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도쿄에 처음 온 날, 택시를 타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던 내가 이제는 도쿄 생활 N년차에 접어들었다. 일본 자체가 처음인지라 도쿄에 대해 큰 기대도 관심도 없었던 나였지만 이제는 이 생활에 익숙해졌는지 도쿄가 좋다. 처음엔 단순한 이유였다. 도쿄는 날씨가 좋았다. 미세먼지 하나 없이 늘 청정하고 깨끗한 공기에서 생활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겨울이어도 영하로는 잘 떨어지지 않는 따뜻하고 온화한 기온에 감사했다. 초반에 일본인 친구들이 서울이 좋냐 도쿄가 좋냐라고 물어보면 인사치레로라도 '도쿄가 좋다'라고 얘기했었고 가장 큰 이유를 물어보면 '날씨가 좋아'라고 기계적으로 답변했었다. 그 정도로 날씨의 영향력은 상당히 컸다.
사람들의 친절함도 도쿄가 좋은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속내를 알 수 없다는 말에도 심히 공감하지만 뭐 어떠랴. 그 친절함이 가식적이더라도 뒤에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더라도 적어도 불편함을 주지 않는 소소하지만 작은 배려가 이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것 같다. 처음엔 꽤 불편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전화통화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할 만큼 공공장소에서의 통화는 삼가는 인식이 당연했고 영화관에서도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불도 켜지지 않고 나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길가다 조금만 부딪혀도 "스미마센" 이라고 인사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한번 더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행동에 대해 많이 배웠던 것 같다.
도쿄는 혼자 살기 참 좋은 도시인 것도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쇼핑이나 스위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도쿄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텐데 사실 나는 쇼핑도 디저트도 크게 관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쿄가 좋다. 긴자의 명품거리를 지나 도쿄역 근처의 마천루 사이를 거닐면서 느꼈던 도쿄의 웅장한 스케일을 N년이 지난 지금도 한결같이 느끼곤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편집샵들과 카페들이 선사하는 다채로움의 즐거움도 있는가 하면 100년 이상 그 자리에서 전통을 고수하며 늘 한결같음을 자랑하는 가게들도 꽤나 많다. 클래식과 모던함의 만남, 변화와 전통의 조화로운 하모니를 만끽할 수 있는 도쿄. 그래서 도쿄에서의 생활은 질리지 않고 늘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