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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출판사아저씨 Dec 18. 2020

2020년 12월 9일

제주도 출장


2020년 12월 9일에 제주도 출장을 떠났다. 코로나가 전국에 퍼지면서 이동 자제 명령이 내려진 상황이었지만 나 역시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아침 6시 반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터미널과 가장 가까운 곳의 주차장은 역시나 만차. 그래서 이번에는 화물청사 주차장에 주차했다. 김포공항 1, 2 주차장보다 약 30% 이상 저렴하지만 약간 거리가 있는 불편은 감수해야 했다. 터미널에 입장하니 그래도 작년보다는 덜 하지만 공항의 분주함이 느껴졌다. 대다수의 승객은 여행이 목적인 듯 화려한 옷맵시를 뽐내고 있었다. 나만 홀로 그들 사이에서  일하러 갑니다라고 시위하듯 와이셔츠에 구두를 신고 돌아다녔다. 

기내에 탑승하니 탑승률은 90% 이상인 듯, 빈자리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 하긴 비행기 요금도 평소보다 50% 이상 저렴하니 오히려 시간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이 시기에 여행하는 것도 경제적으로 나쁘진 않겠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약 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제주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기내에서는 대부분 이야기하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엄중한 시기인 만큼 조심하는 모습이랄까.



그래도 제주도에 도착하니 일하러 오긴 했지만 기분이 색달랐다. 공항에서 한라산도 보이고, 돌하르방도 반겨주고, 이색적인 야자수 비슷한 나무들도 있고 하니 그 순간만큼은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를 대여하고, 1차 목적지를 향해 갔다. 가지고 온 책자도 배부하고 고객과 만나서 상담도 하다 보니 어느새 캄캄해져 있었다. 오후 5시 10분이었다. 이대로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일을 서둘러 종료하고 네이버 지도를 보니 10km만 이동하면 성판악 휴게소란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어서 빠른 발걸음으로 아니 운전을 해서 이동했다. 티브이에서만 보던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 이미 해가 거의 진 상태라서 주차장은 썰렁하고 마지막 하산객들만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래도 기왕 왔으니 사진 한컷 찍고 가족들에게 한라산 등반 중이라고 농담 삼아 메시지도 보냈다. 일하는 동안에는 추운 줄 몰랐는데 확실히 한라산 중턱이라 그런지 한기가 제대로 느껴졌다. 두꺼운 잠바를 걸치고 휴게소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오후 6시가 되었다. 아, 오늘 저녁에는 뭘 먹지?



출장을 몇 년째 전국으로 다니면서 혼자 저녁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매번 저녁마다 뭘 먹을지 고민이 된다. 혼밥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제주도는 1년에 한 번 정도만 출장으로 가기 때문에 어디 가서 뭘 먹어야 할지, 제주도까지 왔는데 그래도 회, 흑돼지 정도는 먹어야지 고민하다가 결국 편의점 도시락 당첨. 그러고 보니 매번 제주도 저녁식사는 편의점 도시락과 한라산 소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제주도 저녁 목표는 항상 한라산 소주였던 것 같다. 말로만 회, 흑돼지 외치고 그까짓 것 보다 한라산 소주를 먹느냐 아니냐에 더 사활을 걸었던 것 같다. 아, 작년에는 제주 막걸리도 편의점에서 사서 먹었네. 그렇게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사서 미리 예약한 상호는 호텔이지만 실제는 모텔인 숙박업소에 입실해서 제주도의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약간의 티브이 시청을 즐긴 후 기절해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에 내장된 만보기를 확인해보니 14,500보를 걸었더라. 어쩐지 기절할만했다. 제주도까지 가서 첫날 바다도 한번 못 보고 일만 했으니 참 대단하구나.



그리고 2020년 12월 10일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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