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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Jan 05. 2016

#057. 어린왕자

원작의 매력을 잃지 않은 재해석의 아름다움

 이 글 <넘버링 무비>는 단순히 한 작품을 리뷰(Review)하는 글이 아니라, 각자의 다른 시선을 공유함으로써 영화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관람하신 직후에 이 글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이라 생각하며, 내용과 관련하여 다른 해석이나 생각을 갖고 계시다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어 주셔도 무방합니다. 단, 무단 배포 및 상업적 이용은 불가합니다.




0. 이번 영화가 동명의 명작 소설 <어린 왕자>를 스크린으로 옮겨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영화 자체보다는 원작 소설의 내용에 치우치기 쉽습니다.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하였습니다.

1. 지난 2008년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던 "마크 오스본" 감독의 다음 작업은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어린 왕자>를 스크린으로 옮겨내는 것이었다. 5년이 넘는 제작 기간이 보여주고 있듯이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키기 위해 큰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 <어린 왕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오리지널 버전에서 조금 벗어나 있으나, '어린 왕자' 이야기를 잘 활용한 변주곡과 같은 느낌을 준다.


2. 영화는 크게 두 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작 '어린 왕자'의 이야기와 이 영화 <어린 왕자>에서 새롭게 창작된 "엄마"(레이첼 맥아담스 목소리)와 "소녀"(맥켄지 포이 목소리), 옆 집에 살고 있는 "조종사 할아버지"(제프 브리지스 목소리)의 이야기로 구분되어 진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작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부수적인 소재로 이용되고 있기에 굳이 따지자면 "소녀"의 시점에서 진행된다고 보아야겠다. "엄마"와 "소녀"의 이야기가 작품을 위해 추가적으로 창작되기는 했으나 두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잘 붙어 있다.


3. 다만 "조종사 할아버지"가 쓰러지고 난 뒤, "소녀"가 "미스터 프린스"를 찾아가게 되는 부분의 이야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의 전반부가 마음에 와 닿았던 이유는 원작의 내용과 영화를 위해 창작된 내용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보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조종사 할아버지"가 쓰러진 뒤부터 탈출하기 전까지의 내러티브에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4.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만약 이 영화를 "소녀"의 시점에서 해석한다면 이 영화의 가장 주된 이야기는 끊임없이 현실을 주입하고자 하는 "엄마"와 잃어버린 꿈을 불어 넣어주고자 하는 "조종사 할아버지" 사이에 위치한 "소녀"에 대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두 지점 사이에서 방황하던 "소녀"는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영화의 인트로에서 입학 인터뷰가 끝나고 실수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엄마"에게 미안해 하던 "소녀"와(그것 모두 엄마가 정해준 대로 했을 뿐임에도!) 영화의 엔딩 지점에서 "엄마"의 손을 놓고 "할아버지"에게 직접 다가가는 아이의 태도에는 분명히 큰 변화가 있다.


5. 그런 의미에서 처음 방문한 "조종사 할아버지"의 집에서 찾은 '여우 인형'은 "할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꿈을 꾸게 된 "소녀"가 만들어 낸,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꿈 혹은 동심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반대로 "엄마"가 짜 놓은 '인생계획표'는 "엄마"가 "소녀"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소소한 의미들을 부여한다면, "소녀"에게 '여우 인형'(소녀의 꿈)을 선물한 "조종사 할아버지"의 '프로펠러'(할아버지의 마음)가 "엄마"의 '인생계획표'(엄마의 꿈)을 박살내는 장면은 굉장히 해학적이고 세련된 표현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6.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장미꽃도 아니었고, B-612 별의 바오밥 나무도 아니었고, 반짝거리던 별무리도 아니었다. 바로 "엄마"에게 물세례를 맞던 '비둘기들'이었다. 처음 이사 온 "엄마"에게 물세례를 받던 칙칙한 모습의 비둘기와 "할아버지"의 마당에서 만난 형형색색의 평화로운 비둘기들의 모습. 그들은 같은 비둘기였지만 장소에 따라 다른 취급을 받았다. 영화관의 아이들은 물벼락을 맞는 비둘기들의 모습이 우스워 웃음을 터뜨렸지만, 글쎄 나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들은 과연 나를 제대로 이해해주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7. 만약 원작 소설의 내용에 큰 영감을 받고 영화관을 찾았다면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기존의 명작 소설을 재해석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감탄을 자아낼 법한 부분들 역시 보인다. 작년 <인사이드 아웃>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의 애니메이션들이 결코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했는데, 이 작품 <어린 왕자> 역시 다양한 부분에서 어른 관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헐리우드 최고의 음향 감독 "한스 짐머"의 OST 역시 이 영화의 장점!


**이 영화는 원작의 삽화에서 영감을 얻어 종이와 클레이를 혼합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Stop Motion Animation)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제작 방법은 정지된 장면을 컷 단위로 개별 촬영 한 뒤, 모든 장면을 이어 상영하는 방식이며,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 <박스 트롤> 등의 작품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촬영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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