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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Nov 22. 2022

10. [DAY 02] 영화제 데일리 2일 차.

나의 취향은 <슬픔의 삼각형>보단 <아마겟돈 타임>




게스트 예매.


지하철을 타고 센텀시티 역에 도착하니 딱 8시 26분이다. 매일 오전 8시 30분이 게스트 예매 열리는 시간이라 지하철에서 내리기 직전에 노트북을 꺼내고 핫스팟을 켜고. 내리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지하철 플랫폼 벤치에 앉아 예매를 먼저 한다. 어제는 낭만이니 뭐니 했지만 이렇게 하니 훨씬 편하고 더 쉽기는 하다. 원래대로라면 센텀시티역에서 비프힐까지 급한 마음으로 엄청 뛰어가서, 이미 줄을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한숨을 쉰 다음에, 혹시 9시 영화가 잡혀있으면 그 시간 전에 줄이 줄어들기 바라는 마음과 예매하고 싶은 표가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다가 결국에는 한두 장 정도는 실패하고 일반 예매 취소표를 또다시 기다리는 상황이 이어지니까. 심지어 온라인 예매를 하니 실패하는 예매도 없을 정도로 편하고 간편하다. 간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의 마음.


첫 상영작, <아마겟돈 타임>


오늘 아침 부산에는 비가 내렸다. 많이는 아닌데 그렇다고 무시하고 맞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어서 지하철역에서부터 우산을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11시 전후로 비가 그친다는 예보를 보고는 일단 그냥 소향 시어터로 향한다. 지하철 역을 나올 때는 그래도 많이 오지 않았는데 길을 건너야 하는 주차장 쪽까지 올라오니 비가 제법 내린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쫄딱 젖을 정도로 내리지 않는 것에 감사하기로. (19년도였나? 영화제 일정 중에 태풍이 부산을 덮친 적도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방금 예매한 내일 티켓을 먼저 발권해 두려고 하니 소향 시어터 안에 있는 발권기가 고장이 나서 지금 당장은 안된다고 한다. 일단 입장.


앉아서 영화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허문영 집행위원장님이 무대에 올라오셔서 대뜸 사과를 하신다. 알고 보니 이 회차가 예매권 보상용으로 추가된 회차였던 거다. 본격적으로 상영이 시작되는 첫날에, 첫 시간 영화다 보니 직접 무대에 올라 사과의 말씀을 다시 하신 거다. 나는 이런 게 좋다. 나쁘게 보면 구색 맞추기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사과를 하고 마음을 전하는 데 있어 과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허례허식은 그렇게도 챙기면서 말이지. 그러면서 하시는 이야기가 오늘 잘 왔다고. 이 영화 <아마겟돈 타임>은 자기가 지난 칸느 영화제에서 본 25편 정도의 작품 중에 최고였다고 한다. 이 영화만 봤어도 이 영화제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할 만큼. 조금 기대도 했었지만 영화 상영 직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더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렇게 난리를 치고 해서 영화를 한 타임 어렵게 더 잡아줬더니 결국 영화관이 텅텅 비어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 절반 정도 찼으려나. 아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영화제 직전에는 예매권으로 예매가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고, 이 이슈로 몇몇 영화들이 추가 상영된 바 있다.)


아마겟돈 타임은 역시 좋았다. 이에 대한 생각은 긴 글(리뷰)로 남겼으니 여기에 굳이 다시 적지는 않겠다.


[아마겟돈 타임 리뷰]


JM 커피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비가 전부 그쳤다. 역시! 소향에서 티켓을 전부 정리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줄을 서 있는데도 계속 문제가 생기는지 답답무소식이다. 빨리 포기하고 메인 부스로 갔더니 여기가 훨씬 여유롭고 빠르다. 거기서 계속 기다렸으면 큰일 날 뻔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타이트했으니까. 신세계 지하에 가서 유부초밥을 하나 사 먹고 (신세계 지하 유부초밥은 영화제 내내 최소 10끼는 해결하게 될 간편하고 든든한 식사다.) 정말 오랜만에 JM커피에 가서 커피도 마셨다. 예전에는 바닐라빈 라테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그건 없는 것 같아 아쉬웠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잘 모르겠단다. 마지막으로 여기 JM커피를 온 게 3년 전이니 그럴 만도 하다. JM커피 바닐라빈 커피 맛있었는데..


첫 CGV, <슬픔의 삼각형>, <어느 멋진 아침>


막간을 이용해 작업을 하다가 영화 시간이 되어서 <슬픔의 삼각형>을 보러 CGV로 올라간다. 올해 첫 CGV다. 영화는 그렇게 어렵게, 구하고 싶어 했던 것과 다르게 그냥 그랬다. (이 영화 티켓을 어떻게든 구하려고 혹시 몰라서 일반 예매까지 해놨었다.) 그저 2부에 등장하는 충격의 구토 장면 때문에 비위가 상했다고나 할까. 무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는 알겠지만 그 표현 방식이 썩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오늘 본 영화 중에 <아마겟돈 타임>이 최고였다고 하면,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어느 멋진 아침>이 그다음이다. 레아 세아두의 연기도 좋았고, 그녀를 둘러싸고 관심을 갈구하는 모든 설정들이 짜임새가 있어 더 좋았다. 지난 작품 <베르히만 아일랜드>는 사실 의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영화 자체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이 훨씬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세기 소녀>까지 한 시간 가량 남았길래 오늘 송고할 <아마겟돈 타임> 원고를 급하기 쓰기 시작한다. 올해 영화제 기사의 목표는 하루 평균 1.5건의 기사를 송고하고 모든 자료를 완성시킨 상태에서 폐막식을 맞이하는 것이다.


[어느 멋진 아침 리뷰]



그래도 컨디션이 나아져서.


영화제 오기 전에 열흘 자리를 비운다고 몇 가지 일을 좀 마무리 짓고 온다고 무리를 해서였을까. 사실 어제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에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았다. 그래도 어제 개막식만 대충 보고 돌아와서 푹 쉬어서 그런지 오늘은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는 하루에 4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일정이 계속될 예정이기에, 컨디션이 도와주지 않으면 낭패를 겪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영화제 일정을 그렇게 보낼 수는 없지! 어쩌면 몸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내가 나댈 때가 아니야! 하고)





*이 글은 영화제의 하루를 기준으로 작성됩니다. 영화제가 시작되는 날 아침에 작성한 짧은 기록과 일정이 적힌 '행사 일정 글'과 당일의 일정에 따른 '영화 리뷰와 행사의 내용 및 인터뷰 글', 그리고 영화제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기록한 '데일리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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