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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23. 2015

#036. 러브, 로지

쉽게 닿을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엇갈림에 대한 이야기.

Title : Love, Rosie
Director : Christian Ditter
Main Cast : Lily Collins, Sam Claflin
Running Time : 102 min
Release Date : 2014.12.10 (국내)




01.

'영국'이라는 나라는 의외로 로맨스 장르에 강하다. <노팅 힐>을 시작으로 <러브 액츄얼리>, <이프 온리>, 그리고 <어바웃 타임>까지 거의 매년  한두 편 이상의 로맨스물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온 나라. 그리고 작년 겨울, 또 한 편의 괜찮은 로맨스물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 시기적으로 <어바웃 타임>이 개봉했던 때와 거의 일치하고(물론 이건 국내 배급 사정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작품의 분위기도 비슷해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 그 영화가 바로 이 작품 <러브, 로지>이다.


02.

개봉 당시 이 영화의 언론 홍보물들은 제 2의 <어바웃 타임>이라고 보란 듯이 광고를 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작품들처럼 과장된 광고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Like Crazy>(2011)와 <어바웃 타임>(2013) 두 영화가 생각났다. 이 작품 <러브, 로지>는 마치 두 영화를 조금씩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Like Crazy>보다는 조금 더 풍성하고, <어바웃 타임>보다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고 하면 내가 느낀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었을 지 모르겠다. 어쩌면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기가 다른 로맨스 작품들에 비해 빠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03.

위에서 <Like Crazy>보다는 풍성하고 <어바웃 타임>보다는 부족한 느낌을 준다고 이 영화를 표현한 것에는 플롯의 구조가 아닌 또 다른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조금 표면적인 이유이기는 하지만 영상의 톤 자체가 그 이유가 된다는 생각을 한다. 작품의 소재나 인물들의 감정 문제를 떠나서 이 작품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화면의 톤이 밝은 편에 속한다. 가장 많이 비교가 되고 있는 <어바웃 타임>과 비교하자면, 그 작품이 전체적으로 진지한 가운데 웃음을 선사했던 것과 달리 이 작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느낌이 많이 든다.


04.

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관통하는 것은 두 남녀의 '엇갈림'이다. 물론 영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울 법한 사건들로 극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지만, 관심을 갖고 있는 두 남녀의 '엇갈림'이 현실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관객들은 그 과정에 깊이 개입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엇갈림"의 근원이 결국에는 대단한 무언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말 사소한 것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반대로 약간의 현실감 또한 느끼게 된다.


05.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 "로지"(릴리 콜린스 역)와 "알렉스"(샘 클라플린 역)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엇갈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의 '자존심'과 '왜곡된 표현' 때문이었다. 영화의 엔딩에 가까워져서야 고백하는 "알렉스"의 말에서도 알게 되듯이 그 두 사람은 정말 오랜 시간을 속이고 또 속여왔다. 서로의 마음을 먼저 들키고 싶지 않아 시쳇말로 "간을 본다"고 표현하는 그 어설픈 밀당들 역시 이 순진한 커플에게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06.

평소에도 짐짓 알고 있었던 부분이기는 하나 이 영화의 인물들을 통해 절실하게 깨달은 점 한 가지는,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이 상대방의 눈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흘리면서 혹은 먼 산을 보면서 괜찮다고. 아니라고 말하는 게 결코 진심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말할 때도 그럴 때가 있지만.. 아무튼 영화를 보는 내내 "알렉스"가 "로지"의 망설이는 눈빛을 한 번만 읽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던 것 같다.


07.

5번과 6번에서 조금 두서없이 설명하기는 했지만 이런 부분들, 두 남녀의 엇갈림과 다름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작품 <러브, 로지>는 수 많은 엇갈림 속에서 발생하는 인물들 간의 망설임과 갈등, 감정들을 대사나 설명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표정과 공백, 그리고 행동을 통해 표현해 내고 있다. 다른 로맨스 작품들에서도 종종 볼 수 있기는 하나,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의 경우 어리다는 것이 조금 더 풋풋해 보일 수 있는 강점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08.

최근 들어 O.S.T가 좋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음악적으로 뛰어난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영화의 트랙들 역시 결코 다른 작품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트랙들도 있긴 하지만, 영화 속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 시대에 유명했던 익숙한 트랙들이 영화의 매력을 더 돋구어 주었다. 특히 "Gilbert O'sullivan"의 Alone Again이나 "Lily Allen"의 Fuck you, Littlest things는 오랜만에 들어볼 수 있게 되어 굉장히 반가웠다.


09.

앞서  이야기했듯 영화의 무게가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두 주인공의 엇갈림 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영화다.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이들에게는 과거의 이야기를, 지금 흔들리고 있는 연인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말이다. 애절하게 행복한 스토리라고나 할까? 쉽게 닿을 수 있었던 거리를 어렵게  돌아온 두 남녀의 이야기가 참으로 매력적이었던 시간이었다.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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