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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Dec 07. 2023

[SIFF 2023] 캐쉬백

2023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 페스티벌 초이스 단편 6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남자가 자신의 몸만 한 가방을 들고 도시의 밤을 누비며 중고 거래를 이어간다. 그가 지금 필요한 돈은 200만 원. 어떻게든 이 금액을 맞추기 위해 집에서 돈이 될만한 물건은 모두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이 급매로 내놓은 물건을 사서 친구에게 되파는 일까지 하는 걸 보면 돈이 급하긴 한 모양이다. 중고거래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빠른 시간 안에 빨리 돈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는 더욱 어렵다. 평소 같으면 거래를 취소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법한 상황들도 최대한 성사되기를 바랄 뿐이다.


영화 <캐쉬백>은 중고 거래라는 소재를 중심에 놓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관계와 서사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고우(이태우 분)라는 이름의 남자다. 그의 중고 거래는 6시간 전에 나눈 전화 통화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로부터 어떤 물건 하나를 구입하기로 한 그는, 내일 아침까지만 그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다. 심지어 현금 50만 원을 더 줄 테니 꼭 자신에게 넘겨달라는 것을 보면 쉽게 구하기 어려운 물건 같아 보인다. 어렵게 약속을 받은 듯한 그에게 남은 시간은 6시간뿐. 중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그의 중고 거래가 시작된 이유다.


이 작품은 여러 지점에서 ‘긴장감’을 극의 주된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의 접촉을 기반으로 하는 중고 거래의 특성상 발생하는 감정이다. 상대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또 구매를 정말 할 것인지와 같은 여러 불확실한 부분들이 극의 긴장을 유발한다. 영화적으로는 빠르게 전환되는 컷과 편집이 이를 강화한다. 특히 신이 바뀔 때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은 인물이 이렇게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관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주입시키는 장치가 된다.


중고 거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군상들 역시 극을 구성하는 주요 서사에 해당된다. 판매자가 불편하고 당혹스러울 정도로 거칠고 매너가 부족한 구매자들의 모습은 중고 거래라는 행위의 특성을 드러내는 부분이자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지점이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우표 구매자와의 에피소드는 고우가 목표로 했던 금액을 모으기 직전에 발생한 사건으로 작은 학 우표 하나를 분실했다는 이유로 모든 계획이 무너질 처지에 놓인 인물의 절박함을 극대화하는 장면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의문이 남는 것은 그래서 인물이 애초에 사고자 했던 물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극의 시점에 따라 인물의 감정을 변화시키는 요소로 활용된다. 기대, 초조, 실망, 그리고 간절함까지.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구매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와는 별개로 그가 마주하게 되는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페스티벌 초이스 단편 6


박세영 / 한국 / 2019 / 극영화 / 25 Mins

이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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