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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27. 2015

#42. 소셜포비아

사이버 폭력이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

타이틀 : 소셜포비아
감독 : 홍석재
출연 :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하윤경
러닝타임 : 102분
등급 : 15세 관람가
개봉 날짜 : 2015.03.12.(국내)




01.

"Social Phobia". 사회를 뜻하는 단어 "Social"과 공포증이라는 뜻의 "Phobia"가 합쳐진 이 단어는 타인 앞에서 어떤 사회적 불안을 경험한 후 다양한 사회적 관계들을 회피하면서 인간의 사회적 기능이 저하 혹은 상실되어가는 정신적 질환을 의미한다. 영화는 타이틀인 이 단어를 통해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내용들에 대한 복선을 드러내고 있다.


02.

"홍석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은 21세기에 들어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인터넷 문화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다양한 SNS 플랫폼들이 국내외 다양한 영화들의 표현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소재가 이용된 영화가 선보여지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스럽기도 했다. 왜냐하면 <안녕 헤이즐>(2014)이나 <아메리칸 셰프>(2014) 등의 작품에서 인터넷 플랫폼이 영화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서 사용되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장치적인 요소를 떠나서 그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03.

이 영화는 1인 미디어의 대표 플랫폼으로 잘 알려져 있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소재로 익명이라는 둘레 속에서만 벌어지던 사이버 폭력이 어떻게 실명의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타인의 잘못을 비판하는 행위와 비난하는 행위를 구분하지 못하며, 한 인간을 대중의 유희적 행위로 전락시키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대해 말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표현함과 동시에, 온라인 상의 행동들 뿐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배려할 줄 모르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04.

일단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홍석재" 감독의 첫 데뷔작임을 감안했을 때 굉장히 탄탄한 연출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소재를 이용해 적절한 시의성을 찾아낸 것은 물론, 1인칭 관찰자 시점이나 실시간 대화창 등의 시각적 정보들을 활용하여 적극적인 현실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두 배우 "변요한"과 "이주승"를 캐스팅한 것은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들의 인상적인 연기는 작품의 후반부에 있어 예상 가능한 스토리 속에서 다소 지루해질 수 있었던 분위기를 경감시켜 주는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


05.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영화를 보고 난 다음 관객들에게 "소셜포비아"라는 단어에 대해 크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 "용민"(이주승 역)이라는 인물이 과거에 겪은 사건이 현재의 사건과 연결고리를 만나면서 한 인물이 겪는 "소셜포비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기는 하나 영화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리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터넷 방송을 통한 "현피"라는 행위의 악영향에 대해 더욱 어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처음 생각했던 구조는 큰 틀을 갖고 있었지만 결과물은 지엽적인 요소에 몰두한 모양새가 되어 아쉬움이 크다.


06.

주제가 격하된 다소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 "현피"라는 행위를 자행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는 "소셜포비아"라는 단어의 의미보다 "집단행동"이 개인의 선택과 인지력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끔 만들기에 중요한 요소로 바라볼 수도 있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 범죄의 대상이 되는 "레나"(하윤경 역)라는 인물의 집을 찾을 때 당당하던 "집단의 모습"과 그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리는 "개인의 모습"을 같은 쇼트 안에서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었던 장면은 인상 깊었다.


07.

반대로 이 영화에서 굉장히 신선했던 부분은 "지웅"(변요한 역)이라는 인물이 내뱉은 대사의 의미에 있었다. 시나리오를 확보한 상태가 아니라 정확한 대사는 전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인터넷 상에서 일명 "키보드 워리어"라 불리는 이들의 특성을 "익명"이라는 테두리로 감싼 것이 아니라, 개인의 근본적 인성에서 찾으려고 했던 부분. 결국 "현피"라는 용어 자체가 사회적으로 형성된 건 어떤 돌발적인 상황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갖고 있던 개인의 인성이 인터넷 세계로 넘어가 그 모습이 달라진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그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08.

"홍석재"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실제로 있었던 선수들에 대한 악플러들의 공격을 보고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MBC의 파일럿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나, 아프리카 VJ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소재들은 그 어떤 소재보다 신선하고 흥미로울 수 있는 부분들을 갖고 있다. 다만 역시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소셜포비아"라는 심리적 증세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 문화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면들에 대한 것인지 모호한 점은 조금 아쉽다. 만약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는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이 영화의 시선은 신선한 편이기에 "홍석재" 감독의 다음 작품이 굉장히 기대된다.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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