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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출판사아저씨 Oct 17. 2017

[일상이야기]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꿈

악몽에 시달려본 적 있으세요?


어젯밤 꿈에 제가 탄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우리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에서 옥외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없는데 갑자기 꿈에 등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게 웬일이야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는데 그만 추락하는 꿈을 꾼 것이죠. ‘악’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꿈속에서 깨달았습니다. 보통 꿈에서 깨어나면서 악몽이었구나 탄식하는데 저는 깨지 않고 다시 꿈속에서 꿈을 경험한 셈입니다. 아침부터 썩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요즘 저는 생활 패턴이 불규칙합니다. 딱히 9to6로 표현되는 일반 회사에 재직중이 아니고, 영업사원으로 한 군데 발붙이고, 창업 준비한다고 또 한 군데 발붙이고 이곳저곳 기웃기웃 거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새벽 늦게까지 이것저것 분주하게 작업하고, 어떤 날은 집에서 한량처럼 멍하게 있습니다. 물론 한량처럼 멍하게 있다고 해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그 무엇을 해도 마음이 무겁고 불안합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가고, 앞으로 1인 기업이 유망하다고 합니다. 저도 그 생각에는 동감합니다. 그렇지만 직장이 없이 살아가는 것은 매우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고정수입이 없어서 항상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내 인생 내가 스스로 책임진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가 좀 도와주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냥 적당한 직장에 취업해서 단 몇 푼이라도 마음 졸이지 않고 정해진 날짜에 받고 싶은 것도 요즘 느끼는 감정입니다. 처음 마음먹었던 용기와 기백은 이미 깊은 바닥으로 떨어져서 쉽게 솟아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런 마음가짐을 가끔 글을 통해 표현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예전에는 술이나 먹고 흥청망청 시간을 소비했는데, 불안한 마음이 생길수록 나 자신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글을 쓰면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얻은 유일한 희망거리입니다. 물론 내면 깊숙한 곳에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두려움이 불쑥불쑥 나타나면서 엘리베이터에서 추락하는 꿈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사실 매월 정해진 날에 월급을 받는 직장에 다닐 때도 마음 한편은 항상 무거웠습니다. 평생직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재직 당시에는 고민만 했습니다. 그 어떤 액션도 하지 않고 그 생각을 지우기 위해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소비했습니다. 밤늦도록 TV 시청을 하고, 술을 마시고 다음날 그것을 핑계 삼아 또 늦잠을 자곤 했습니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면서 아,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아무 대책도 없이 직장을 떠났습니다. 


많은 동료들이 걱정보다는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어디에 가더라도 저의 근면 성실함과 유쾌한 성격이라면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부러워했습니다. 처음 한 두 달은 그런 축하와 부러움에 도취되어 있었나 봅니다. 몇 년간 일했는데, 몇 달 쉰다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남은 건 빈 통장과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뿐입니다. 자녀는 쑥쑥 성장하는데 저는 정체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직장에 있을 때도 직장을 떠난 지금도 불안한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아니면 이제까지 인생을 잘못 살아왔나요? 


저는 잘못한 것도 없고 인생을 잘못 살지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과는 별개로 현재 상황은 달갑지 않습니다. 오직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이 저의 온몸을 휘감고 있습니다. 그것이 결국 지난밤 꿈에 표현된 것입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지만, 돈이 없으니 점점 마음이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얼굴이 벌게집니다. 식사시간에도 주눅이 듭니다. 선택할 일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부끄럽지만 자신감도 많이 상실했습니다.     


그러나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장 중에 하나가 “변함없는 건 모두 변한다”는 말입니다. 저의 지금 상황도 언젠가는 변할 겁니다. 지금 불안한 마음이 즐거운 마음으로 변할 겁니다. 지금 돈이 없지만 돈이 많아질 겁니다. 지금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안정적인 상태가 될 겁니다. 다시는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지 않는 그런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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