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글 쓰는 사람의 자존감이 흔들릴 때,
요즘 브런치 글쓰기가
생각보다 정신을 쏙 빼놓는다.
일도 해야지.
실외배변만 고집하는 우리 강아지
산책도 시켜야지.
(사랑스럽지만, 때론 얄밉기도 한 고집쟁이)
집안일도 밀려 있고,
개인 사정도 이것저것 겹쳤다.
책도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결국 새벽에 눈 비비며 읽는다.
어제도, 오늘도.
새벽 독서.
새벽 버티기.
그 와중에 글을 쓴다.
체력은 들지만, 마음은 괜찮다.
쓰는 게 좋고,
이상하게도 쓰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맑아진다.
마음이 맑아져서 그런지
더 예민해지기도 한다.
마음에 뭐 하나 스치면 오래 남는다.
요 며칠 새벽,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은 의미 없다"라며
브런치를 그만둔다는 작가의 글을 봤다.
그 말이 가슴 안쪽에
며칠째 붙어 있다.
그러던 오늘,
브런치에서 글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알림
내 글에 '라이킷'이 하나 찍혔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브런치에서 자주 보이던 인기 작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은 아니었고,
글을 읽어 본 적도 없지만
이름은 어쩐지 자주 봐서 익숙했다.
그분이 내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렀다.
순간, 설렜다.
(나도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냥
머, 기분이 괜히 좋아졌다.
"나, 좀 괜찮았나 봐?"
혼자 그렇게 생각했다.
혼자만의 작은 들뜸.
그래서 그분의 글을 읽으러 갔다.
그런데 그 글 안에서
막 데뷔한 신인작가 한 분을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그 링크를 타고 들어가 봤다.
단 두 편의 글.
그리고 구독자 100명을 넘기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실성한 듯, 실실 웃었다.
며칠 전,
구독자 '1'명이 생긴 걸 보고
자리에서 펑펑 울었던 사람이 나다.
글을 써도 써도
누가 본다는 느낌이 없어
매일 혼자, 글을 붙잡고 있다가
'1'이라는 숫자가 떴을 때
그 숫자가 내게
얼마나 큰 울림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 봤던
'아무도 봐주지 않아서 그만 쓴다"는 글.
그 잔상이 아직도 남아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는
딱 두 편 만에 구독자 100명을 넘긴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그분을 소개한 사람이,
내 글에 '라이킷'을 눌렀던
바로 그 인기 작가였다.
그 글은 따뜻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려는 마음도 느껴졌고,
문장도 좋았다.
그래서 나는 그 글에 '라이킷'을 눌렀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마음이 이상해졌다.
"혹시 내가 이걸 누름으로써,
'저도 좀 봐주세요'처럼 보이면 어쩌지?"
심통이 났다.
민망했다.
아무도 그런 생각 안 했을 텐데,
내가 내 마음에 쿡, 찔렸다.
그리하여
나는 '라이킷'을 다시 취소했다.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나만 아는 '라이킷 취소의 역사'가 하나 생겼다.
그리고 지금,
살짝 쫄린다.
그분은
구독자 수천 명을 가진 영향력 있는 분이고,
나는 혼자서 감정의 파도에 휩쓰려
이런 글을 쓰고 있다.
혹시라도 이 글을 그분이 보면 어쩌지?
혹시 누군가 날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 그래도 어쩌겠나.
이게 내 마음이고,
이게 나다.
부끄러워도,
쪼그라져도,
심통을 부려도
라이킷은 눌렀고,
나는 심통이 났고,
결국 조용히 다시 취소했다.
아무도 모를 작은 마음이었지만,
오늘 이 새벽, 아침을 시작하는 감정은 그거였다.
그래도 다행히,
나는 그 마음을
글로 남길 줄 아는 사람이다.
요즘 나는
참 예민하고,
참 뜨거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며칠 전에도, 오늘도,
자꾸 구독자 얘기만 하는 나를 보며,
"너무 숫자에 연연하는 거 아니야?"
스스로가 스스로를 툭, 찌른다.
물론, 뭐...
그게 아주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사실은,
자꾸 구독자 수를 들여다보는 이유가
숫자가 아쉬워서가 아니라
혹시 내 글이 재미없는 건 아닐까?
소질이 없는 건 아닐까?
그게 더 마음에 남아서다.
그러니까...
구독자 수를 보고 웃고, 울고,
하루 기분이 널뛰는 것도,
결국은 글이 너무 좋아서 생긴 부작용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좀 위로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솔직해지면
그마저도 자기 방어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그렇게라도 브런치의 하루치 마음을 살짝 놓고 간다면
그걸로도 충분한 날이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