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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Nov 19. 2015

#052. 검은 사제들

두려움 앞에 선 어느 사제의 성장 이야기.


이 글 <넘버링 무비>는 단순히 한 작품을 리뷰(Review)하는 글이 아니라, 각자의 다른 시선을 공유함으로써 영화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관람하신 직후에 이 글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이라 생각하며, 내용과 관련하여 다른 해석이나 생각을 갖고 계시다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어 주셔도 무방합니다. 단, 무단 배포 및 상업적 이용은 불가합니다.




0. 이번 글은 영화 속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엑소시즘] '엑소시즘(Exorcism)은 Exorcismus라는 라틴어의 어원을 가지는 단어로 귀신을 쫓아내는 일(퇴마)을 의미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에 존재하는 귀신을 쫓아내는 일은 그 모습은 다를 지언정 지속적으로 다루어져 왔던 소재였으며, 이는 영화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호러' 혹은 '공포' 장르와 쉽게 연결되어 왔던 엑소시즘은 <엑소시스트>(2001), <라스트 엑소시즘>(2010) 등의 작품들을 대표로 하여 대중에 조금 더 쉽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엑소시즘과 관련된 단어들을 타이틀에 내세우지 않고서 소재만으로도 같은 선 상에 위치해 있는 작품들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엑소시즘은 적어도 국내에서 관객들이 '호러'와 '공포' 장르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환영받기는 어려운 소재였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 <검은 사제들>이 '엑소시즘'을 주된 소재로 삼고 있지만 '엑소시즘=공포'의 연결 고리를 끊어낸 것은 영리한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2. [성장 영화] 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긴장감과 속도감이 가득한 오락 영화이지만, 그 기저에는 "최부제(강동원 역)"를 통한 전형적인 성장 영화의 기틀이 구축되어 있다. 그의 활약을 위해 마련된 일반적이지 않은 태생은 물론, 위기의 봉착, 조력자의 도움, 끼와 강단 등의 요소들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처음부터 "최부제"였다는 점에 대해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에 대해 조금의 의식적인 사명감을 갖고 있지 못했던 그가 일련의 과정들을 겪게 되면서 점차 눈을 떠 가는 내러티브는 모습만 다를 뿐이지 아무것도 모르던 "최부제" 사제의 성장 영화라고 부르는 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3. [과거와 현재] 사실 이 키워드는 종교적인 색채를 갖고 있는 작품들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소재다. 종교에 귀의한다는 것의 의미 중에는 과거의 업보와 현세의 모습을 혹은 과거의 과오와 현재의 회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최부제"가 신부가 되고자 했던 이유와 현재의 비이성적인 상황과 두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과거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김 신부"가 "정 신부(이호재 역)"를 통해 구마 의식의 길에 접어 들었듯이 "최부제"가 "김 신부"를 통해 같은 길로 향하게 되는 부분 역시 과거와 현재를 잇는 틀 속에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4. [책임감 혹은 직업적 사명감] 영화 <검은 사제들>이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엑소시즘(구마 의식)이 실제로 존재하고 아니고의 여부를 떠나 개인이 갖고 있는 직업적 사명감은 이 사회가 놓치고 있는 많은 부분들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외적으로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에 가려지고 있는 "김윤식"이  연기하는 "김 신부"는 영화 속에서도 자신이 갖고 있는 직업을 통해 최소한의 대우도 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사제로서의 제대로 된 대우도 기대할 수 없고 모든 이들이 그의 존재마저도 부정할 정도로 버려진 인물.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결코 져 버리지 않는다. 영화 시작과 함께 수도원장(남일우 역)이 그를 향해 공식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던 말이 이 모든 것을 표현해 준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인정받고 싶고 경제적으로 높은 대우를 받고 싶어하고 있지만, 결국 이 사회 속에는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일들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또 그런 대우를 떠나서 내가 노력한 결과를 나의 것으로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들 역시 존재한다. 이 영화에서 "김 신부"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유


5. [배우 박소담]  이 작품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배우는 역시, 어쩔 수 없는 "강동원"이지만 그의 아우라 못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배우가 바로 "박소담"이다. 평소에 조연들의 연기에 큰 관심이 없는 관객들이라면 대부분 이번 작품에서 처음 봤을 배우일테지만 그 전에도 다양한 작품들에서 주목을 받아 온 어린 배우다. 쌍커풀이 없는 작은 눈과 더불어 전체적인 이미지가 <은교>(2012)의 "김고은"을 굉장히 닮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악령이 씌인 인물로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연기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연기에 박수를 보냈듯이 이번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인상을 남긴 것은 물론이지만 혹여 그 모습이 그녀의 발목을 잡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지르고 과장하는 연기도 쉬운 부분은 아니지만 진정한 연기 내공은 드라마적인 부분에서 온다고 생각하기에 다음 작품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6. [종교]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소재였다. 이 작품에서는 천주교를 대표하는 "김 신부(김윤석 역)"가 "영신(박소담 역)"을 위한 예식을 치르기 전에 굿이 벌어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굿을 치르던 무당 무리와 "김 신부"는 긴밀한 관계인 것처럼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민간 신앙과 천주교의 위치가 다르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물론 "김 신부"가 교단의 이단자로 표현되는 것을 통해 반대의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해관계가 다른 두 종교가 한 작품이나 한 이데올로기 속에서 서로 협력하거나 긴밀하게 협조하는 장면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히 의미가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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