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y Jun 26. 2022

[은평] 구파발 No beer No life

'혼술'의 환대 


‘노비노라’가 혼술을 지향하는 분위기지만 쉽게 혼술을 하러 가지 못했다. 노비노라는 나에게 내가 아끼는 친구들을 데려가고 싶은 맥주집이었다. 어쩌다 친구들이 구파발 한 번 오면 ‘노비노라 가자!’라고 말했으니까. 하지만…… 일상에 지쳐가고 내가 지치는 만큼 친구들도 지쳐갔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 하느라 저 멀리서 안부만 전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절대 네버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기에 술이 필요했다.


혼술의 장소는 보통 내 방이었다. 편의점에서 가장 예쁜 맥주와 젤리를 사가지고 집으로 갔다. 혼술을 밖에서 해야지라는 결심보다 역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빨리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에 노비노라에 들어갔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혼술을 하러 이렇게 들어가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혼술은 가성비 떨어지기에 술집에서는 별로 안 내켜 한다. 몇 번의 장면을 목격하고 용기를 냈다. 예전에 친구들이랑 노비노라에 갔을 때 종종 보이던 편안하게 혼술하던 손님들, 혼자 오라고 권하고 혼자 오는 손님들을 잘 대접하려는 사장님의 인스타 글. 그런 경험들이 쌓여 내가 술집에 혼자 들어가는 게 머쓱하거나 무안하지 않다는 것을 체득했다. 노비노라에서 혼술하는 것은 내가 더 이상 눈치 볼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혼자 여기에 들어가도 충분히 ‘환대’ 받을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야 노비노라에 혼술하러 들어가게 되었다.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라고 요즘 읽은 책(<사람, 장소, 환대> 강추!)에서 말한다. 내 언어로 풀어내면, 사회 안에서 내가 누구든지 간에 배척당하지 않고 그곳에 있는 게 불편해하지 않는 것이다. 그게 사회 안에서 ‘사람’으로 살아가는 기본 조건이라고 말한다.


술집에서 혼술을 환대하는 것과 사회 안에서 사람을 환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훨씬 더 복잡할것이다. 어쨌든 혼술 하는 것을 환대받으면서 느낀 점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환대를 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 느낀다. 콕 집어낼 수 없는 무형의 분위기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을 바로 알아챈다. 사회에서도 누구라도 그곳에 있는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은평] 응암동 니하오 중국 손만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