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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23. 2015

#037. 코블러

구두 수선공의 오래된 비밀을 알고 싶지 않나요?

Title : The Cobbler
Director : Tom McCarthy
Main Cast : Adam Sandler, Steve Buscemi
Running Time : 99 min
Release Date : 2015.04.05. (국내)




01.

"아담 샌들러". 사실 나는 그의 열렬한 팬은 아니다. 그는 분명히 연기를 능청스럽게 잘 해내는 괜찮은 배우 중 한 명이고 의외로(?) 많은 고정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작품들을 직접 찾아 보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가 다른 어떤 배우들보다 확실한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연기자라는 것이다. 그에겐 무언가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02.

이 영화 <코블러>는 그의 다른 작품들만큼이나 "아담 샌들러"의 향기가 짙은 영화다. 겉으로는 아닌 듯 하면서도 얼굴에 묻어 있는 장난기를 완전히 벗겨내지는 못하는, 그렇다고 그 장난기가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선은 또 결코 넘어서지는 않는 그런 느낌. "더스틴 호프만"과 "스티브 부세미" 등 뛰어난 배우들과 함께 있지만 영화는 오롯이 "아담 샌들러"의 것처럼 보인다. 그가 이 작품의 주연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03.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조금 어두운 편이지만 스토리의 전개는 빠르게 느껴진다. 어떤 관객들에게는 조금 복잡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내러티브들이 뒤섞여 전개 되는데, 마치 그 모습이 신발을 갈아 신으며 다양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맥스"(아담 샌들러 역)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좌충우돌하며 끊임없이 이야기가 전환되는 모습 또한 "아담 샌들러"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가지고 있었던 매력이지 않았나.


04.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소재다. 사실 타인의 삶을 살아보고 싶은 욕망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에서 사용되어 온 플롯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이용되는 대상물이 굉장히 흥미롭다. 신발을 신고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가 있다니. 한 편으로는 굉장히 터무니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발을 신는다는 점과 성격이나 취향에 따라 그 모습 또한 다양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05.

주인공인 "맥스"가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을 때마다 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이 설정이 어떤 인물이 "맥스"인지를 관객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문제를 필연적으로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마스 맥카시" 감독은 그 문제를 바로 "맥스"의 머플러를 이용해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은 뒤 그의 모습은 변하더라도 머플러는 항상 두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맥스"인지를 헷갈리게 되어 흐름을 놓치게 되는 경우를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왜 "맥스"라는 인물이 그 머플러를 소중하게 여기는 지에 대한 스토리가 조금 가미 되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06.

또 하나, 이 작품 속에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구두 수선 기계의 진실을 알고 난 다음에 보여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천성이 착한 캐릭터라 자신의 능력을 통한 범죄를 계획하지는 않았었지만, 평소 자신의 모습만으로는 가질 수 없었던 소소한 욕망들을 탐닉하는 그의 모습. 사실 인간이 타인의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이유가 그런 모습들이기에 그런 그의 모습이 그리 밉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07.

이 작품은 엔딩에 이르러 약간의 뒤틀림을 선사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 잔잔했던만큼 그리 충격적인 반전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플롯들에 이목이 집중 되어 이 뒤틀림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을 관객들에겐 소소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 다만 그 이후 엔딩의 스토리가 너무 정신없이 마무리가 된다는 것과 마지막에 "그린와트" 일당을 속이는 과정에서 머플러가 보이지 않아 약간의 혼란이 생긴다는 점은 이 영화의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남는 아쉬움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08.

이 영화는 <어벤져스>와 같은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래서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눈 앞이 번쩍거리는 영화는 아니지만, "아담 샌들러"를 전면에 세운 소소한 웃음들은 이 영화를 기다린 관객들을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오랜만에 만난 "스티브 부세미"의 연기가 굉장히 반가운 영화로 남을 것 같다.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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