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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26. 2015

#41. 다우더

우리들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로 남게 되는 것일까?

타이틀 : 다우더(Daughter)
감독 : 구혜선
출연 : 구혜선, 심혜진, 현승민, 윤다경
러닝타임 : 84분
등급 : 15세 관람가
개봉 날짜 : 2014.11.06.




01.

개인적으로 "구혜선"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물론 그녀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세간의 평가대로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가 힘들지만, 감독으로서 만나게 되는 그녀의 작품에는 단조로운 연출만으로도 사람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매력들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이 작품 <다우더>가 지난 <복숭아나무>(2012)에 이어 장편 연출로서는 두 번째 작품에 불과하다. 그런데 벌써부터 그녀의 작품들에는 다른 작품들과 차별된 날카로운 시선들이 보이는 것만 같다. 일각에서는 그녀의 작품 세계가 너무 작은 공간에 국한되어 있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세상의 모든 감독이 <인터스텔라>와 같은 광대한 세상을 다룰 필요는 없다.


02.

이 영화는 <다우더>라는 타이틀이 알려 주듯이 딸의 시선을 통해 한 모녀의 모습을 투영해 보고자 하는 작품이다. 물론 작품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일반적인 모녀 관계를 조명하고 있지 않고 다소 극단적인 방법들로 점철된 모녀 간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장면들이 우리들 주변에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엔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그 모습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의 성장기를 통해 부모의 강압이나 유대관계의 단절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03.

기본적으로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신의 자식에 대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진다. 하지만 그 '사랑'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일방적인 관계, 즉 건강하지 못한 관계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잘못된 관계들에 대해 자식들은 세상을 처음 겪는 것이기에 부모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부모들 역시 자식을 키우는 경험이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부모라고 해서 그들이 취하는 모든 방법들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이야기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된 교육 방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부모들에게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04.

3번의 이야기를 확대하자면, 자식들에게 부모의 방법을 강요하기 전에 부모가 자식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실제로 현재 많은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중에 위험한 형태는 20대에 접어든 자녀들을 아직도 사춘기 어린애 보듯 다루는 부모들에게서 나타난다고 한다. 본인은 20대 중반에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으면서 이제 그 나이가 된 자식들은 여전히 부모의 품에 안고 모든 일에 간섭하려고 드니,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자식 세대는 낮은 자존감과 자립심이 무너진 상태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게 되는 것. 물론 그 부모들은 자식을 위한다고 하는 일이지만 과연 이런 모습들이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을까? 또 그 자녀들이 그런 부모의 교육 방식이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순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여 인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05.

영화 속 주인공 "산"(구혜선 역)은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일련의 모든 상황들을 홀로 감내해내고 있는 아이이다. 그녀의 무기력하고도 절망적인 상황들, 그리고 그에 따른 그녀의 선택들을 보면서 이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를 오롯이 이해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두 가지 이야기는 바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속담과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중, 전자의 이야기를 떠올린 이유는 "정희"(윤다경 역)라는 인물 때문이다. 이 영화의 엔딩에서 나오는 그녀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자신의 모든 과거를 돌고 돌아 결국 '부모는 어쨌든 부모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작품 속 "정희" 뿐만이 아니다. 그녀와 같은 어려움을 과거에 겪었던 자식들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부모가 내게 했던 과거의 행동들에 대한 미움과 증오와 현실의 늙어버린 당신들 모습 사이에서 혼란스러워지는 것. 바로 영화 속 "정희"의 모습이다.


06.

두 번째로,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서커스단에서 코끼리를 훈련시킬 때는 아주 어릴 때부터 발목에 말뚝을 연결한 쇠고랑을 채운다고 한다. 처음에는 답답함에 몸부림을 치지만 이내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되고 평생을 그렇게 말뚝 주위를 돌다 보면 커서는 쇠고랑을 없애도 그 범위를 벗어날 줄 모른다는 것. 그렇게 폭행을 당하고도 엄마(심혜진 역)를 애타게 찾는 "산"의 모습이 바로 쇠고랑이 채워진 코끼리와 같은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 장면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신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도 그렇게 표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 역시 이 잘못된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어쩌면 직접적인 폭행이나 폭언이 아닌 그 대상에 대한 의존성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07.

최근에 "심혜진" 씨의 연기를 본 게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심혜진"이라는 배우는 <은행나무 침대>(1996), <초록 물고기>(1997) 등의 작품들로 90년 대에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 2005년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큰 사랑을 얻으면서 이미지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그녀의 연기력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독한 말을 내뱉는 그녀의 모습은 실제로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것만 같을 정도로 몰입감을 주고 있었다.


08.

어린 시절과 현재의 두 스토리를 특정 사건이나 대상물과 엮어 교차시켜 보여주는 장면들이 전체 러닝타임에 비례하여 다소 빈번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준수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강한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작품 속에서 종교적인 뉘앙스를 조금씩 비추는 것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특정 종교를 비추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마치 엄마의 행동이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것처럼 연결되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산"에게 했던 행동들을 종교적인 이유라는 설정으로 작품을 끌어가는 건 비겁해 보일 것 같고, 그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적인 요소에 조금 더 기대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09.

최근에 개봉하는 영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러닝타임이 짧은 영화이기에 더 이상 이야기를 하면 영화 전체를 설명하는 게 될 것만 같다. 하지만 만약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어린 "산"의 모습이 변해가는 모습과 어린 "산"과 "정희"가 관계를 맺어가는 장면. 그리고 "엄마"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집착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두 모습의 차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영화들을 볼 때 스스로를 그 상황에 대입시켜 보는 노력은 그렇지 않고 관람했을 때와 비교해 많은 차이를 가져온다는 점 또한 이 자리를 빌려 말해두고 싶다.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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