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발자국

[5] "끝이 아닌 시작"

by 감정 한 컵

그동안 우리는

새벽과 퇴근 후의 어스름한 시간을 모아

예방접종을 챙기고,

고급은 아니지만

형편에 맞는 물건들을 하나씩 들여놓았다.


물건보다 마음이 먼저였고,

그 마음은 언제나 부족하지 않았다.


이른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이슬 맺힌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숨이 찰 즈음, 3층 문 앞에 다다르면

비로소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정성껏,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온기로.

그렇게 돌본 아이였다.


아빠가 다시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정든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접히지 않았다.


며칠 뒤, 작은 아빠가 말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어.

혼자 살지만, 환경도 좋고 괜찮은 사람이야.”


우리는 망설였지만,

결국 약속된 장소로 아름이를 데려갔다.


작은 아빠는 말했다.


“여기 두고 가. 따라오지 마.

괜히 불편해하실 수 있어.”


우리는 말없이 돌아섰다.

발등 위에 무거운 돌이 얹힌 듯,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텅 빈자리

눈물이 났다.

미안했고, 가엾었고,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허전함이

가슴을 후벼 팠다.


집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놓이지 않았다.

그날따라 바람이 유독 차가웠다.

춥고, 쓸쓸한 겨울날이었다.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조용히 물었다.


“멀리 서라도, 지켜볼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아름이는

텅 빈 공터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묶여 있었다.


철제 파이프에 매인 줄은

한눈에 보기에도 불편해 보였다.


앉지도 못한 채,

낯선 냄새 속에서

익숙한 기척을 더듬듯

킁킁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근처 차 뒤에 숨어

조용히 지켜봤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아름이는

어디선가 우리의 냄새를 맡은 듯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있는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조심스레 바닥을 맡으며 서성였다.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고,

멀리서 바라보는 것조차

미안함에 가슴이 무너졌다.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그냥, 데려오자."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남편은 말없이 나를 보았다.

나는 그 시선에 묻어나는

조용한 결심을 느꼈다.


다시 발걸음을 돌린 우리는

아름이를 품에 안았다.


작은 몸이

얼어붙은 듯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품 안에 꼭 안자

아름이의 몸이 살며시 떨렸다.


우리는 서로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름이는 내 품에서

조용히 숨을 골랐다.


차 안에 맴도는

아름이의 미약한 숨소리가

작지만 또렷했다.


그날 밤,

아름이는 낯선 곳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낸 피로에 지쳐

포근한 자리에서 깊은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속삭였다.


"아름아, 이제 우리 곁에 있어도 돼."


어디로 보내는 것도,

누구에게 맡기는 것도,

이제 그만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앞으로

너와 함께 할 많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어

더 나은 환경에서 지켜주지 못할까 봐

마음이 쓰이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우리와 함께 걸어줄래?

잘 부탁해, 아름아."


그 밤,

아름이의 따스한 숨결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참, 길고도 따뜻한 밤이었다.


"긴 하루 끝에, 이제야 편안히 잠든 아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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