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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Oct 05. 2017

자책감이 만들어낸 괴물,
영화 <장화홍련> 리뷰

<장화홍련> 리뷰

공포영화에 프리미엄을 더한, 

'고급스러운 공포영화'라는 고유명사가 생긴다면,

국내에선 가장 먼저 장화홍련이 그 타이틀을 

차지하지 않을까?


출처 : 네이버 영화


<장화홍련>은 한국 공포영화 중 <알포인트> 다음으로 네이버에서 

높은 평점인 8.71을 기록 중인 영화이다.

(<무서운 집>이라는 영화가 평점 자체로는 1등이지만 살펴보니 네티즌들의 장난이었으니 생략)

무려 2003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아직까지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3년 당시 제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조명상, 음향상, 미술상을 수상했으며

수미 역의 임수정은 대한민국 영화대상뿐만 아니라 청룡 영화제에서도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필자 또한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스토리도 탄탄하고 연출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어떤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공포영화와 고급스러움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지 가늠이 가질 않는다면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주길 바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고풍스러운 공포영화라고?>

영화 <아가씨>를 생각나게 하는 아름다운 일본식 목조주택, 주위에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들, 

화려하고 아름다운 벽지의 색, 집안의 모든 소품, 심지어 계모의 옷들마저 아름답다. 

마치 색감 미술관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음산하고 기묘한 느낌이 든다. 집안 내부가 지나치게 넓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과유불급 [過猶不及] :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출처 : 네이버 Dr. Yang's 영화세상 블로그

이미 시각적인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음향이 더해지는 순간 그 효과는 배가된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적절한 배경음악들을 잘 사용한 것 같다.

특히 영화 OST인 이병우의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은 영화에 날개를 달아준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아름답지만 슬픈 선율이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한 가족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

최고의 연기자들이 모인 만큼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무현 역의 김갑수, 수연 역의 문근영 둘 다 절제된 감정과 격한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수미 역의 임수정과 새엄마 은주 역의 염정아다. 

두 명이서 이 영화의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높였다고 생각한다.

임수정은 입원한 환자, 계모와 싸우는 딸,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 찬 모습을 잘 보여주었고,

특히 계모 역인 염정아와 대립하는 구도에서 보여준 연기들이 인상적이었다.

염정아는 영화 속 허상의 인물로 등장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던 만큼,

감정연기 또한 과장된 표현들이 많았는데, 완벽히 소화해냈다. 

아빠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다가 딸들에겐 매몰차게 대하는 것 같이 이중적인 부분의 모습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식탁에서 동생 부부와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혼자 과거 회상을 하며 포복절도하는 모습은 잘 때도 생각이 날 것 같이 소름 돋게 연기를 잘해주었다.

그리고 잠깐 나왔지만 식사 중 귀신을 보고 발작을 일으키는 동생 부인의 연기는 

정말 피나는 노력 끝에 만들어진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고의 연기였다.

이렇기 때문에 연기력으로 이 영화를 비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사실 귀신은 몇 번 등장하지 않는다>

실제로 귀신은 영화 러닝타임 중 4~5번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들 이 영화를 공포영화 명작이라고 꼽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3가지 요소를 꼽아보았는데, 바로 반전과 디테일, 스토리이다.


첫 번째는 반전이다

영화 중반에서 후반부로 넘어갈 때쯤 반전 요소가 나타난다.

반전이 되기 전까지의 내용은 전부 다 허상이 되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그간의 스토리에 옥에 티가 있는지, 복선이 있었는지 

더욱 흥미를 느껴 몰입하며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스토리이다.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수미의 자책감과 계모와 두 자매간의 대립구도, 가장의 방치는  

관객들로 하여금 슬프고 안쓰러운 감정을 유발한다. 

수미가 1인 3역을 했던 이유, 왜 허상의 계모와 계속해서 갈등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영화가 전개됨에 따라 점차 알 수 있게 되고, 

그러한 감정과 기묘하고 음산한 배경, 소품과 배경음악이 합쳐져

슬프지만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존의 공포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이어서 더욱 신선하게 와 닿았던 같다. 

물론 귀신이 등장할 때는 더욱 무섭다.


세 번째는 디테일이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디테일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반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반전 전의 장면 중에서 옥에 티나 흠이

전혀 없고 심리묘사적인 부분이 뛰어나다. 

그중에서도 감독이 굉장히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고 느낀 부분들이 있는데,

수연과 은주가 수미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인물이었다는 

반전을 주기 전까지는 맨 정신인 아버지가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던 것과 

수미와 수미가 만들어낸 환영인 수연이와 은주의 월경 날짜가 같았던 것 까지,

감독은 계속해서 교묘하게 힌트를 깔아놓았다. 알고 나면 소름 돋는 디테일이었던 것 같다.

출처 :  Deposit photos

<다 맞추고 나면 한번 더 소름 돋는 퍼즐놀이>

실제로 <장화홍련>에 대해 검색을 해보게 되면 영화의 숨겨진 의미에 대한 질문글이나 

해석 글이 굉장히 많다. 이는 영화 장면 장면마다 숨겨진 의도가 있었다는 뜻인데,

영화가 끝나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영화 초반부에 왜 수미의 옷장에 똑같은 옷들이 여러 벌 있었는지

궁금했었는데, 해당 내용을 검색해서 찾아보니 수미의 다중인격 망상 증세를 암시하는

장면이었다는 감독의 코멘트를 보았다.

한 번 더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장화홍련>은 기존의 평범한 공포영화와 분명히 다르다. 

기존의 공포영화들은 시각, 청각적인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공포심만을 전달하는 형태의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장화홍련은 그런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과 슬픔과 무서움이 결합된 <장화홍련>은 굉장히 세련된 느낌을 줄뿐만 아니라

귀신의 등장을 최소화시키면서 공포영화로써의 완성도도 놓치지 않았다.

공포와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오늘 그들의 집으로 놀러 가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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