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영준 Dec 04. 2023

[SIFF 2023] 배우 임도현이 해를 기다리는 방법

2023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 로컬 시네마 1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현(임호경 분)은 자신이 출연했던 단편 영화로 칸영화제까지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래도 독립영화 쪽에서는 꽤 알아주는 배우였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는 것. 그는 지금까지도 커다란 영화제의 포스터를 현관문에 붙여두고, 칸에서 사 온 머그컵을 사용하며, 세계적인 스타 틸타 스윈튼과 함께 잔을 기울였던 때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지금 그의 일상은 백수에 가깝다. 코로나로 인해 촬영이 잘 잡히지도 않고, 그를 찾는 연락도 거의 오지 않는다. 배역이 주어지지 않는 배우는 이제 프레임 속의 인물이 아닌 프레임 바깥의 일상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영화 <배우 임도현이 해를 기다리는 방법>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많은 극장이 문을 닫고 영화 작업이 미루고 취소되며 자신의 자리를 잃은 영화인들의 모습을 일부나마 담아내기 위해 시도되었다. 실제로 영화는 카메라 바깥에 위치한 촬영감독의 목소리로부터 시작된다. 특정 지점마다 화면 안의 도현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에 그가 대답하는 인터뷰 형식이다.


배우의 이야기는 미술 작업을 하는 친동생(임지선 분)이 당분간 제주의 예술가 레지던스가 아닌 서울에서 지내겠다고 선언하며 계속된다. 그녀를 대신해 내려간 제주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또 무엇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지금으로서는 배우라는 직업으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다고 해서 생이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부분에 있다. 극 중 도현 역시 마찬가지다. 배우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 뿐, 그의 시간도 큰 문제없이 흘러가기는 한다. 다만 그의 두려움은 무엇인가 흘러가는 대로 이어지고 있는 듯한 인생의 일면에서 기인한다. 영화의 컷 전환이 생각보다 빠르고 급하게 이어지는 것에도 그런 심리가 표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굶어 죽더라도 연기는 연기인 거고, 돈은 돈인 거잖아.”


영화의 마지막에서도 명확한 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는 그저 계속 걸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선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의 마지막 표정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힘이 조금 부쳐 보이기는 했지만 무력하게 느껴지지 않던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언젠가 꼭 자신의 자리를, 연기로 다시금 자신을 표현해 낼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이 응원의 마음은 지금도 화면 바깥에서 자신의 자리를 끊임없이 맴돌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도 조금씩 나눠주고 싶다.



로컬 시네마 1


황지은, 임지선, 임호경 / 한국 / 2022 / 극영화 / 12 Mins

황지은, 임지선, 임호경 (감독과 배우 동일)

매거진의 이전글 [SIFF 2023] 그녀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