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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Aug 12. 2022

버스안에서 생긴 일- 선택과 포기의 공존, 선택의 끝에


세상 살다보면 다양한 일을 만나게 되는거겠죠?



내가 내려야할 곳을 지나 버스 종점까지 가게되었습니다.


졸다가? 술취해서? N---O!


아닙니다.


찾기위해, 끝까지 찾기 위해 갔습니다. 종점까지.



어제 일상적인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직장 선배를 만나 이것저것 얘기하다 버스에도 함께 올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10분 정도후 선배는 내렸고 이제는 저만의 자유로움을 가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나는 곳, 유튜브와 만나려합니다. 건강, 음악, 드라마, 뉴스, 재테크, 시낭송, 모든것이 그곳에 있어서 출근, 퇴근할때는 기쁘게 방문합니다.


아들이 몇년전에 당시 거금을 들여 사준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를 꺼냅니다. 소리도 좋고 한번 충전하면 며칠 지속됩니다. 상품 출시 초기라 꽤나 고가를 들여 구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 무선 이어폰은 귀에 잘 장착해서 내 몸과 분리되지 않아야합니다. 유선은 분리 되어도 달랑달랑 허공에 떠있지만 무선이어폰이 귀와 분리되면 난감합니다. 주워야하거나 안보이면 찾아야합니다. 늘상 주의하는 부분입니다.



유튜브 세계로 가기위해 버즈 충전 본체를 열고 오른쪽을 꺼내 오른쪽 귀에 안전하게 장착합니다. 나머지 왼쪽을 꺼내 막 장착하려는데 순간 손에서 떨어진것인지, 귀에서 떨어져나간 것인지 지금도 긴가민가하지만 정확히 제 몸에서 '분리'되어버렸습니다.


앞에 있는 곳, 앞좌석의 의자 어디론가 순간 날라간것 같습니다.

그 의자의 하단에는 커다란 철제구조물이 있었습니다.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의자들처럼 의자 밑이 비어있는 것이 아닙니다.(나중에 알았네요. 겨울용 난방 히터라는것을)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상반신을 숙여 의자 주변과 바닥, 의자와 버스 벽체와의 공간을 샅샅이 살펴 봅니다. 안보입니다. 왜 안보이는것일까요? 자기가 갈 곳이 어디라고? 이 좁은 공간에서 어디로 숨은 것일까요? 검은 색이기는 해도 있으면 보일텐데 안보입니다.


순간,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갤럭시버즈 어플!





예전에 사무실에서 한번 이어폰 한쪽이 실종되었을때 후배 직원이 이 어플로 찾아준 적이 있습니다. '내 이어폰 찾기'를 누르고 '시작'을 눌러봅니다.


앗, 소리가 납니다. 분명 저 의자들 사이, 어딘가에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새소리입니다.


"주인님, 저 여기 있어요"하는 '존재의 소리'입니다.


제 옆의 사람도 같이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찾기를 시작합니다. 눈치를 챈 앞 의자의 남자분도 라이트를 켜고 상반신을 내려 찾다가 제게 자리를 바꿔주겠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 와서 본격적으로 찾아보라는 배려입니다.



앞의 자리로 가서 계속 새소리를 들으며 태평양같은 눈 사이즈로, 사나흘 굶은 매의 눈으로 수색합니다. 새소리는 옆의 승객, 앞의 승객 모두에게 들려옵니다. 주변분들도 나몰라라하지 않고 핸드폰의 라이트를 밝히고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총체적 난국속에서도 한국인의 정이 느껴집니다. 여럿이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 대각선 뒤에 앉아계신 60대-70대로 보이는 여성 한분이 말씀하십니다. 무언가 중요한것을 찾는것 같은데 종점까지 가서 편안히 찾으라는 것입니다. 종점이 어디인데요? 라고여쭤보니 어디라고 말씀하십니다.


생각해보니 종점이 강릉도 아니고 제주도도 아닌데..


어르신이 다시 말씀하시길 당신은 우산 찾으러 종점까지 다녀온적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기까지는 어떻게든 내 집앞 정류장 도착하기 전까지 사생결단하는 마음으로 찾았었습니다.



타인의 경험도 제게는 큰 약이 됩니다. 더이상 이 좁은 버스안에서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근처 좌석의 통로를 오가며 찾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름다운 배려는 있었지만 계속하는것은 주변승객에게 폐가 될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버스는 저의 집 앞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내리지 않습니다.


어르신의 금 같은 말씀을 따르기로 결정했으니까요


웬만하면 이정도에서 두고 갈수도 내릴수 있었겠지만 도저히 포기할수 없습니다. 문구사에서 몇만원 주고 산것이라면 한쪽은 두고 가며 나머지 한쪽은 버릴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가족에게 선물로 받은것입니다. 그리고 새소리가 계속 들려오는지라 버릴수가 없었습니다. 반드시 찾겠다는 의지가 더욱더 활활 타오릅니다.


아..지금 글을 쓰는 순간 휘몰아치는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갤럭시 버즈가 이래서 버즈였군요. 그다지 이어폰의 네이밍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적 없었는데 버즈라 새소리를 내는거군요. 유레카!


BIRDS 새들~ 그래서 존재감있게, 자기를 찾아달라고 새소리를 내고 있는 것입니까?



퇴근길, 하루 종일 일하느라 가뜩이나 에너지를 많이 소진했는데 이 작은 버스안에서 그 새를 찾느라 상반신 숙여 앞자리, 뒷자리 왔다리갔다리하느라 에너지가 더 축이 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버스가 회차해 집에 돌아갈 때는 전리품을 반드시 손안에 쥐리라! 승전보를 울려야한다는 간절함으로 여러 정거장을 지나쳐 갑니다. 모든사람들을 내려주고 저 혼자만 있을때 그제서야 버스는 멈춰섭니다. 많은 버스들이 보이는것을 보니 여기가 차고지, 종점입니다.


운전기사님에게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편안히 찾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는 제 쪽으로 오시더니 그분도 상반신을 숙여 같이 찾아주십니다. 새소리를 정확히 들으셨기 때문입니다. 핸드폰 배터리도 20퍼센트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저의 집나간 새도 배터리아웃이면 울음 소리도 내지 못합니다. 그러면 그야말로 막연한 실종입니다.


운전기사님도 새소리를 들으니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신 것입니다. 차고지에서 대기하는 20분동안 휴식하셔야하는데 ... 종점까지 따라와 새소리 들어가며 고개 숙여 찾는 한명의 고객에 대한 애처로움과 버스바닥에 반드시 있다는 확신에서 온 정이 가득한 동참입니다.


그러나 버스 운전 주인, 버스기사님도 발견하지 못합니다. 아무리봐도 우리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사님이 잠시후 어디를 다녀오시더니 정비기사를 불렀답니다. 2-3분후 곧 손에 쇠덩이 연장을 챙기신 정비기사님이 버스에 오르십니다. 또 새소리를 들려드려야 할 타임이라 어플의 '내 이어폰 찾기' 시작 버튼을 가동시킵니다.


새의 존재를 확인하신 정비기사님이 가차없이 의자 해체에 들어갑니다. 시내버스 의자도 저렇게 해체가 되는구나!그리고 의자 밑에 있는 철덩어리도 손대기 시작하십니다. 철덩어리를 버스의 바닥면에서 분리하려나 봅니다. 조용한 시간입니다. 있겠지?... 있어야만 합니다. 그 짧은 생각 사이, 정비기사님이 오른손을 뻗어 제게 주십니다. 검은색 새 한마리!



우와~ 집나간 자식을 격한 사랑으로 맞이합니다.


미아를 찾아주신 이 고마운들께 어찌 감사하지 않을까요? 의자해체와 원상 복귀라는 다소 번거로운 작업까지 해주신 분들입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얼마나 드렸을까요? 말이 모자라 상반신을 배꼽에 닿게 숙였습니다.


회차해서 돌아오는 이 버스안에서 버스벽에 붙어있는 기사님의 이름을 확인합니다. 이런 친절함을 베풀어주신 분들은 칭찬의 글이라도 남겨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예전에 직장에서 CS강의를 한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례를 들어 고객 만족 서비스를 언급했었습니다.이론보다는 사례가 더 가슴에 쉽게 와닿는 법이니까요. 만약 강의를 지금 하게된다면 어제 제가 겪은 일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끝나면 그분들이 속한 회사의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비슷한 곳에 칭찬의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 자신도 칭찬합니다. 끝까지 한것에 대해. 제가 이렇게 의지가 강한 사람인지..또 다시 흐뭇해집니다!


갤럭시 버즈, 제 손을 떠나가면 '새소리'로 찾아달라고 하는 이 귀염둥이는 오늘도 저와 유튜브를 연결해주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포기'라는 단어는 그 어느 명강사가 '배추 절일 때'만 쓰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맞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지켜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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