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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28. 2015

#43. 모스트 바이어런트

개인의 신념이란 어떤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Title : A Most Violent Year
Director : J.C. Chandor
Main Cast : Oscar Isaac, Jessica Chastain
Running Time : 125 min
Release Date : 2015.04.02. (국내)




01.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아니, 질문을 바꾸어 모두가 성공하는 시나리오가 현실 세계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글쎄 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 쪽으로 기울 것만 같다. 염세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일종의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는 이상주의자들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 누군가를 밟지 않고서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쟁취해 올라갈 수 없는 경쟁적 피라미드 구조의 현실에서 성공이란 무엇이며, 또 옳은 일이란 무엇일까?


02.

어떤 사건의 표면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그 중심에 위치한 인물의 세밀한 심리를 잘 파헤쳤던 지난 두 작품 <마진 콜>(2011)과 <올 이즈 로스트>(2013)로 단번에 주목받는 감독의 자리에 오르게 된 "J.C. 챈더" 감독. 그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자본과 욕망의 굴레 속에서 자신의 신념과 함께 표류하는 한 인물의 내면을 냉철하게 조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J.C. 챈더" 감독이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에 시선을 두고 있는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분명 시각적으로는 비틀어져 있는 환경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 무게감 있게 드러나는 것은 심리적인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03.

영화의 원제인 <A most violent year>는 "가장 폭력적인 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타이틀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영화는 실제로 뉴욕이 가장 폭력적이었던 해로 일컬어지는 1981년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주인공 "아벨"(오스카 아이삭)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의 부조리함들이 영화의 근본적인 핵심이 된다. 그 속에서 한 개인의 신념이 수단으로써 이용될 것인가, 목적으로서 지켜질 것인가를 지켜보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04.

먼저, 주인공 "아벨"은 항상 도덕적인 행동과 올바른 방법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그런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는 가운데 현실적으로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의 커다란 성공과 개인의 번영이 유일한 목적인 사람인 것. 그런데 문제는 그의 가치관과 현실적은 목표 이 두 가지는 현실적으로 공존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함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나 "아벨"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성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쟁 업체들이 그를 다양한 불법적인 방법들로 견제하고 있는 상황. 그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언제까지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05.

또 다른 문제는 "아벨"의 아내인 "안나"(제시카 차스테인 역)에게 있다. "아벨"이 시대의 폭력과 일련의 불법적인 일들에 커다란 반감을 갖고 사업을 유지하는데 있어 아내의 집안과 연루되기를 기피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안나"의 아버지가 뉴욕 일대의 거대 폭력 조직을 이끄는 보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은 곧바로 영화 속 "안나"의 여러 가지 행동들과 맞물리게 되고, "아벨"이 갖고자 했었던 신념들을 흔들어 놓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그런 "아벨" 역시 자신의 사업이 막다른 골목에 내 몰리게 되자 "안나"의 도움, 그녀의 집안이 갖고 있던 불법적인 권력이 필요하게 된다.


06.

이 영화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주인공 "아벨"의 캐릭터가 대단히 입체적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도덕적 행동을 기반으로 한 가치관을 갖고 비폭력을 추구하는 듯 보이는 "아벨"이 실제로는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설정은 이 영화에서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다. 그 역시 스스로의 손에 피를 묻히기 싫어할 뿐이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타인의 도덕성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인물임을 우리는 영화 초반 권총 강도를 만난 운전사와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운전사에게 총알보다 실패가 더 무섭다며 운전석으로 몰아세우는 그의 모습은 영화 속 그 어떤 폭력 장면보다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다. 과연 "아벨"이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인가?


07.

감독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설정과 더불어 "아벨"이 회사의 존속과 관련하여 기로에 놓은 상황에서 압박과 시련을 견뎌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늘어 놓으면서 작품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런지에 대해서는 결코 감독이 직접 개입하여 판단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의 극적인 상황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감정적으로 덤벼들지 않는다.


08.

어떤 관객들에게는 이 영화가 지루하다고 소문이 나 있는 "데이빗 핀쳐" 감독의 <조디악>(2007)과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것은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를 예리하게 비추어 내면서 인물들의 내면을 날카롭게 파고 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09.

'개인의 신념'이란 어떤 표현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어떠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단 한 번도 꺾이지 않는 곧은 의지를 말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가지지만 일종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갖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생의 성공을 눈 앞에 둔 누군가에게는 이 질문이 가장 폭력적인 단어(A most violent year)가 될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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