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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고합시다 Jul 08. 2019

기억을 부르는 오디

오디와 복분자가 다르다는 것을 스물 후반쯤에야 알게 되었다.

할머니집을 떠올리면 ‘오디’라는 작은 열매가 항상 생각난다. 요즘 아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옛 시골집. 집 뒤에는 할아버지 산소로 가는 산길이 있고, 집 바로 앞 논 근처에는 우물이 있었다. 내 7살, 8살의 기억이다. 기억력이 최고조로 활발한 그 때. 좋은 기억은 평생을 미소짓게 하지만, 나쁜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 숙제처럼 남겨지는 그 시절. 내 일곱살, 여덟살의 할머니 집은 그야말로 내가 자연과 놀 수 있는 유일한 놀이터였다.


할아버지 산소로 올라가는 뒷길 말고, 집 주변을 감싸는 옆길에는 항상 뽕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봄을 지나 여름께쯤 할머니집에 갈때면, 사촌누나들이 ‘오디’따러 가자고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때만 해도 ‘어리둥절’ 오디가 뭔지 모를 나이라 그저 손이 이끄는 대로 따라 갈 뿐이었다. 멀리 나갈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와는 달리 누나들은 집 근처를 살짝 돌아 집을 휘감는 옆길로 빠졌다. 집 담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열매들, 붉게 물들어 있는 괴상하게 생긴 열매들을 보았다.



처음에 나는 그거이 조금 징그럽게 생겨, 따기를 거부했다. 다른 사촌 누나는 ‘이거 뱀이 먹는 열매야’ 라고 겁을 주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음식 하나로 뱀의 입과 사람의 입이 공유된 다는 사실에 흠칫 놀랐다. 하지만 한번 먹어보라고 누나가 건내준 ‘오디’ 한 알을 먹고서, 그 날 난 일주일 동안 손톱에 붉은 기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미친 듯이 오디를 땄다. 


모두가 같아 보이는 아주 작은 열매지만, 그 한알 한알은 맛이 다 달랐다. 어떤 것은 시큼하고 어떤 것은 매우 달고, 또 어떤 것은 밍밍했다. 마치 사람이 가진 개성들만큼이나 작디 작은 열매에도 너무나 다양한 맛이 숨은 것에 나는 놀랐다. 


할머니집이 공단 개발 구역으로 편입되면서, 할머니는 거처를 아파트로 옮겼다. 하지만 아파트로 옮기신지 몇 해가 지나지 않은 때부터 조금씩 아프시더니, 그리고 또 몇 해가 지나고 돌아가셨다. 그리고 할머니가 아파트로 옮긴 후 부터, 내 머릿속에 ‘오디’라는 단어도 조금씩 사라지더니, 나중에는 아예 그 단어를 까먹을 정도였다. 


그렇게 잊힌 단어는 ‘복분자’ 와 혼용해 나는 한동안 복분자가 어린 시절 먹던 그것인 줄 알고 있었다. 도시에서만 줄곧 살아온 내가, 생김새도 비슷한 그 열매들을 두고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게다가 사실 난 7-8살의 기억이었지만, ‘오디’라는 단어가 왠지 촌스러웠던 탓에 그것이 한낱 사투리 정도로만 여겼던 탓도 크다. 




그렇게 내 기억 속의 ‘오디’는 평생을 복분자로만 남게 될 뻔하다가 본격적으로 요리공부를 하면서부터 오디와 복분자가 다르다는 것을 스물 후반쯤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내 기억 속의 ‘오디’가 다시 살아 움직였다. 할머니 집 담장이 떠올랐고, 친절했던 사촌 누나들, 그리고 내 손톱을 붉게 물들이던 그 모습, 뱀이 먹는 열매라는 사실까지 모조리 기억에 떠올랐다. 


기억에도 맛이 있다면, ‘오디’처럼 기억들마다 그 맛은 다 다를 것이다. 어떤 것은 굉장히 쓰고, 어떤 것은 눈을 찌푸릴 정도로 시큼하다. 내 기억 속 오디는 어떤 맛일까 떠올려 본다. 오디를 따던 그 때 그 시절, 이후로 나는 시골에 살아본적도 시골의 자연풍광을 느껴본 적도 없는 도시의 소시민으로만 살아가고 있다. 도시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귀한 열매, 오디는 그렇게 귀한 기억을 부른다. 




글쓴이 : 김성현 (먹고합시다 필진 / 요리사 집안에서 혼자 글쓰는 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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