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제노 카오리 리조트 벤치마킹!
2017년 4월,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어느날, 갑자기 떠났던 이토 여행. 당시 꽤 고급 료칸에 머무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특히나 일본 고급 료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호스피탈리티(hostpitality)'를 체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꽤나 설레었던 것 같다. 흐드러지는 사쿠라를 보며 화창했던 그 봄 날의 여행길, 그리고 료칸에서의 하루를 되새겨보았다.
도쿄 시나가와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중간에 아타미를 경유하여 이토까지 가는 여정은 차분하고, 편안했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경치를 넋을 놓고 바라보면서 맑고 화창한 날씨까지 더해지니 세상 행복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이토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해산물 정식이 유명한 마루타카라는 음식점을 영업개시와 동시에 첫 손님으로 입장, 이런저런 음식을 주문하여 먹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도쿄 외곽지역이라 그런지 확실히 종업원들도 분위기가 밝고 친근하고 시골지역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정이나 친밀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종업원 여직원 중 한 명은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며 굉장히 친근하게 대해 줬는데 음식도 맛있었지만 그들의 서비스, 친근함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 할 수 있었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죠가사키 해안으로 향했다. 죠가사키해얀은 용암이 흘려내려온 절벽을 파도가 깎아내어 만든 해안으로, 주요 스팟 중 하나가 가도와키 현수교라는 절벽과 절벽 사이에 있는 ‘흔들다리’이다 높이 23m 길이 48m의 다리인데 사진으로만 보았을 때 깎아지를 듯한 절벽 사이에 놓여진 다리와 바다 사이가 꽤나 깊어 보기만해도 아찔했던 기억이 난다. 현수교까지 가는 길 역시 상당히 아름다웠다. 길 왼편으로는 숲 속이 오른편으로는 해안 절경을 사이에 두고 걸으면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산과 바다를 둘 다 감상할 수 있다니.. 파도소리와 새소리를 함께 들으며, 바다의 짠내와 숲 속의 싱그러운 풀내음을 함께 느끼면서 그 두 경관이 자아내는 콜라보레이션 속에 흠뻑 취해 콧노래를 부르며 길을 걸었다. 어느덧 현수교 앞에 다다랐을 때 생각보다 거센 바람 때문에 다리를 건너는 그 48m가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짜릿하고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다리를 건너니 용암평야가 펼쳐있었고 그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두번째 관광지인 오오무로야먀는 표고 580m의 화산(독립봉)으로 이토시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며 일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만족스러운 관광지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까지 관광했던 그 모든 장소를 통틀어 가장 특이하고 신기했던 경험이었다. 분화구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발 아래로 보이는 절경을 감상하는 기분이 굉장히 짜릿하고 신선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서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에 꽤 놀라 무서웠지만 분화구 위에 서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되고 설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분화구로 오목하게 되어 있는 둥근 원 안쪽에선 양궁체험을 하고 있었다. 내려갔다 올라오는 것이 엄두가 나지않아 거기까지 가보진 못했으나 꽤 많은 사람들이 양궁체험을 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에 가장 큰 목적이었던 카제노 카오리 리조트 숙박.
럭셔리 호텔로 일본 숙박사이트 3년 내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호텔이야말로 ‘운영’ 쪽으로 정말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객실은 총 19객실로 많지 않지만 각 객실 별로 바틀러서비스처럼 1:1로 직원이 대응하고 있었고, 시설 측면에서 5성급 호텔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느낌은 아니었지만, 약간 오래된 듯한 느낌이 오히려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 마치 오래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한, 능숙하고 노련한 분위기의 호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사실 호텔/리조트 벤치마킹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하드웨어/시설 측면에서 주는 임팩트는 순간적인 만족감이 큰 것 같다. 결국 자본력으로 하드웨어나 시설은 얼마든지 구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고객입장에서 오랫동안 기억되고 밸류로 남는 것은 ‘서비스’로 차별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 호텔이야말로 서비스 측면에서 충분히 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운영역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숙박이었다.
1. Check-in
호텔 로비 카운터 데스크가 아닌 별도 라운지에서 진행이 된다. 택시타고 도착하면 로비에서 직원이 마중을 나오는데 (택시비는 호텔 측에서 지불한다.) 해당 직원이 라운지까지 안내, 체크인 진행까지 도와준다. 라운지에 도착하면 웰컴드링크와 푸드를 내어준다. 웰컴드링크도 차/커피/다양한 과일쥬스 등 선택권을 준다. 더웠기 때문에 자몽쥬스를 선택해서 마셨다. 라운지에서 웰컴푸드를 즐기면서 여유시간을 잠깐 가진 후 직원이 와 체크인을 도와준다.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해주고 본인은 별도 작성할 필요 없이 구두로 불러주면 직원이 알아서 작성을 하고 도와준다. 굉장히 친절했고, 배려 받는 기분이 들었다. 라운지 이용시간은 무제한이었다. 마치 클럽라운지처럼 객실에서 쉬다가 원하면 내려와 쉴 수 있고, 커피/맥주/음료 등을 원하는대로 마실 수 있다고 하였다. 시설은 화려하고 크진 않지만 작고 편안하며 아늑한 느낌이었다.
2. 객실
체크인을 마치고 직원이 직접 객실까지 안내해 준다. 전 객실 오션뷰가 큰 장점인 본 호텔은 작지만 노천탕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본 전통 료칸과는 약간 다르긴한데 다다미방으로 구성되어있다.
객실 내 미니바는 무료 사용이 가능하였고 인당 여벌옷이 2벌 준비되어있었는데, 하나는 파자마 또 하나는 평상복으로 마치 찜질방에서 입는 옷처럼 굉장히 편안한 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식사하러 나갈 때나 산책 시 유카타 또는 평상복으로 입으면 된다고 하였다. 유카타 역시 타 료칸과 다르게 여러 다양한 디자인의 유카타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었다.
또 하나 특이했던 것 중 하나가 객실 내 안마체어가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여태까지 그 어느 호텔/료칸을 가더라도 안마의자가 있었던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노천탕에서 몸을 데우고 안마의자에 앉아 안마를 받는 기분, 제대로 힐링과 휴식을 취하기에 최적의 조화라고 생각된다. 숙박하는 고객들의 니즈, 연령대 등을 고려하여 호텔 측에서 생각한 세심한 배려와 차별화 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객실 내 시설은 최신식의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깔끔하고 심플했다. 특히 객실 내 별도 욕실은 핀란드식 사우나처럼 사누끼욕조로 디자인 되어 있었고 어매니티도 모두 갖춰 있었다.
3. 센토
9층에 온천장은 크게 2곳이 있었고 모두 프라이빗이었다. 따라서 공실여부 확인을 위해 각 층별로 욕실의 입실 상황을 전광판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운이 좋아 저녁식사 전에 온천을 할 수 있었다.
센토는 다소 아쉬웠다. 일단 노천탕이 따로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실망이었으나, 실내는 생각보다 굉장히 넓었다. 기본 3~5명은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넓었고 어매니티는 종류 별로 갖춰져 있었다. 평소 사용하고 싶었던 어매니티가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4. 가이세키정식
일본료칸의 퀄리티는 결국 식사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저녁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조금 늦게 체크인을 하는 바람에 2부에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전주로 총 6가지 드링크가 나왔다. 식욕을 돋우어 줄 수 있는 매실주, 와인, 니혼슈 등 여러 종류가 예쁜 설명서와 함께 놓여져 있었다. 7~8가지 음식이 코스로 천천히 나왔는데 약 2시간동안 정말 천천히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직접 철판에 구워먹는 고기부터 사시미, 디저트까지 행복하고 즐거운 식사였다. 그리고 노미호다이였던 점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배가 불렀기 때문에 맥주와, 사와 두잔 밖에 마시진 못하였으나 드링킹 메뉴를 무제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1부 식사했던 사람들을 위한 것 같은데 식사 후 바에서 음료가 무제한, 그리고 라면이 무료로 제공되었다. 저녁을 먹은 직후라 라면을 먹기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1부 때 식사했던 사람들이라면 출출해질 시간이기도 하고 라면을 먹기 적당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고객 한 명 한 명의 니즈를 채워주기 위한 세심한 배려와 서비스가 보였다.
아침은 일반적인 료칸의 아침식사와 약간 다르게 철판구이가 메인이었다. 보통 아침의 경우 저녁과 다르게 코스가 아니라 깔끔한 정식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보통은 절임, 생선, 야채, 국 등 깔끔하고 정갈한 것이 일반적이다. 본 식사 역시 기본적으로 나오는 반찬 종류는 비슷했으나 직접 생선을 구울 수 있다는 점이 꽤나 재미있었다. 또한 생선 굽는 냄새도 식욕을 돋우었고 먹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5. 체크아웃
체크아웃은 로비 카운터에서 진행이 되었다. 보통은 역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있으나 약간 시간이 늦어져 셔틀버스를 타지 못해 호텔측에서 직접 택시를 불러주었다. 신기한 점이 택시타고 역까지 이동하는 요금에 대해서는 호텔 측에서 부담하고 있다. 전혀 몰랐는데 무료로 택시를 타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고객 한 명 한 명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호텔측의 세심한 배려와 정성, 서비스를 충분히 느끼고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