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는 이미 끝나버렸지만.
며칠을 고민했다. 어떤 내용으로 이 글을 시작해야 할까. 자신의 성향 탓이기도 하다. 언제나 서론이 길고 무엇이든 그냥 시작하지 못하는 나는, 항상 처음이 어려운 편에 속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2022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난 지도 벌써 3주가 넘어가는 시점에, 이제야 이 글을 쓴다. 물론 다녀와서 일이 좀 많기도 했다. 강의에, 지방 수업에, 그만두려고 했던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일을 가리지 않고 받다 보니 정신없는 상황이 이어졌고, 부모님 두 분도 모두 큰 병원을 다니게 되시는 바람에 맏아들 노릇도 조금 했다.
이 글 역시 처음에는 장황하게 많은 이야기를 썼다. 작년 8월부터 시작된 상실의 연속. 그 안에서 느낀 수많은 감정들. 쓰다가 모두 지웠다. 이 글의 시작만큼은 무겁고 어둡고 싶지 않았다. 이야기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은 전달자가 아니라 수용자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어떤 방식으로 쓰더라도 알아차리는 사람은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사람은 이해하게 되더라는 뜻이다. 한 가지만 굳이 밝히자면, 원래도 바쁜 열흘의 영화제 일정이지만 이번 영화제는 정말 앞뒤 없이 일정을 꽉꽉 채워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영화제 일정을 내려가서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하고 돌아온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열흘의 일정 모두를 센텀시티 안에서만 보냈다.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영화제에서, 좋아하는 영화에 둘러싸여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무언가 찾기 위해 절실했다는 뜻이다. 영화제를 가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킬 수 없다고 여겨지는 이 직업을 그만 둘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올해 영화제에 프레스(Press)로 참석한 것은 '내가 이 직업을 앞으로도 사랑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영화를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태어나 처음 가진 작은 의문을 피하지 않고 직접 마주하기 위함이었다. 이 기록은 그 과정에 대한 증명과도 같다. 내게는 그러하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영화제의 열흘이 어떤 모습인지, 또 그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했던 사람의 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사랑으로 비치기를 바란다.
무용하고 쓸모없지만, 사랑은 역시 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 가운데 가장 반짝거리고 믿을 수 있는 감정이니까.
*간단히 쓴다고 썼지만 이것도 무겁다. 나는 참 문제다.
**틈틈이 원고 작업을 했고, 기사/잡지 등의 릴리즈 리뷰, 원고를 포함해 60여 개의 글이 완성된 상태다.
***영화제를 다녀온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일에 몰두하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주어지는 모든 제안을 받아서 해내고 있다. 고민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모두-. 마지막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