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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May 03. 2019

그리움에는 냄새가 있다

누가 처음 고사리 독을 먹었을까.

 이른 아침, 도로를 건너는 스컹크가 빠르게 질주하는 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할 때 방귀를 뀐다. 피하다가 차에 치였을 때도 스컹크의 방귀 냄새가 난다. 심하면 눈까지 따갑다. 어떤 때는 지독한 참기름 냄새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마리화나 냄새가 나기도 한다. 나는 냄새에 민감하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코에서 냄새가 난다. 한 번씩 코에서 수박 냄새가 난다. 수박 냄새가 사라질 때까지 수박을 먹는다. 나에게 냄새는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고사리를 삶을 때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금방 채취한 고사리는 떫은맛이 심해서 생으로 먹을 수가 없다. 고사리의 독성이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 삶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린 순을 채취해서 삶으면서 독성을 빼내고 햇볕에 말려서 먹는다. 잎이 핀 고사리는 독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채취하지 않는다. 누가 처음 아이의 손을 고사리 같다고 표현했을까. 오므린 작은 손을 덜컥 내밀어 놓고는 눈길도 마주치지 못할 것처럼 수줍게 피었다. 봄비가 그치고, 봄볕이 따스하게 비추는 곳에서 오밀조밀 피어오른다. 오묘하게 생겼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채취해 본 적이 없는 고사리가 길가에 널려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서 채취한 고사리의 맛도 그렇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고사리를 채취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고사리를 캐는 마음으로 그리움을 삭히는 법을 터득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치명적인 것을 누가 처음 먹으려고 생각했던 것일까. 처음 고사리를 먹은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가 먹고 쓰러지는 고사리를 먹겠다고 해독을 시도했던 그 사람의 심장은 얼마나 특별했던 것일까. 동물이나 식물은 저마다의 독을 가지고 산다. 버섯은 아름다울수록 독버섯일 가능성이 크다. 앙증맞게 잉잉거리며 꿀을 찾는 벌은 독침을 지니고 산다. 풀숲에는 이름 모를 벌레들이 각자의 독을 품고 산다. 위험을 감지하면 죽을힘을 다해 맹독을 쏜다. 사람에게도 독이 있다면, 나는 지금까지 무슨 독을 품고 살아왔을까. 어떻게 독을 사용하고 살았을까. 때로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서서히 중독되어 쓰러져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쏜 독을 견디고 내 옆에서 살아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떻게 해독하는 방법을 찾았던 것일까. 어쩌면 이 사람들은 나보다 더 위대한 심장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나를 고사리처럼 삶고 말려서 좀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준 사람들이다.


 비 오는 날은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다. 어머니의 육개장 국물처럼 칼칼하게 길들여진 마음을 마시고 싶다. 사람 사는 것은 다 같을 것이다. 삶의 무게를 견디다 보면 그냥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그리움이 쌓인다. 그녀는 부엌에서 냄새를 끓이고 있다. 그리움을 삭히는 냄새를 만든다. 말린 고사리를 물에 불리고, 육수를 끓인다. 고춧가루로 붉은빛을 내고 청양고추를 추가한다. 칼칼한 국물 냄새가 한동안 보글보글 소리를 내고 있다. 집안 가득 육개장 끓는 냄새가 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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