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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뱡인 Aug 12. 2023

나의 구속기 (3)

3. 가정폭력범의 체포

곧 돌아온 경찰들은 나에게 일어나 달라더니 영화에서나 듣던 대사를 읊기 시작했고 나의 팔을 잡아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상황에 어이가 없어 무슨 일이냐 묻는 나에게 젊은 경찰이 일단은 같이 가야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 여기서? 동네 사람들 다 보는 이 벌건 대낮에? 수갑은 채우지 말라 내가 걸어가겠다는 부탁에 그들은 단호하게 자기들은 절차를 따르는 것일 뿐이라고 내가 걸어가 차량에 탑승하는 것은 안된다고 거절했다.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게 네가 바라던 바냐는 나의 질문에 먼 곳을 바라보며 나의 눈을 피했다. 그렇게 나는 수갑을 차고 그날 따라 길고 긴 앞마당을 지나 경찰차에 실렸다.


젊은 경찰의 차량이었다. 황당함에 할 말을 잃은 나에게 그는 나름 친절을 베풀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건넸고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정말 그 상황이 범죄현장이라 생각했는지 물었다. 그는 전혀 위험하게 보이지 않았고 본인은 진심으로 체포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결국엔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끝날 일을 가지고 내가 체포되어 경찰서로 연행됨으로 인해 발생할 서류 작업을 생각하면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구구절절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일단 폭행으로 신고가 접수되어 본인들이 현장에 나타나면 차후에 더 큰 사고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특히 최근에는 사고 신고 접수 시 분쟁 당사자 중 누군가는 연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며 본인도 어쩔 수 없었단다. 그럼 그런 상황에는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냐며 되뇌는 나에게, 그렇게 큰 싸움이 되기 전이나 그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집에서 나왔어야 했다는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네기도 했다.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라는 생각에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정말 가까운 곳에 위치한 Arlington Heights 경찰서에 도착해 나는 접수 창고를 지나 영화에서 보던 대로 경찰관들 책상이 곳곳에 놓인 넓은 오피스로 안내되었다. 일요일이라 당직을 서는 경찰들 말고는 거의 빈 사무실이었다. 그의 책상 앞에 앉아서 나의 직업, 가족 관계, 등등 인적사항을 밝히고 다시 한번 사건을 요약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내가 무슨 범죄로 입건되었던 것인지도 그제서야 물어봤던 것 같다. 가정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들었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사건 접수 후 집으로 보내질 거라 생각한 것 같다. 검사도 만나지 못했는데 기소 처분 된 것인지 어떤 상황인지 법도 모르고 언어도 편치 않으니 제대로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저 수갑을 차고 경찰차로 호송되어 온 것만으로도 가히 충격적이었고 쉽게 잊을만한 사고는 아니니 한 집에는 못 있겠고 일단 집에 가서 오늘 밤은 어디로 나갈지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그 후 옆 방으로 나를 안내한 그는 벽에 걸린 하얀 스크린 앞에 서게 한 후 머그샷을 찍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보던 대로 정면, 양 옆, 가까이와 멀리서 여러 장의 사진이 찍히는 그동안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 이렇게 나는 범죄자로 접수되는 거구나 라는 생각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고 화가 치밀었다. 여담이지만 훗날 열람한 서류를 보니 정말 무서운 표정으로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남을 듯한 인상으로 찍힌 그 사진은 그 순간의 기분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그렇게 피의자 접수를 마친 나는 또 다른 곳으로 안내되었고 그렇게 나는 철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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