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알프스 : 한 여름에 다녀온 설산 트래킹
한 여름에 눈 덮힌 설산을 트랙킹 할 수 있다니! 이 낭만적인 체험을 위해 1년 반을 기다렸었다. 2017년 6월 초에 일본에 놀러 온 친구와 함께 떠난 다테야마 여행. 일본의 알프스라고도 불리우는 이 곳에서의 추억을 기록했다.
0. 들어가며
1년 전부터 가고 싶던 곳, 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 트래킹. 웬만한 일본인들도 가본 적 없는 그러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이 곳은 특히 4월 중순부터 6월 초중순 까지만 관람이 가능한 ‘눈의 대계곡’ 이 가장 유명하다. 사실 본인 역시 이 눈의 대계곡을 보기 위해 본 지역을 선택했을 만큼 난생 처음 보는 경이로운 광경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트래킹 코스는 나가노에서 출발하여 다테야마에서 도쿄로 돌아오는 코스가 있고 혹은 그 반대가 있엇는데 본인의 경우 나가노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을 선택했다. 올해만 나가노 3번째 방문이었는데, 물론 매 번 다른 지역을 여행했지만 ..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나가노는 높은 산새와 풍경 덕분에 언제 가도 신비롭고 경이로운 곳인 것 같다.
1. 오오기사와역
오전 10시 셔틀버스를 타고 나가노역에서 약 2시간 걸려 도착한 첫 지역은 오오기사와역이었다.
나가노는 도쿄보다 약 10도정도 더 낮기 때문에 여행 당일 날 나가노 지역의 기온은 약 9~13도 사이였던 것 같다. 한 여름에도 눈이 있을정도이니 그 추위란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그래서 생각보다 얇게 옷을 입고 갔던 것 같다. 주변에 패딩/트래킹복/바람막이 등 단디 챙겨 입으신 사람들을 보고 출발부터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다. 주변에 등산복을 파는 상점들이 있었는데 정말 하나 사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다음 여정으로 이동을 위해 잠깐 대기하면서 대기실에 있는 모니터로 각 정착지 별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날씨가 맑아 다행히 전 구간 관광이 가능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눈에 또 한번 깜짝 놀랐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따뜻했던 날씨 덕에 생각보다 많이 춥진 않았다. 오히려 실내가 더 추웠던 듯 싶다.
정말 가고싶었던 장소 중 하나였기 때문에 평소 좋아하는 (아끼던) 옷을 입고 갔는데, 옷도 날씨도 장소도 너무나 다 내 마음에 쏙 들어 여행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설레임을 갖고 갔던 것 같다.
2. 구로베 댐
간덴터널 트롤리 버스라는 전차를 타고 동굴 같은 곳을 약 16분 통과하면 구로베 댐에 도착한다. 사실 구로베 댐에 대해서 큰 기대가 없었다. 그러나 스위스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은 평화롭고 고요한 자연정취에 연신 우와~ 거리며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6월임에도 불구하고 눈 덮인 산 아래로 넓은 에메랄드 빛 호수가 펼쳐져 있고 그 장관을 감상하며 댐 주변을 걷고 있으니 자연 속에 푹 빠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침 수학여행 온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의 꺄르르 거리며 웃는 소리들이 더해져 더욱 경쾌하고 활기찬 기분이 들었다. 평소 나가노 날씨는 흐린 경우가 많은데 이 날은 운 좋게 너무나도 맑아 여행의 흥을 돋우었다.
3. 다이칸보
구로베호수를 지나 케이블카와 로프웨이를 타고 도착한 곳은 다이칸보였다. 다이칸보는 해발 2,316m 높이의 위치였는데 후지산이 약 3,800m, 백두산이 약 2,700m, 한라산이 약 1,900m 라고 하니 백두산 정상에 오른 기분이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노에 올 때마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산새의 모습과 정취 때문에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는데 어마어마한 높이가 그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신비로움을 느꼈던 그 산 한가운데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놀라웠다.
4. 무로도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기대작. 바로 눈의 대계곡이 있는 ‘무로도’에 도착하였다. 역시 처음에 탔던 트롤리 버스를 타고 약 10분정도 걸려 도착한 무로도에서 당연히 봐야하는 눈의 대계곡 입장하는 곳으로 갔는데.. 아뿔싸! 도착 10분 전에 이미 종료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종종 날씨가 나쁘면 눈의대계곡 워킹은 중지된다는 안내를 본 적이 있었는데 볼 때마다 저기 간 사람들 불쌍해서 어쩌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번만큼은 날씨가 좋아 나 스스로로도 여행운이 참 좋았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확인을 제대로 못한 탓에 종료라니…. 너무 아쉬웠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지만 안내자 분이 걷지는 못해도 버스 타고 그 사이는 지나갈 수 있다고 얘기 해 준 덕에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눈의 대계곡 워킹은 오전 9:30분부터 오후 3:15분까지만 진행하고, (나는 3:25분에 도착했다..) 그 이유는 오후가 되면서 추워지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어 빨리 종료한다고 하였다. 할 수 없이 포기하고 5시에 있다는 막차를 타기로 결정, 1시간 반정도 남은 시간 무로도에서 온천을 즐기자 싶어 아무 기대 없이 온천장에 갔는데,, 우선 다소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매우 작은 공간이지만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절경에 노곤노곤해지는 기분이 과연 최고였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온천장인 만큼, 그 경험도 다른 온천장에선 느낄 수 없던 색다른 체험이었다. 구름을 바라보며 하늘 위에서 온천하는 기분이었다.. 타이밍도 정말 좋았던 것이 아침부터 트래킹으로 꽤나 지쳐있었는데 그 사이 물 속에서 따뜻하게 몸을 녹이며 잠깐의 휴식을 만끽할 수 있어 행복했다.
다행히 눈의 대계곡의 맛보기 느낌으로 된 다소 짧은 구간이지만 그 느낌은 체험할 수 있었다. 눈의 대계곡보다 사실 온천이 기대이상으로 좋았고, 온천까지 가는 그 길위에 펼쳐진 설경과, 몰려오는 구름떼들이 더욱 시선을 압도하였다. 난생 처음 보는 풍경에 그것도 여름에 볼 수 있는 설경이 마치 현실이 아닌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막차였기 때문에 중간에 정차하지 않고 바로 도착지인 다테야마역까지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사실 무로도 이후 중간 지점들은 볼거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버스 안에서 푹 쉬면서 창밖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학수고대하던 눈의 대계곡 사이를 버스타고 지나갔는데 생각보다 높은 눈의 높이에 꽤나 놀랐고, 그 길이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 사이를 걸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자 노력했다. 그 이후에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들은 거의 비슷했다. 눈이 많았고 중간에 일본에서 가장 긴 폭포를 멀리서 볼 수 있었는데 계속 훌륭한 경치들을 봐와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다.
다소 아쉬움은 남는 여정이었지만, 만족했고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5. 토야마 역 / 마치며
토야마역은 처음 방문하는 지역이었다. 신칸센 시간 때문에 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언젠가 한번 더 방문하고픈 지역이다. 토야마는 흰살새우와 블랙라면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라면은 먹고 싶지 않아 역에 있는 흰살새우 요리집에서 덮밥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