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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Nov 03. 2022

크루즈 승무원의 승객 레스토랑 이용하기

크루즈 선내 유료 레스토랑 이용 경험


Cruise Specialty Restaurants?


크루즈 승무원이 승객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정답은 YES! 크루즈 승무원들도 승객들처럼 스페셜티 레스토랑(=Specialty Restaurants; 전문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단, 바쁜 시간대는 피해야 하며 크루 멤버임을 증명하는 네임 벳지, 최소한의 복장을 준수하는 것은 필수이다. 오픈덱에서 흔히 먹는 무료 뷔페가 아니라 금액을 지불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근무하는 모든 이들은 우리를 승객에게 서비스하듯 친절하고 깍듯이 대해준다.



마지막 컨트랙이었던 프린세스 크루즈 선사를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프린세스 크루즈 선사는 총 13개의 전문식당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의 선박이 13개의 레스토랑을 모두 운영하는 게 아닌 각 선박별로 보유하고 있는 레스토랑의 가짓수와 종류가 다양하다.


LA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 중 하나를 운영하는 호주 출신 셰프, 커티스 스톤의 "셰어", 크루즈 평론가들에 의해 '바다 최고의 버거'로 선정된 메뉴를 만날 수 있는 더 솔티 독 게스트로펍, 세계 초콜릿 마스터인 노먼 러프가 프린세스 크루즈만을 위해 독창적으로 창작한 초콜릿, 갓 구운 페이스트리, 쿠키 시그니처 수플레, 수제 젤라토, 입맛을 돋우는 전채요리부터 프리미엄 메뉴인 해산물 요리, 시그니처 파스타 등. 프린세스 크루즈 선박에서 선보이는 이 모든 것들은 세계적 수준의 요리이며 동시에 수준 높은 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7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블루 라군의 볶음밥과 꼬지, 토마토달걀라면

사실 내가 선내 전문식당을 처음 접했던 건 바야흐로 2015년, 스타 크루즈 버고호에서 근무할 당시이다. 아침이 밝아서야 근무를 마친 나는 한국인 언니와 함께 기회가 되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문식당인 Blue Lagoon(블루라군)에서 식사를 하였는데, 직원 식당인 크루 메스(crew mess)에서는 결코 만나볼 수 없는 퀄리티여서 음식을 먹는 내내 황홀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 입맛에 딱 맞았기 때문에 자주 먹고 싶었던 건 사실이었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승객 레스토랑을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의지는 크게 없었던 것 같다.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 근무를 마치고 나면 지쳐 쓰러져 잠들기 일쑤이거나 기항지 관광을 하러 한 번이라도 더 밖으로 나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승선한 지 2~3일째라 정신없었던.. 어느 크루 멤버가 비지터와 함께 식사하는 걸 허락해줬는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7년 봄, 인천항에 정박한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 볼렌담호에 크루즈 업계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이 선내 투어차 방선하셨다. 그중 몇몇은 이미 알고 지낸 분들이셨는데 감사하게도 함께 점심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형 테이블에 전부 앉을 수 없을 만큼 인원이 많았기에 빠른 조리를 위해 의견을 맞춰 2~3가지로 메뉴를 압축했다. 럭셔리 크루즈 라인레스토랑 요리는 어떨까,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내심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척척 셋팅되어 나오는 오감만족 요리에 내 입은 떠억 하고 벌어졌고, 그렇게 나는 이날 처음으로 아스파라거스와 초코 디저트를 칼질해서 맛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후 카지노 팀빌딩으로 선내 또 다른 전문식당인 피나클 그릴(Pinnacle Grill)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는 어떤 분위일지, 또 어떤 요리를 맛볼 수 있을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카지노 팀 멤버들과 함께하는 첫자리인 만큼 나는 내가 좋아하는 카키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도 돌돌 말아서 예약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다. 새빨갛게 포인트 된 인테리어는 어릴 적 타이타닉에서 보았던 바로 그 정찬 레스토랑처럼 고급진 느낌이었다. 메뉴가 온통 영어라 주문하기 어려워하니 옆에서 동료들이 귀여워하며 도움을 주었다. 이 자리를 만들어준 카지노 매니저 다니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사담을 나누고 있으니 커다란 접시에 작게 놓인 음식이 여러 번에 걸쳐서 나왔다. 아기자기하게 데코 된 디저트까지 완벽했던 하루.


그날의 만찬이 흡족해서일까, 아마 이때부터 크루즈 선내 레스토랑 이용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물론, 뷔페에도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했지만 때때로 기분을 내고 싶거나 특별한 날일 때 예쁘게 차려입고 이런 레스토랑을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정도로 생각했다.




프린세스 크루즈 선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승선했던 선박들 중 방문 경험이 있는 레스토랑은 바로 Crown Grill(크라운 그릴)사바티니(Sabatini)이다.


13개의 전문식당 중 대부분은 1~5개로 오직 몇 개의 선박에만 입점되어 있지만 스테이크와 씨푸드를 전문으로 하는 크라운 그릴과 이탈리안 트라토리아 사바티니는 각각 10곳, 12곳으로 프린세스 크루즈 대부분의 선박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맛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덕분에 이 두 레스토랑은 크루 멤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 두 곳 모두 메뉴 종류가 다양하고 살짝 복잡하지만 첫 컨트랙 때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조차 몰라 당황했던 그 부끄러운 경험을 다신 반복하고 싶지 않아 미리 공부를 해 두었다. 덕분에 이제는 어느덧 메뉴판을 보고 어떤 메뉴를 어떤 코스로 주문할지, 디저트는 어떤 걸로 원하는지 보다 쉽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크루즈 승무원으로서 외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큰 장벽을 하나 허물어버린 것만 같 굉장히 뿌듯했었다.




마제스틱 프린세스호 사바티니에서 한국인 언니와 함께
마제스틱 프린세스호 크라운 그릴에서 카지노팀 멤버들과 함께
스타 프린세스호 크라운 그릴에서 빙고 버니 카렌과 함께

기억을 더듬다 알게 된 사실은 동북아시아, 그중에서도 일본 크루즈를 주로 기항하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승선하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전문식당을 방문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크라운 그릴은 없지만 사바티니는 있어 한 번쯤은 갈 법했을 텐데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 기본 음식 자체가 맛있어서였구나!


정말로 뷔페에는 날마다 누들과 롤 초밥, 스시, 소바, 낫또, 피자 등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고, 기항지에 나가면 친구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식을 먹거나 포장해서 왔기 때문에 우리는 굳이 선내 전문식당을 가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다.






모르고 먹을 때보다 알고 먹으니 더 맛있는 건 왜일까? 크루즈 선내 전문식당에서 다양한 메뉴를 접해본 덕분에 애피타이저와 전채요리, 디저트를 맛보고 평가할 수 있는 감각이 훨씬 향상된  같았다.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카지노 업장이 아닌 곳에서 승객의 기분을 내는 것. 그곳에서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와인도 한 잔씩 곁들이며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건 역시나 크루즈 승무원이 선상에서 누릴 수 있는 큰 혜택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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