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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Sohn Mar 06. 2021

난, 나이 먹는 게 좋다

익어가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20대로 돌아간다면 뭘 하고 싶어요?"

후배가 내게 질문한다.

"글쎄, 난 지금이 좋은데ᆢ 돌아가고 싶진 않네."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게 좋아~!!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질문을 받고, 난 그렇게 답했어요. 너무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와서 일까요.

지긋이 나이 먹어가고 남편과 아들과 강쥐 딸내미와 함께 하는 요즘이 좋거든요. 노쇠하신 부모님 곁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이십 대 ㆍ삼십 대 ㆍ사십 대 ᆢ고비고비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올라 다시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젊어진다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그 긴 시간 치열하게 지속된 고민과 방황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나이가 들면 그렇게 좋지만은 않지요. 무엇보다 시력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체력도 떨어지고 예전의 싱그러운 젊음도 더 이상 함께하진 않지요. 하지만 그 오랜 세월 인생의 생채기와 흔적이 몸의 곳곳에 남아있는 지금의 내가 바로 진짜 나인 것 같아 보듬어 주고 싶어 지더라고요.


 나는 유난히 오감이 예민해 남들보다 냄새도 잘 맡아 항상 온갖 냄새를 혼자 맡고 유난을  떨었기에 입덧도 했었지요. 그러고 싶어 그랬던 건 아니에요. 유난히 감각이 예민해 남보다 더 세게 충격이 와 닿았던지라 작은 충격에도 통증도 세게 느낀 듯해요. 일할 때는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내 몸에는 힘든 삶이었어요. 센스가 있다는 칭찬을 받는 만큼 예민한 몸 상태가 지속되어 건강에 무리가 왔겠지요. 강의를 할 때에도 강의실 문을 여는 순간 청중의  상태가 느껴져 무슨 강의를 해야 할지 알게 되는 육감이랄까. 특별한 감각이 발동해 그날의 니즈를 악해 맞춤형 강의를 많이 했기에 좋았지만 여하간 남들보다 예민해서 힘들었고 매 순간 충격이 크게 다가왔어요. 언젠가 요가를 했는데 저에게 큰 숨을 쉬지 않고 살아온 듯하다고 해서 충격이었어요. 내 호흡에 대해 관심 가져 본 적이 없었거든요. 잔숨으로 한걸음 한걸음 버텨온 거죠.


예전엔 빠른 비트와 재즈도 좋아했지만 언젠가부터는 오페라가 좋더라고요. 내가 변한 걸까요. 혹은 내 심장이 약해져 너무 두근거리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거부하는 탓이기도 해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덕분에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여유가 생겼어요. 억지로 노력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연륜이 쌓이고 지혜가 생겨 굳이 싸울 일도 없더라고요. 젊은 시절엔 스스로 너무 정의로워 밥 먹다 말고 포크 쥐고 악다구니 쓰페미니스트 인양 싸운 일도 떠오르네요. 같이 강의하던 나이 든 강사가 말 끝마다 "여자가 무슨~"이라는 말을 너무 자주 사용참다 참다 그날은 대판 지요. 지금 같으면 그런 사람도 있으려니ᆢ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겠지만요. 살다 보니 참으로 별별 사람들이 많더군요.


나이가 들어가는 탓도 있지만 30년 직장 생활 중 2001년부터 업무 영역이 비영리섹터로 옮겨오며 시작된 변화이기도 했겠지요.  비영리섹터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몇 년 후 커머셜 섹터의 광고계 지인들을 만났더니 단물 빠진 껌이 된 거 아니냐 표현을 써서 어이없었지만 이해는 되더군요. 그들이 보기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내가 지향하는 바가 달라졌거든요. 시크하고 트렌디하고 때로는 솔직하다 못해 무례할 정도로 내 멋대로이던 쌈닭 같던 사람이  상대를 배려하며 낯설고 돌변한 태도로 나타났니 당황스러웠겠죠. 그래도 좋아요. 이제는 비영리 섹터에서 20년 업력 후엔 어느 날부터인가 직원들로부터 클래시(classy)하다는 말을 듣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말이기에 개인적으로 내가 그런 사람이 되려고 추구한 것이 인생 여정을 통해 묻어나게 되는 것이겠죠.


요즈음은 계절이 지나는 것을 보고 누리는 여유도 감사해요. 대한민국의 계절마다 변화들이 너무 이쁘네요. 글로벌  인재육성 특강과 커리어 코칭 그리고 라이브톡을 하며 내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소중한 강쥐와 교감하는 매 순간도 고마워요. 아들과 통하는 우리만의 대화를 하는 것도 좋고요. 남편과 의지하며 도란도란 나이 먹는 것도 참 좋네요.


나이 드는 건 늙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고 하죠? 참 적절한 표현 같아요.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기쁨도 있고 일하느라 놓쳐서 해보지 못한 일도 시도해보며 내면의 대화로 나 자신을 챙기는 것도 꽤 그럴싸해요. 이제 백화점 가서 명품을 사는 건 재미가 없어졌네요. 물론 멋진 작품과 같은 명품을 보면 기분 좋은 즐거움이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자랑도 있지만요. 명품 디자인이 예전 스타일이 더 좋은 것 같아 새로 사게 되지는 않게 되네요. 이제는 나누는 것도 좋고요. 물론 명품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Artisan 들의 장인 정신이 만들어 낸 최고급 작품들이니 여전히 좋아해요~


그동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물어볼 여유도 없었기에 진심으로 자신에게 묻는 시간을 갖되네요. 외적인 것에서 내적인 것으로 관심사가 바뀐 해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게 뭐냐고요. 백세시대 인생 하반기는 무슨 일을 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요.


사실 국제기구에 근무하던 시절, 십여 년 전 자유로에서 달리다가 차가 전복된 적이 있어요. 구사일생이라고 하죠.  폐차가 될 만큼 큰 사고를 당하면서도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남았을까 싶네요. 시내에서 사고가 나도 죽는 사람도 많은데  그래서 난 그때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덤으로 살아온 지난 십여 년ᆢ감사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누군가를 돕고자 열성을 다해 살아왔어요. 그러면서 웰다잉에 대해 항상 묵상하게 되었어요. 우리 모두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날이 올 테니 당황스럽게 마주하기보다 후회 없는 준비를 하며 사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2013년 3월 6일 방송된 SBS CNBC의 <집중분석 takE>는 ‘웰 다잉 10 계명’으로,

첫째 버킷리스트 작성하기,

둘째 건강 체크하기,

셋째 법적 효력 있는 유언장 자서전 작성하기,

넷째 고독사 예방하기,

다섯째 장례 계획 세우기,

여섯째 자성의 시간 갖기,

일곱째 마음의 빚 청산하기,

여덟째 자원봉사하기,

아홉째 추억 물품 보관하기,

열째 사전 의료 의향서 작성하기 등을 제시했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우린 잘 죽기 위해 정말 할 일이 많겠네요.



지난 한 해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들었고 모든 상황이 언택트 시대였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소원해 온 자서전 "사람이 답이다" 출판은 진심으로 감사한 순간이었지요. 홍보보다는 그냥 출간 자체가 감사였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연락도 하고 감동을 받으셨다고 해주시니 행복하더라고요. 한 사람의 30년 인생을 책 한 권에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덕분에 나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처음으로 얻었지요. 감사할 것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하는 매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들이에요. 코로나 상황을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는 기회를 얻게 되었지요.



덕분에 내적 성숙과 감사로 인한 풍요로움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주고 있네요.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그리고 익어가는 내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요.

#insight

올해도 파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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