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갈지 않는 여자

by Joy

싱가포르 Nylon coffee 에 왔다.

“아이스 블랙으로 주문할게요.”

“네 드시고 가시나요? 아니면 테이크아웃 인가요”

“잠깐만 앉아있다 갈거라 테이크아웃 잔에 주세요 ”


그러자 바리스타가 말했다. 저희 카페 아이스 블랙은 frozen cup에 stainless straw로 서빙하기 때문에, 커피맛이 훨씬 더 좋습니다. 가능하면 마시고 가시길 권합니다.


바리스타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는 이런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는 태도. 그래서 나는 앉았다. 여유 있게 마시고 가기로 했다.

image.png


원두도 한팩 사갈 생각이었다.

추천을 받아 하나를 골랐다.

“프렌치프레스용이면, 집에 가서 마시기 직전에 갈아 드시는 게 가장 좋아요.

그라인더 있으시면 직접 가세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라인더는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귀찮아서 안 갈 것이다.

그 원두는 그대로 우리 집 캐비닛에서 유물이 될 것이다.


“그냥 갈아주세요.”

“그라인더 없으세요?”

“있는데, 분명 안 갈 거예요. 갈아서 주세요.”


커피에 진심인 바리스타의 고집도 좋고,

스스로를 알아서 선을 긋는 나의 고집도 좋다.

둘 다 맞다.

둘 다 옳다.


기준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이 적당한 긴장감이 나는 참 좋다.


싱가포르 여행하고 커피를 좋아한다면 꼭 Nylon Coffee 에 가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