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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Mar 21. 2019

오늘, 당신의 하늘은 어떤가요?

그냥 봄이라서 좋다. 봄이 좋은 이유를 나는 모른다.

오늘, 당신의 하늘은 어떤가요?


 “큰 게 좋아, 작은 게 좋아? 크면 미련해 보이지 않아?”


 나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 때가 있다. 이미 마음이 끌리기로 작정한 것처럼 쉽게 마음을 끄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살다 보면 무엇을 좋아한다거나 싫어하는 것에 대해 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좋고 싫음의 이유가 너무 궁색할 때가 있다. 그냥 좋은 사람이 있다. 그냥 내 가슴이 하자고 나를 잡아끄는 일이 있다. 봄이 그렇다. 봄꽃, 봄비, 봄바람 모두 봄의 색깔은 연하다. 겨울을 뚫고 나와 저토록 찰랑거리는 연록의 계절을 나는 무엇으로도 마다할 수가 없다. 그냥 봄이라서 좋다. 봄이 좋은 이유를 나는 모른다. 그 사람이 좋은 이유를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 설렘의 이유를 아는 순간부터 더 이상 설렘이 아닐 수도 있다. 설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서 가슴은 왜 이렇게 쿵쾅거리고, 세상은 한없이 느려지고, 소리는 웅웅거리는지 설명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집에서 차를 타고 5분 정도 가면 작은 공원이 있다. ‘Thynhead Regional Park’이다. 내 영혼의 산책길이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신체 나이에 적당한 크기다. 봇물처럼 적당히 조절하고 살아야 하는 나의 감수성을 깨우기에 충분히 좋다. 걷다 보면 인생 풍경을 만나게 된다. 나무 이파리 사이로 나부끼는 하늘이 그렇고, 나무 가지에 매달린 꽃 멍울과의 대비가 그렇다. 하늘을 바라보고 살고 싶다. 하늘을 보듯 세상을 보아야 한다. 하늘을 보듯 사람을 보아야 한다. 때로는 그 순간을 스치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거스를 수 없는 사연들을 떠올릴 때가 있다. 그때마다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 보지만 내가 전율했던 감동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는 없다. 그래도 사진을 찍게 된다. 소장품, 아마도 그것이 사진을 찍는 심리적 이유일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타이밍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완벽한 피사체가 아니다. 너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을 만드는 것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영영 몰랐을 오늘을 계속 바라본다. 나의 마음이 운명처럼 너에게 닿기를 기다린다. 억겁을 같이 살았어야만 옷깃을 스칠 수 있다는 그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거리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속도와 너에게 맞는 거리가 있다. 적당한 거리는 너와 나 사이의 온도를 결정한다. 온도에 따라서 색깔이 달라진다. 적당한 노출이 우리의 밝기를 결정하게 된다.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이 있다. 세상의 전부를 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 기꺼이 나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처럼 내 옆에 서있는 사람이 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알리바이를 찍는다. 사진은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누군가를 향했던 진심을 고스란히 엿볼 수가 있다. 마음을 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저 무심하게 무한으로 점등과 소등을 반복하게 놓아두어야 할 때가 있다. 그 연민이 말없이 나를 끌어안아줄 때가 있다. 잠시였지만 내가 꿈꾸었던 공간을 소장하는 것이다. 내 마음의 색깔이 어떤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알게 된다. 내 마음이 향해 가 닿았던 순간이 고스란히 남는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는 것과 비슷하다. 심박수의 정점을 찍고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면 충분하다. 그녀에게 반하는 시간이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갑자기 느려지고 웅웅거렸다. 나는 충동처럼 그녀를 찍었고 찰나처럼 이미 지나가버린 그녀의 뒷모습만이 남았다. 오늘, 당신의 하늘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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