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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뱡인 Aug 12. 2023

나의 구속기 (2)

2. 사건 사고 접수

큰 울림 없는 대형 교회의 거대 자본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찜찜한 기분으로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마침 동생은 소개해준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며 들뜬 듯한 표정으로 그 날 오후 우래옥에 매니저를 만나러 다녀오겠다 했다. 잠시 청소를 멈추고 부엌에서 쉬면서 그에게 오후 일정을 전하다가 동생이 우래옥에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큰 일도 아니고 잠신데 더 이상 관여하지 말자는 말에 그는 나에게 불과 몇 시간 전 동의한 것도 잊었냐며 화를 내었고 그런 불법행위를 하는 한 동생은 우리 집에서 묵을 수 없다고 흥분했다. 동생을 쫓아내겠다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난 나는 더 이상 꼬리를 내리지 않았고 그렇다면 나와 동생이 나가겠다고 따지자 그는 갑자기 거실을 지나 아래층 동생 방으로 향했다. 우리가 언성을 높이는 것이 불편했던지 마침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던 동생이 현관 앞에서 그와 마주쳤다. 현관에서 반층 위에 자리한 거실에 서서 들으니 나름 차분하지만 무례한 말투로 또 같은 말 무한 반복, 관광비자를 가지고 들어와서 일을 한다는 것은 불법이라는 일장연설을 하더니, 네가 오늘 가서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너와 우래옥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었다. 황당한 동생은 알았다며 문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간 꾹꾹 눌러왔던 답답함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내 동생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해? 네가 뭔데 왜 우리 가족을 불법 범법자를 만들어? 라며 위층 거실로 올라온 그에게 고함치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투로 또 같은 핵고구마 이야기에 더해 신앙인으로서 옳은 선택에 관하여 그날 들은 예배 설교까지 꺼내며 우리를 불신하고 불법스러운 인간으로 치부했다. 이성을 잃은 나는 오른손으로 잡고 있던 Swiffer 밀대를 그를 향해 밀어던졌고 그는 밀대가 자기에게 오지 못하게 손으로 막아 쳐냈다. 나에게 이건 가정폭력이라며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뒤돌아서 가는 그를 향해 왼손으로 들고 있던 아리조나 아이스티 캔을 던졌고 거의 빈 캔은 그의 발등에도 못 미쳐 거실 바닥으로 떨어졌고 애석한 아이스티만 초라하게 흘러내렸다.


잠시 멈춰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단은 동생이 오는 대로 잠시 같이 나가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내일 출근할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옆방에서 그는 일부러 들으라고 하는 것인지 911에 신고해 큰 소리로 자신이 공격당했고 내가 옆에 있고 짐을 싸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었지만 무슨 상황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더 이상 그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 계속 조용히 짐을 싸던 찰나, 거짓말 같이 1분도 지나지 않아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나도 아니고 두 사이렌 소리가 너무 금세 울리기 시작하니 그 소리가 우리 집을 향해 오는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집에 벨이 울렸고 그가 두 경찰과 현관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거실로 나가보았다. 일단 너무나 멀쩡한 그와 나를 본 두 경찰은 나와 서로 황당하다는 눈빛을 나누었고 정중한 말투로 자신들이 들어와 집을 좀 둘러봐도 되겠냐 물었다. 그러지 못할 이유도 없기에 나는 그러라 했고 청소가 마침 끝마무리를 향해가던 차라 집안은 말끔했다. 그들 중 한 명은 그와 문밖으로 나가서 마저 이야기하고 나머지 한 명이 들어와 범죄현장으로서는 이상하리만큼 깔끔한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는 밀대와 흘러내린 소량의 아이스티만 덩그러니 놓인 것을 확인하고 나에게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자 했고 나는 거실에서 현관을 향한 반층 계단에 앉았다.


나머지 경찰 한 명도 들어와 내 앞에 섰고 나는 그들이 묻는 대로 어떻게 된 일인지 차분히 설명했다. 그들은 눈높이에 누워있는 거실 바닥의 밀대를 가리키며 저걸 그에게 휘둘렀냐 물었고 나는 절대 휘두르지 않았고 그저 이렇게 밀었다며 손을 뻗었다. 경찰관 두 명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거실 바닥에 음료에 대해 물었고 나는 캔이 있었고 바닥으로 던져졌다고 순순히 대답했다. 그가 뭐라고 과장해서 이야기했는지 몰라도 나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하면 실상 너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순진한 생각에 경찰들은 그대로 돌아갈 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두 경찰 중 젊은 한 명은 짐을 싸는 것 같던데 갈 곳이 있냐 언제 나갈 것이냐 물었고 나는 내일 출근을 위해 회사 근처 호텔에 동생이 오는 대로 짐을 마저 챙겨 나갈 것이라 답했다. 그러자 다른 경찰이 자기들은 밖에서 잠시만 이야기하고 올 테니 나에게 여기서 기다려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여전히 그들이 그냥 돌아가거니 내가 짐을 싸서 나가는 것만 보고 가려는 거려니 생각하며 앉아서 어디로 갈지 동생이 언제 올지 앞으로 그는 어쩌자는 생각인 건지 복잡한 머릿속을 달래며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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