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은 만질 수 있는 것 - 신인작가 5명의 작품
에비스에 위치한 도쿄도 사진미술관을 오랜만에 방문. 영사관 업무와 치과치료를 핑계로 오랜만에 오후에 반차를 냈는데 영사관 업무 후 치과 진료까지 3시간 정도 시간이 떴기에 잘됐다 싶어 병원 근처에 있는 미술관에서 여유있게 작품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일본의 신인작가 발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번째 개최하는 전시로 주제는 <보는 것은 만질 수 있는 것 ; 見るは触れる> 이 큰 타이틀이었다. 사진과 영상이 담고 있는 텍스쳐를 기반으로 단순 이미지만의 전달이 아닌 우리가 보고있는 이미지가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있는지 이미지의 생성 프로세스 등 미디어 자체에 대한 고찰을 작품의 세계관으로 담았다.
본 전시의 해설의 일부분을 발췌했다.
(...) 사진, 영상은 본래 물질성을 띄는 것이 아닌 보는 사람/독자와 밀접한 관계를 통해 그 의미가 드러나는 존재로 '미디어'라고도 할 수 있다. 전형적인 미술관에서는 작품 감상 시 작품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하기 때문에 작품을 만지거나, 그 자체의 중량이나 텍스쳐는 느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본 전시는 작품 감상에 있어 단순 시각 뿐만 아니라 작품의 텍스쳐를 느끼면서 보다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
총 다섯명의 작가들의 전시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모든 작품의 사진 촬영은 가능했고 경우에 따라서 작품을 만지거나 매우 가까이에서 보는 것 조차도 가능하였다. 작품 해설에 설명된 것 처럼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품 감상이 가능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나가타 코스케 작가의 작품들이었는데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작품을 단순히 시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닌, 청각 (설명), 촉각 (만질 수도 있음) 으로느끼면서 보다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유독 기억에 많이 남고, 또 가장 시간을 많이 썼던 곳이기도 하였다.
나가타 코스케 작가의 작품 중에서 Semantic segmentaion란 타이틀의 작품이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5점의 사진에 설명된 caption/타이틀이 전부 다 제각각이었는데 오디오 가이드 설명에 다르면 결과적으로 같은 사물을 다른 각도나 시점에 따라서 확대/축소했을 뿐 대상 자체는 동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물인식을 하는 AI가 인출한 타이틀을 저마다 가지각색이라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작품 하나 하나만 집중해서 볼 땐 나도 미 처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가이드 설명을 듣고 5개의 작품을 다시 관찰해 보니 결국 하나의 물체/대상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ㅎ
작가 이력을 찾아보니 1990년생으로 상당히 어린 작가였는데 역시나 미디어 기술이나 인간이 사물을 인지함에 있어 기초가 되는 자각 시스템/프로세스에 초첨을 맞춘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이미지라는 것이 실제 시각을 통해 보는 것 뿐만 아니라, 기억이나 꿈과 같이 무의식 속에서 봤떤 이미지도 있기 때문에 이미지를 볼 때 발생하는 독자들의 시각 구조나 인지의 방법은 여러가지 사례들을 통해 발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메인 포스터에 실린 작품은 타와다 유키라는 작가의 I am in you라는 작품. 작품이 한 공간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보다 좀 더 압도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파도와 바다가 표현된 사진들이 말린 종이 위에 펼쳐져 있었고, 군데군데 종이를 태워서 표현한 것으로 보여졌는데 파도에 구멍이 뚫려 있거나 했는데 그 뚫려진 구멍 사이로 펼쳐지는 그림자가 전체적으로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의 깊이를 더했다. 타와다유키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복잡한 의미들(다수의 사람들과 복수의 시간들이 담긴 매체) 을 작품화 하고자 하였고 이에 사진에 소위 말해 별 짓을 다하면서 (찢거나, 태우거나 등등) 사진 속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한번 고찰해 보고 되새김질 하며 결과적으로 그런 행위 자체도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떴기 때문에 천천히 하나하나 다 돌아봤음에도 채 한시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일반적인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했을 때 보다, 많은 감상 행위들이 좀 더 허용되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작품과 밀접하게 대화할 수 있다보니, 다양한 시선에서 작품을 '관찰'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내가 관찰하는 시선에서 나만이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착안점> <캡션> 이 순간순간적으로 떠오르고 마음에 남게 된 것 같고, 그런 과정들이 결국 '작품 감상'을 좀 더 깊이있고 의미있게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