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니 Jul 06. 2022

루틴한 하루가 주는 행복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했던 말이 자주 떠오른다. 

공부기계가 되어야 한다며, 매일매일을 반복적이고 기계적으로 살라고 말씀하셨던 선생님.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기계가 된다는 말인가. 매일매일이 똑같으면 재미없고 지루하잖아.

10대 때 깨닫지 못했던 그 깊은 속 뜻을 서른 중반이 된 지금에서야 알 것 같다. 루틴하고 반복된 일상 속에서 얻는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 그리고 한참 지나게 되면 느낄 수 있는 외적/내적인 성장을. 


해외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현재 하는 업무도 N 년차에 접어들다 보니 (소위말해 짬밥이 생긴건지) 야근할 일도 많이 없을 뿐더러 눈치를 볼 필요도 없기 때문에 저녁 7시 전에는 대부분 퇴근하곤 한다. 이전엔 야근도 많았고 회식도 종종있었기에 주 3-4회는 술과 함께 보냈던 것 같은데, 코로나 사태 이후 내 일상생활도 꽤 많이 변했구나 싶다. 주변 상황이 변한 것도 있겠지만 서른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나 스스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도 있고, 같이 한잔 할 친구들이 많이 없어진 것도 (한국으로 귀국을 했거나, 결혼을 했거나 등등) 영향이 있겠지만 요즘은 집에서 하는 혼술 외에는 한달에 한두번 손에 꼽을만큼 술 약속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평일 퇴근 후 저녁일상은 늘 똑같다. 작년까지만해도 MBA 수업 때문에 평일 저녁에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리였었는데 졸업 후 갑자기 생긴 너무나도 여유롭고 방대한 자유시간에 어찌할 줄 몰라 그냥 흘려보내길 반년이 지났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과 다짐들이 무색하게 침대에 누워 멍하게 지내는 시간들이 쌓여만 갔다. 이대로 두면 바보가 될 것 같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취미생활이라도 해보자 하며 집 근처 gym 을 등록했다.  다행스럽게도 요가나 필라테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무료로 들을 수 있었는데 수업 시작 30분 전부터 선착순으로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빠르면 7시 시작 늦으면 저녁 8시 반 이후라 퇴근만 제 때하면 무리없이 참가할 수 있었다. 평일 저녁 적어도 한번 이상은 수업을 듣기로 스스로 다짐하고 시작한지 어언 1달이 지났다. 


요즘 내 일상은 이렇다. 퇴근 후 운동이 없는 월요일은 집에와서 여유롭게 저녁을 먹으며 일본어 책 (feat.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을 읽고 있는데 모르는 단어들은 네이버 사전을 찾아가며 꽤 시간은 걸리지만 완독을 목표로 한달 째 읽고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스스로 정한 운동데이이다. 운동을 갈 시간이 매번 다른데 그 시간에 맞게 저녁식사를 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촘촘히 시간을 활용한다. 아 청소는 운동 나가는 시간에 맞춰 로봇청소기를 돌린다. (올해 가장 잘 산 잇아이템은 로봇청소기이다!! 왜 이제야 샀는지 후회스러울 정도이다.) 


최근에 매일 보는 TV 프로그램은 9시에 하는 닛케이 뉴스와 10시에 하는 WBS (마찬가지로 뉴스) 이다. 보통 경제 관련한 글로벌 소식을 전하고 있어 꽤나 도움이 된다. WBS는 5년전부터 Tver 라는 어플을 이용해 종종 봤었는데 작년에 산 TV 덕분에 제 시간에 볼 수 있게 되었다. 요새 TV 는 참 유용한 기능도 많아서 보고싶은 방송을 예약해 두니 그 시간에 맞춰 저절로 TV 가 켜지고 방송이 나온다. (처음엔 진짜 신기했다!! ㅎㅎ이러고보니 나 꽤나 옛날 사람 같다..) 확실히 띄엄띄엄 생각날 때마다 시청하는 것보단 꼭 집중해서 듣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시청하는 것이 전반적인 흐름이나 동향을 읽는덴 훨신 도움이 되는 듯 하다. 루틴함에서 오는 일종의 소소한 성장의 결과랄까. 


모닝 뉴스로 여는 아침 역시 최근 시작한 루틴 중 하나이다. 모닝 미라클이니 아침을 잘 활용해야 하는 둥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작심삼일. 나이가 드니 아침에 일어나는게 더더욱 힘들다. 예전엔 다섯시에도 참 잘 일어났었는데.. 모닝 뉴스로 정신을 차리고 늦어도 7시에는 씻으러 간다. 출근길에는 전자책을 읽는다. 작년까지만해도 가벼운 책들 위주, 심리와 관련된 책들 (당시 정서적으로 불안했으므로 ㅎ) 위주로 읽었는데 요즘엔 금융/경제 책들을 읽고 있다. 아 가끔 소설책이 당길 때도 있는데 가벼운 소설책을 읽고 있을 때는  정서적으로 감성적으로 당 충전이 되는 느낌이다. 


회사에 출근하면 오전 8시. 근무 시작은 9시부터인데 그 전에 이렇게 브런치로 하루를 시작한다. 미뤄두고 미뤄뒀던 글쓰기가 루틴한 일상 속에 한 켠을 차지하고 보니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즐겁다.


이렇게 오늘도 한 뼘 성장함을 느끼며 소확행을 얻은 기분이다. 활기차고 즐겁헤 하루를 시작해야지! 

작가의 이전글 내가 사랑하는 도시 도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