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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30. 2015

#46. 암살

서로를 향해 겨누어진 총구. 암살은 누구를 위한 임무인가?

타이틀 : 암살
감독 : 최동훈
출연 : 이정재, 전지현, 하정우, 오달수
러닝타임  : 139분
등급 : 15세 관람가
개봉 날짜 : 2015.07.22. (국내)


01.

우리나라에서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감독을 선정해보라고 한다면 어떤 감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게 될까? <설국열차>(2013)의 "봉준호" 감독? <올드 보이>(2003)의 "박찬욱" 감독? 아니면 <국가대표>(2009)의 "김용화" 감독? 글쎄 어떤 감독을 떠올리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외로 이 사람 "최동훈" 감독을 언급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짜>(2006), <도둑들>(2012) 등 많은 작품들로 관객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자신의 작품들만큼 사랑받고 있지는 못한 것 같은 감독이 아닐까?


02.

그렇지만 "최동훈" 감독은 이제 한국 영화를 언급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감독 중 하나로 거듭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를 두고 숫자 놀음을 하는 것을 그리 즐거워하지는 않지만 그렇게들 좋아하는 1,000만 관객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달성한 것은 물론, <범죄의 재구성>(2004)을 시작으로 <타짜>(2006)를 거치면서 자신만의 작품 스타일을 확고히 다져가는 듯한 그의 모습은 이 작품 <암살>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더해가는 동안 스케일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이야기들을 적절히 잘 엮어내는 모습에서 그가 단순히 필모그래피를 늘려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03.

이번 작품 <암살> 역시 어떤 점에서는 그의 전작이었던 <도둑들>를 넘어서는 볼륨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 속 사건을 차용한 스토리의 무게감에서부터 배경이 되는 장소들, 무엇보다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때문에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많은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작품의 구조는 관객들로 하여금 극의 초반부에서 약간의 복잡함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그 시점을 넘어가면 중반부 이후에는 그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최동훈" 감독이 그만큼 스토리와 인물 관계를 전개하는데 있어 능숙함을 보여주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04.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작품 속에서 "하와이 피스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두 남자 "하정우"와 "오달수"의 역할이다. 이 두 사람은 단순히 사건을 전개하는 혹은 "전지현"과의 멜로 라인을 위한 캐릭터들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두 사람을 이용한 것이 이 영화에 정말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이 두 사람 때문에 이야기 자체가 풍성해지는 효과를 얻음과 동시에 영화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객관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와이 피스톨"은 감독이 작품 속에서 독립군 진영과 친일파 진영을 두고 직접 개입하지 않고 제 3자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중립적 장치로서 작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도 제 3자의 입장이었던 그들이 자연스럽게 (현실에서는 하지 못했던) 친일파를 숙청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역설적으로는 독립군 진영의 당위성과 역사적 사명감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는 연출이었던 것이다.


05.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사적으로는 즐거웠던 영화였으나 캐릭터들의 감정적 깊이가 크게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실 역사적 사건 중에서도 독립군과 관련된 이야기는 민족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커다란 울림을 줄 수 있는 소재였을텐데 감독은 이 부분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듯 보인다. 실제로 "최동훈" 감독은 이전 인터뷰에서 자신이 작품을 연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서사적인 이야기도 못다 한 느낌이 있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 나쁜 결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염석진"(이정재 역)이나 "안옥윤"(전지현 역)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에는 분명히 아쉬움이 남는다.


06.

전체적으로 영화가 조금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마지막 재판 장면은 들어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뒤에 나오는 남겨진 독립군들의 응징과 관련된 신 덕분에 전혀 의미가 없는 장면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아쉽다. 이 영화 <암살>에는 이런 식으로 뒷장면 때문에 겨우 의미를 갖게 되는 장면들이 몇 부분 있는데, 차라리 러닝타임을 더 길게 가져가서 관련된 이야기 전체를 보여 주던지 아예  삭제하던지 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 (굳이 재판 장면을 들추어 낸 이유는 그 장면이 영화 <변호인>(2013)의 엔딩 장면과 오버랩되며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07.

이 영화의 타이틀인 <암살>이라는 글자를 조금 비틀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뉘앙스는 독립군 진영 인물들이 친일파 인물들을 제거하는 부분들이 타이틀 '암살'과 연결되는 것으로 대부분 비치고 있지만, 반대로 친일파 세력으로 돌아선 "이정재"가 자신의 동료였던 독립군들을 배신하는 쪽의 의미에서 '암살'이라는 타이틀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런 시각에서 보았을 때는 이 작품이 놓치고 있는 "염석진"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 더 키웠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욕심이 든다.


08.

"최동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 했던 일들을 모두 이루어 냈다. 재미를 통해 관객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던 만큼 흥행 스코어는 지난 작품 <도둑들>에 이어 소위 대박을 냈고, 이제는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작품을 설계했을 때 최적화를 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해 그 방법을 알아낸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관객들에게 남은 것은 바로 한 가지. 감독이 바랬던 것처럼 그의 작품을 보고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만족하며 영화관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치밀하게 인간의 감정과 심리를 쥐고 흔드는 작품들을 찾아 떠날 것인 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흥행 스코어, 별점 등의 모든 수치적인 자료들을 떠나서 그가 이러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내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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