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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Dec 05. 2023

[SIFF 2023] 후회하지 않는 얼굴

2023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 로컬 시네마 1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재경(강진아 분)은 인하(홍승이 분)로부터 남편 철우(이승현 분)가 친구 선우(주인영 분)와 연인 관계로 지내오고 있다는 이야길 전해 듣게 된다. 초대로 방문한 인하의 작업실에서 마주하게 된 불쾌한 진실. 그 감정은 오롯이 재경의 것이어야 하지만 이후의 상황은 상식 밖의 모습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아직 그것도 눈치채지 못했냐며 이런 이야기를 먼저 전해야 하는 자신의 입장이 불편하다는 듯한 인하의 태도는 아주 가벼운 수준이다.


노영미 감독의 연출작 <후회하지 않는 얼굴>에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재경과 그의 남편 철우, 친구 선우, 아는 선배 인하 그리고 미지의 인물인 희영(김니나 분)까지. 다만 영화는 다른 모든 인물을 재경과 면대면의 상태로 등장시킨다. 딱 한 장면에서 인하와 희영이 함께 재경을 마주하기는 하지만, 의미적으로 특별히 다른 목적을 갖지는 않는다. 각각의 장면에 항상 머무는 재경과 대비하며 차례를 바꾸어가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아마도 표정. 영화는 그들이 가진 일관된 표정 하나를 극의 한가운데에 놓고 이를 계속해서 마주해야 하는 재경의 얼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 위에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확인해야겠다고 다짐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불륜의 당사자인 두 사람은 그저 뻔뻔한 표정과 행동으로 재경 앞에 선다. 자신은 진실한 사랑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고 그저 속이고 있어 미안했다는 친구 선우와 그저 실수였을 뿐이니 이해해 달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남편 철우의 모습. 재경은 이기적이기만 한 그 태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가늠하지 못하는 듯하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기대되는 행동이나 태도, 말과 표정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그에 조금도 부합할 생각이 없다. 영화가 지속적으로 재경의 얼굴을 들여다보지만 특정한 감정은 드러나지 않는 듯하다.


영화가 그녀의 표정을 처음으로 포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다. 의문의 인물인 희영과 재경이 마주하는 순간에 비로소 어떤 표정 하나가 떠오른다. 그 위에 놓인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영화는 자신의 모든 순간을 이 한 장면만을 위해 나아왔고,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본 이라면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나의 감정은 아닐 수도 있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 얼굴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겁한 이들에게도 떠오르지 않던 그 표정을 재경이 가질 필요는 조금도 없다.



로컬 시네마 1


노영미 / 한국 / 2023 / 극영화 / 26 Mins

강진아, 이승현, 주인영, 김니나, 홍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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