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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교토

오다노부나가와 함께 한 여행

by 요니

단풍이 아름다운 교토, 그래서 교토는 꼭 가을에 가라고 하더라. 일본생활 6년 차 교토만 2번을 갔었는데 한번은 2017년 11월 셋째 주 무렵.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시즌에 방문했고 또 한번은 2020년 10월 즈음이었던 것 같다. 비가 굉장히 많이 내린데다가 코시국인 관계로 관광객 하나 없이 그래서 그런지 음산한 기운까지 감돌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역시 처음의 기억이 강렬했던 것 같다. 두번째 간 여행은 친구와 함께였기도 했고 두번째 방문이라 그 감동이 덜했던 것 같지만 17년에 방문한 교토는 혼자 한 여행이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교토의 분위기와 어울리게 사색할 수 있는 시간도 나름대로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의 기억.


2017년 방문 당시에 나는 오다노부나가라는 드라마에 굉장히 빠져있었다. 오구리슌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로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판타지적인 요소가 다분히 있었지만 어느정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나름 일본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되었기도 하다. 그 영향 때문인지 사실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혼노지'가 교토여행의 수많은 관광지 중 가장 소름끼치도록 인상깊었던 장소였다. 금각사, 은각사 만큼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영화에 심취해있던터라 그런가 오다노부나가가 결혼식을 올리려다 결국 자결한, 비극의 장소를 실제 눈 앞에서 보고 있자니 왠지모르게 괜히 몸이 부르르 떨렸던 것 같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혼노지 법당의 장엄한 광경이 어우러진 그 슬프고도 멋있던 장관을 꽤 오랜시간 바라보며 머물렀었다.


혼노지에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낸 후 점심으로 가볍게 오반자이 정식을 먹었다. 오반자이란 교토지방의 가정식으로 특히 교이사이라는 교토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온거리에 위치한 ‘하세가와’를 방문, 한 10가지 정도 되는 반찬을 셀프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신선한 야채 / 절임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대부분 반찬들이 정갈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따뜻한 미소시루와 밥 한공기 그리고 각종 절임들과 함께한 시간이 소박하지만 풍성한 그런 느낌이었다.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관광을 하기 위해 나선 첫번째 장소는 은각사와 철학의 길이었다. 평일이라 그런가 물론 한창 단풍시즌이기 때문에 붐비긴 하였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은각사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은각사는 평화로운, 잘 가꿔진 정원이었다. 사실 일본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정원을 방문했기 때문인지 생각했던 것 만큼 아름답진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단풍도 막바지 시즌이라 그런지 많이 져버린 느낌. 가을보다는 초겨울의 정취가 느껴졌기 때문에 실망이 더 컸던 것 같다. 은각사의 소박한 정원길을 돌고 나오면 철학의 길이 이어진다. 은각사에서 난넨지까지 이어지는 약 2km 의 산책길 주변으로 작고 아기자기한 카페 / 기념품샵들이 듬성듬성 늘어서 있다. 도쿄의 나카메구로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길 중앙의 강을 중심으로 가로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단풍철이나 벚꽃철이 굉장히 아름다울 것 같은 느김이었다. 울긋불긋 만발한 단풍 사이로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했으나 아쉽게도 꽤 많이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들만 즐비하게 서있는 풍경이었기 때문에 다소 실망스러웠으나 그러한 다소 쓸쓸한 풍경도 나름대로 오히려 나홀로 여행에 적합한 분위기였다.


해질무렵에 반드시 기온거리를 가야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일부러 시간을 맞춰 4시쯤 기온거리를 방문하였다. 그동안 다수의 여행지에서 ‘작은 교토’ 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진짜 ‘교토’의 옛 정취가 드러나는 거리를 걸을 생각을 하니 매우 설레었다. 노을이 비치는 햇살들 사이로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고 대나무를 엮어 만든 울타리와 붉은 벽의 전통가옥인 마치야를 보고 있으니 고즈넉한 교토의 운치와 전통가옥의 멋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시즌에 다시 오고 싶었다.

(20년 10월 방문 당시, 그토록 원했던 한적한 분위기의 교토를 만나 볼 수 있었으나. 특히 기요미즈데라는 예상 외로 음산한 기운이 들어 무섭기까지했다... 관광지역은 그래도 어느정도 붐벼야 제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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