게라도 어떻게든 모아놓으면 언젠가 고쳐 쓸 글감이 생기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일단 쓰고 있습니다. 


6. 지나온 시간 속에 홀로 남겨 두고 온, 누군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되짚어보자면 어떤 마음이 제일 먼저 떠오를까? 특정인 누구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동일한 행동의 다발을 고르는 쪽의 이야기라면 나는 떠오르는 게 꼭 하나 있다. 결혼식이다. 나는 결혼식에 자주 참석하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아니, 그런 종류의 사람이란 게 따로 있을까? 참 우습고 부끄러운 분류법이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들이 꽤 있지만, 결혼식이 열리는 주말에 일이 겹치는 경우가 참 많았다. 어딘가에 적을 두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라도 일을 더 해서 이 분야에서 내가 설 자리를 만들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제안해 오는 일들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일을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더 그랬다. 더구나 학교에서도 어디에서도 나는 동생들보다는 형, 누나들과 더 가까이 지내는 타입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나의 지인들은 내가 30대 초반이던 시절, 이제 막 일을 시작하던 시절에 결혼을 많이 했었더랬다. 그래도 어떤 결혼식들은 같이 아는 지인들이 참석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축의금이라도 보낼 수 있었다. 그런 결혼식은 마음의 짐을 좀 더는 셈이다. 문제는 내가 직접 가지 못하면 축의금조차 전달하기가 힘든 경우들.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결혼식이 끝나고 따로 만나 작은 선물이라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또 그게 생각처럼 여의치가 않더라. 결혼식에 초대를 받고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부채감에 서로의 마음이 이미 약간 서먹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제대로 처신하지 못했던 나의 완전한 잘못임을 이제는 안다. 미안한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이후의 마음도 정확하게 전달했었어야 하는데. 혼자 망설이다 뭉개버리고 만 마음들이 적지 않았다.


나름대로는 그런 미안한 마음들에 대한 부채감을 해결하고자 부고 소식에는 어떻게든 참석했다. 정해져 있는 한두 시간 내외의 결혼식보다는 참석할 수 있는 시간의 범위가 조금 더 넓고 자유로운 점이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일을 끝내고도 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기도 했고. 그때의 생각으로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축하를 받아야 하는 이의 마음보다 슬픔을 겪는 이의 마음을 조금 더 챙기는 게 맞는 일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에야 당시의 솔직한 마음을 헤아려 보면, 양 쪽 모두를 챙기는 쪽으로 어떻게든 애를 쓰면 가능했었을 것 같기도 한데, 조금 나이브했던 면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그렇게 자신이 편한 대로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도 하는 법이니까.


다시 생각해도 그때의 그 마음들이 참 아쉽다. 언젠가 하게 될 내 결혼식에 오지 않을 이들의 발걸음이 아쉬워서는 조금도 아니다. 슬퍼하는 마음만큼이나 축하받는 마음 역시 소중할 터인데, 당시의 나는 그저 내가 처한 상황만을 생각하고 스스로가 편한 대로 결정을 했다. 차라리 그들을 향한 관계에 대한 애틋함이나 축하의 마음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면 지금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일조차 없었겠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일이 지금에야 미안함과 아쉬움으로 크게 남는다. 그 한 번의 (하지 않았던) 표현 때문에 어떤 관계는 이제 더 이상 붙을 수 없는 거리 너머로 떨어져 나가 버렸고, 또 어떤 관계들은 형식적으로 안부를 묻기는 하지만 금방 끊어져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사이가 되기도 한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혹자들은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런 일로 떨어져 나갈 사이 같으면 꼭 그 일이 아니었어도 그렇게 되고 말았을 것이라고. 그래.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했을 때, 내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일이 사이가 서먹해진 가장 커다란 계기가 된 것 같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처해있는 상황을 잘 설명하고 추후에라도 마음을 잘 전달했으면 하고 말이다.


물론 수없이 미안한 마음들이 더 있다. 꼭 결혼식과 관련한 마음들만 그러할까. 그래도, 올해부터는 양쪽 모두를 잘 들여다보고 싶다. 단순히 모든 결혼식에 꼭 참석하겠다! 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못할 때에는 더 마음과 애정을 쏟아 꼭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이다.


가까이에 있는 마음과 달리,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음의 온도는 더 헤어리기 어려운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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