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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Oct 12. 2015

#049. 성난 변호사

영화 속에서 배우는 얼마나 큰 역할을 차지할 수 있을까?

타이틀 : 성난 변호사
감독 : 허종호
출연 : 이선균, 김고은, 임원희
러닝타임 : 117분
등급 : 15세 관람가
개봉 날짜 : 2015.10. 08. (국내)




이 글 <넘버링 무비>는 단순히 한 작품을 리뷰(Review)하는 글이 아니라, 각자의 다른 시선을 공유함으로써 영화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관람하신 직후에 이 글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이라 생각하며, 내용과 관련하여 다른 해석이나 생각을 갖고 계시다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어 주셔도 무방합니다. 단, 무단 배포 및 상업적 이용은 불가합니다.


01.

'신 스틸러(Scene Stealer)'. 우리는 한 작품에서 조연급으로 짧은 순간을 연기하지만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배우들을 이렇게 부르곤 한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 주연급으로 등장하여 러닝타임 내내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남기는 배우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물론 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을 일컫는 특별한 용어를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단순히 작품 속 주인공을 뜻하는 '타이틀 롤(Title Role)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뛰어난 타이틀 롤을 소화했다." 라고 표현할 뿐.


02.

위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어쩌면 일종의 고정관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주연을 맡은 연기자들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을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나, <명량>의 "최민식", <박하사탕>의 "설경구"의 연기를 보면서 찬사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래서인지는 별도의 명칭을 붙이거나 수식어를 만들어 두지는 않게 되는 것 같다.


03.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번 영화 <성난 변호사>의 주연을 맡고 있는 '이선균'이라는 배우의 모습이 딱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이 작품은 그가 작품 전체를 오롯이 끌고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선균'이라는 배우의 아우라에 기대는 전형적인 원톱 영화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그의 곁에는 '임원희'와 '김고은'이라는 배우들이 함께 하고 있지만, <다찌마와 리> 특유의 코드를 잃어버린 '임원희'와 시종일관 카리스마로만 밀어부치려는 '김고은'이라는 배우에게 이 영화를 이끌어 갈만한 동력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04.

영화는 오프닝에서부터 "변호성"(이선균 역)이 압도하는 법정 신을 보여주며 이 영화가 러닝타임 동안 나아갈 방향을 어렴풋이 드러낸다. 어쩌면 이 시퀀스에서부터 "이선균"이라는 배우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오롯이 그에게 기댈 것이라는 작품 외적인 복선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준다. 어찌 되었든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추리극과 스릴러 액션을 표방하는 듯 보이는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동일한 배우 '이선균'이 주연을 맡았던 작년 개봉작 <끝까지 간다>를 떠올리게 하면서, 일종의 장르적 흐름에 편승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05.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개봉한 <끝까지 간다>가 굉장히 잘 짜여진 수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는 구조의 스토리와 전반적으로 잘 유지된 긴장감에는 박수를 쳐 주고 싶지만, 이 영화 <성난 변호사>가 <끝까지 간다>만큼의 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엔딩을 향할수록 조금씩 더해지는 부가 내용들이 깔끔하고 개운한 뒷맛을 전해 주지 못한 것이 <끝까지 간다>와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니었나 싶다.


06.

사실 국내에서 <도둑들>, <암살>, <군도> 등 다수의 주연이 작품을 이끌었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건 불과 채 몇 년이 되지 않은 트렌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가 "이선균"이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보다는 그를 받쳐주었어야 할 "임원희"와 "김고은", 그 중에서도 특히 "김고은"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에 커다란 아쉬움을 느낀다.


07.

이 배우가 <은교>로 스크린에 등장한 것도 벌써 3년. 그녀는 그 사이 <몬스터>, <차이나 타운>, <협녀 : 칼의 기억>을 통해 끊임없는 작품 활동을 했지만 모두 아쉬움을 남겨야만 했다. 대중이 그녀에게 많은 기대를 하게 된 것은 현재 20대에서 30대까지. 이 스펙트럼 사이에 눈에 띄는 여배우들이 전무하다는 현실과 그 궤를 같이한다. 그녀에 대한 아쉬움은 표정이 풍부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그럼에도 이제껏 자신의 영역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특유의 카리스마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앞으로도 카리스마만으로 연기력의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을까?


08.

드라마, 영화를 가리지 않고 확인했듯이 "이선균"이라는 배우에게는 분명히 홀로 작품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런데 그의 그런 능력이 애초에 목적한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이용할 수 밖에 없었던 수단으로만 표현되게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 <성난 변호사>를 통해 단순한 오락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과 별개로, 시종일관 "이선균"만을 향하던 앵글의 각도가 불편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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