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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24. 2015

#039. 19곰 테드 2

행동은 거칠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남자. 아니 곰인형 !!

Title : Ted 2
Director : Seth MacFarlane
Main Cast : Serh MacFarlane, Mark Wahlberg, Amanda Seyfried
Running Time : 115 min
Release Date : 2015.06.25. (국내)




01.

"Teddy"가 돌아왔다. 이 저질스럽고도 사랑스러운 곰인형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 2012년의 일이었으니 올해로 꼭 3년 만의 복귀다. 여자 주인공이 "밀라 쿠니스"에서 "아만다 사이프리드"로 바뀌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이를 제외한 모든 출연진이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Teddy" 역시 전 편에서 온 몸이 찢어지는 사고로 죽을  뻔했지만(사람이 아니기에 이런 표현이 적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살아 돌아왔으니 반가울 따름. 솔직히 "밀라 쿠니스"를 대신해 출연하게 된 "아만다 사이프리드"에게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전부 배부른 소리다.


02.

이 영화는 시리즈의 간격이 길고 애초에 시리즈물로서의 기획이 세워져 있지 않기는 했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갖고 있는 작품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오프닝 크레딧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곰인형 "테드"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작업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TV를 통해 보이는 야한 영상(이라고 추정되는 화면)의 곰 짝찟기 장면이 바로 그것. 어감이 조금 이상하지만 이런 부분이 바로 영화 <19곰 테드>의 매력이다. 난잡하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 속에 감추어진 진심과 감동. 그리고 곰인형이 보여주는 사람 사는 이야기.


03.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전작에 비하면 밸런스가 조금 무너진 듯한 아쉬운 느낌이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모건 프리먼"이 등장하면서 무게감을 잡아주고 있기에 안정적인 느낌이 들지만,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조금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특히 시각적 자극을 통한 성적 코드에 많이 기대고 있는 듯한 초반부의 시퀀스들은 밸런스를 무너뜨린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19곰 테드>는 전작에서도 성적 소재들은 통한 유머를 많이 시도한 시리즈물이지만, 그런 만큼 불편함과 유쾌함 사이의 미묘한 수위 조절이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어떤 기준선에 맞추더라도 불평하는 관객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전반부는 조금 과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04.

일단 기본적으로 이번 작품은 전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영화의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갖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전작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듯 독립적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전작인 <19곰 테드>의 관람은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전작을 회상하는 장면들에서 굳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언급하는 수준에서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제법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오롯이 이해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05.

전작의 이해와 더불어 미국식 유머 코드에 대한 이해도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중요하다. 이는 전작에서도 지적되었던 부분이다. 사실 이 영화가 언뜻 보기에는 그저 성적 코드에만 기대고 있는 작품 같지만 의외로 다양한 분야에 넓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만 그 모든 재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다소 어려운 작품에 속한다. 예를 들어 실제로 주인공 "사만다"를 "골룸"이라고 놀리는 것은 특정 신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눈이 "골룸"의 눈처럼 크고 동그랗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이디 클룸"이라는 독일 모델의 이름과의 "라임(Rhyme)"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클룸". "블룸". 그래서 실제로 영화 속에서 "존 베넷"이 "사만다"에게 모델 같아서 그렇게 부르는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고. 그런데 이런 부분들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작품의 매력이 반감할 수 밖에 없다.


06.

직설적인 성적 표현과 미국식 유머 코드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빠지게 되는 것은 위의 2번에서 잠시 언급했던 정제되지 않은 표현 속의 진심과 감동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인권"과 관련된 스토리를 곰인형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물을 통해 다시 한 번 짚어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테드"가 스스로를 비하하며 흑인, 동성애자들을 함께 언급하는 모습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불편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문란하고 작은 곰인형이 전작에서는 자신의 자아를 찾아 헤매는 것에만 몰두하더니, 이번에는 자신의 정체성과 권리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07.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이 작품을 통해 망가지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 또한 <19곰 테드 2>가 가진 의외의 매력이다. 물론 <러브 레이스>나 <밀리언 웨이즈>를 통해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거침없는 비속어를 내뱉고 대마초를 피워대는 모습은 그녀의 인형 같은 외모와 함께 이율 배반적인 사고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뭐 저런 여자가 다 있.... 아 진짜 매력적이야." 뭐 이런 느낌이랄까? 처음  캐스팅될 때부터 "밀라 쿠니스"와 너무 많은 비교를 당했던 그녀이지만, 글쎄 영화가 끝나고 나면 "밀라 쿠니스"는 생각도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08.

그렇다. 글을 쓰는 내내 스스로가 조금 왔다 갔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읽어봐도 이 글이 도대체 그래서 이 영화가 어떻다는 건지 핵심을 잡아내기가 힘들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바로 <19곰 테드> 시리즈의 매력이다.  넓디넓은 대마초 밭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웅장하고 성스러운 배경 음악을 들려주는 영화가 또 어디 있을까? 나는 앞으로도 이 더럽고도 귀엽지만 진지한 "Teddy"를 스크린을 통해 계속 만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P.S. 오프닝 크레딧의 피아노 신에 등장하는 댄서 중에 흑인 댄서는 몇 명이나 될까? 단 한 번의 관람 후에 이런 부분들까지 캐치해 낼 수 있었다면 당신의 눈썰미도 대단하다.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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