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그라운드 큐레이션 리플레이 상영 6 : 돌이켜 생각하면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깊은 밤, 딸 예리(김노진 분)가 술에 취해 길에 널브러져 있다는 연락을 받고 엄마 화정(이언정 분)은 급히 차를 몰고 나선다. 핸드폰에서 자신의 번호까지 지운 채로 집을 나갔던 예리. 그런 딸이 뭐가 좋아서 이렇게 찾아 나서는지 알 수가 없다. 현장의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해 보인다. 타고 나갔던 차는 어디에 갖다 버렸는지 알 수도 없이 만취가 되어 인사불성인 그녀.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한 채로 바람을 펴서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남자친구는 죽어도 싸다는 알 수 없는 말만 되풀이한다. 신고자로부터 딸을 어떻게 키웠길래 저렇게 나다니냐고 모진 말까지 듣지만 할 말이 없는 화정. 밤 사이 딸 예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잘못을 어디까지 감추고 숨겨줄 수 있을까? 그 대상이 단순히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조금은 더 특별한 단어로 묶여있는 경우라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더 복잡해진다. 영화 <미드나잇 블루>는 여기에 놓인 질문과 대답의 경계를 파고드는 작품이다. 정확히 알 수 없는 딸의 지난밤 행적 앞에서 엄마는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존재가 된다. 조건 없는 사랑과 강인한 책임감 뒤로 파고드는 어두운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다. 이다나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그르게 수습하는 이야기’라고 한 마디로 설명하고 있다.
딸의 자동차 옆에서 발견한 남자와 머리 뒤로 피를 흘리며 숨도 쉬지 않는 것 같은 그의 상태. 술에 취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딸을 뒤로하고 마주한 상황 앞에서 화정은 홀로 수습해 보고자 노력한다. 딸이 정신을 잃은 시간, 그 공백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든 메우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딸의 미래는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 신고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딸의 잘못을 덮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되는 데까지만 해. 너무 열심히 하니까 일을 망치잖아.”
영화는 그녀가 하나의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의 이면에 또 하나의 설정을 감춰놓는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많은 부분 제대로 신경 써주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빚진 마음이다. 이 설정은 극 중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파편처럼 영화 곳곳에 던져져 있다. 가정을 꾸리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을 존재의 타협할 수 없는 양면이 위 대사 속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조각들이 하나가 되어 극의 마지막에서 합쳐지는 순간, 딸은 왜 엄마에 대한 미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 또 엄마는 그런 딸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쉽게 놓지 못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미드나잇 블루. 완전히 검지도 않고, 그렇다고 밝은 빛이 맴돌지도 않는 오묘한 색깔.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영화가 드러내는 영상 속 컬러감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두 모녀의 관계를 표현하기에도 적절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걱정스러우면서도 어둡고 고독한 색의 의미가 두 사람이 지나온 과거를 대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다나 / 한국 / 2022 / 20 Mins
이언정, 김노진, 이시형, 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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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한 인디그라운드(Indieground)의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리플레이 상영 ‘돌이켜 생각하면’ 중 한 작품입니다. 2023년 11월과 12월의 순차적 상영을 통해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회원 가입 후 시청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